미국, 캐나다등

미국 ‘저탄소 식품’으로 이윤 극대화 추구

곡산 2023. 7. 24. 07:41
미국 ‘저탄소 식품’으로 이윤 극대화 추구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7.21 17:34

치킨 너겟 등 식물성 기반 대체육으로 선택권 제공
식물성 오트 밀크 펩시코·네슬레 등 경쟁적 출시
저스트샐러드·치폴레 등 탄소 배출량 자발적 공개
환경 영향 적은‘탄소 라벨링’으로 홍보…소비자 선호

최근 친환경 실천 방법의 하나로 ‘저탄소 식단’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식품업계에서도 ‘저탄소’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코트라 달라스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와 함께 관련 규정이 점차 강화되면서 식품 기업에도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각 기업은 저탄소 식품 개발과 보급을 서두르는 한편 탄소 라벨링 등을 통해 친환경 제품의 새로운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이윤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과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곳으로 철강, 석유화학 등 소위 굴뚝산업과 에너지, 운송 분야 등이 꼽혔다. 하지만 최근 식품산업도 이에 못지않은 배출 비중이 높은 업종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은 2021년 네이처를 통해 육가공 식품 제조의 근원인 축산업을 시작으로 사료 및 기타 가공식품 제조, 포장 및 완제품 유통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식품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5%에 해당하는 약 173억 톤에 달하며, 이 중 약 60%가 육류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며, 2019년 기준 한국의 식품 시스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1210만 톤으로, 우리나라 총배출량의 약 16%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육류와 간편식 소비 증가 등 최근 취식 및 소비 행태의 전환으로 인해 식품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미국 식품업계는 식품 생산 및 유통 전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지속 가능한 식품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 고탄소 식품 기업들의 ‘탄소 다이어트’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소비자들의 밥상에 일어난 대표적인 변화로 식물성 단백질과 유제품에 대한 수요를 들 수 있다.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 등 대체육 제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미국의 대표적 육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나 스미스필드푸드 또한 치킨너깃과 소고기 패티 등 식물성 기반의 대체육 제품을 론칭해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변화하는 취식패턴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사 육류 제품 생산을 위해 사육 및 과정 중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일정 규모 상쇄하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콩·귀리·견과류 등 식물성 대체 유제품 또한 최근 그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트밀크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초비니나 펩시코, 다농, 네슬레등 기업형 농장과 공장식 음료 생산으로 인해 탄소 배출이 높은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경쟁적으로 오트밀크를 출시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고탄소 배출 기업들의 친환경, 저탄소 제품군 확장은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기업의 ESG 가치를 실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 탄소 라벨링을 통한 소비 유도

높아진 환경 인식에 따라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점차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탄소 라벨링 또는 탄소발자국 표기다.

탄소 라벨링은 기존 친환경마크나 유기농, 동물실험 반대 크루얼티프리 마크들처럼 근본적으로 환경을 고려한 소비자 지향 정보 제공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하지만 제품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구체적인 탄소 배출량을 명확한 수치로 표기한다는 점에서 기업에는 배출 수치 감소에 대한 목표 설정을 장려하고, 소비자에게는 좀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쉽게 식별해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가 식물성 귀리 음료를 판매하는 오틀리다. 오틀리는 올해 2월부터 북미 지역에서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요거트 제품군에 미국 식품 최초로 탄소 라벨링을 도입했다. 제품 1㎏당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정확히 수치화해 겉면에 노출했다. 오틀리는 또한 2025년까지 자사 인기 제품인 오트밀크를 포함한 12개 제품라인에 탄소 라벨링을 추가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런 라벨링은 소비자들을 저탄소 배출 식품으로 유인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3년 1월 존스홉킨스대학이 발표한 ‘환경 라벨링에 따른 패스트푸드 메뉴 선정 영향 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높은 영향’ 라벨이 붙은 소고기버거 대신 비소고기 함유 메뉴를 선택하는 경우가 라벨링이 없을 때에 비해 23%나 높았다. 업계에서는 향후 환경과 기후변화, 탄소 배출 등에 대한 경고적 라벨링이 소비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식품 선택을 장려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제품별 탄소 라벨링에 대한 전 국가적 표준 및 의무는 없지만 영양 성분뿐 아니라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한 환경적 영향 또한 중요시하는 수요가 커짐에 따라 저스트샐러드와 파네라브레드, 치폴레 등이 자발적으로 메뉴별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 강화되는 탄소 관련 정책

한편,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국 최초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이 2023년 6월, 주 상원을 통과해 주지사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전에도 일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주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보고 하도록 요구하는 법률이 있었지만, 최근 통과된 법안에서는 업종과 상관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정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식품업계를 포함, 산업 전반적으로 탄소 배출량 공개에 대한 요구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뉴욕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인 기후기업책임법이 올해 초 발표된 바 있어 기업의 탄소 배출 및 정보 공개 확산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