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등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가성비 높은 ‘PB 식품’ 부상

곡산 2022. 7. 22. 07:29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가성비 높은 ‘PB 식품’ 부상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07.19 13:15

브랜드·유통 업체 충성도 줄고 저가·저용량·대체재 구입 늘어
미국 PB 상품 급성장 1990억 불…고품질로 충성 고객 유인
5명 중 4명 팬데믹 후에도 구매 의향…유통사 PB 판매 경쟁
크로거, 자체 브랜드 우유에 거액 투자…홀푸즈는 프리미엄화
스페인도 코로나 발생 이후 PB 상품 점유율 증가 절반 차지
평판·포장보다 가격 중시…유제품·가공식품·음료에 높은 점

WTO 사무총장이 최근 개최된 각료회의에서 현재 상황을 "전례 없는 동시다발적 다중위기“라고 표현할 만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위협하는 ‘밥상 물가’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세계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가격’에 대한 민감도다. 이에 따라 PB와 PL 등 가성비 높은 제품이나 저용량 제품을 선택하는 알뜰 소비가 늘고 있으며, 물가가 크게 오른 품목을 중심으로 대체재 수요도 늘고 있다.

● 인플레이션이 바꾼 소비 습관

코트라가 최근 펴낸 ‘미국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연말부터 40년래 최대 폭의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또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외식을 포함한 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10.1% 상승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재정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최근 6개월간 외식을 줄인 경험이 있을 만큼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자료: Harris Poll for Alpha((2022년 3월18~23일/5월6~8일 조사)

특히 가계 살림과 직결된 식품 가격의 가파른 인상은 소비자 행동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특정 브랜드나 유통업체에 대한 충성도 감소와 가성비 높은 제품의 선호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사용 브랜드가 아닌 다른 브랜드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미국 소비자의 비중은 2020년 9월 33%에서 2022년 2월 46%로 13%p 증가했다. 또 기존 구매처가 아닌 다른 대체 업체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비율은 2020년 9월 28%에서 2022년 2월 37%로 9%p 증가했다. 이러한 대체 브랜드 선택이 이전에는 공급망 문제로 인한 물품 확보가 주요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이 주요 결정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변화로 PB나 PL 등 가성비 높은 스토어 브랜드와 저용량 제품의 구매가 늘고 있다.

 

IRI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스토어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5% 증가해 같은 기간 NB 매출 증가율 5.2%를 넘어섰다. 또 4월 17일 기준, 스토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18.5%로 전년 동기비 0.8%p 상승했다. 특히 가격 상승폭이 높은 식품류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스테이크 대신 다짐육을 구입하는 등 같은 품목 내에서 좀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외에도 좀 더 적은 용량의 제품을 구매해 지출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으며, 육류 가격의 높은 인상으로 좀 더 저렴한 대체재인 식물성 대체육이나 유제품 구입을 고려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 대안으로 떠오르는 PB

코트라 시카고무역관에 따르면,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에선 브랜드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PB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PB상품제조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PB 상품 시장 규모는 158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6% 성장했고, 2021년에는 19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5월까지 PB 상품 시장 매출도 1월 5%를 시작으로, 2월 6.8%, 3월 8.9%, 4월 9.5%, 5월 8.7% 증가해 시장이 급등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PB 상품은 이제 단순 가성비를 넘어 높은 품질로도 충성고객을 늘리고 있다.

미국식품산업협회(FMI)가 6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PB 상품을 구매하는 주요 이유로 가치를 꼽은 비율이 63%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가격이 55%, 품질 43%, 맛 42%, 가용성 35%을 들었다. 예전처럼 가격이 선택의 절대 조건이 아니다.

 

또한 스타티스타의 소비자 태도 변화도에 따르면, PB 상품 구매자 81%가 팬데믹이 끝나도 계속 구매할 의향이 있으며, 미국 소비자 87%는 PB 상품이 브랜드상품 만큼 혹은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 외에도 PB 상품은 해당 유통업체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는 유니크함이 큰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최근엔 차별화된 PB 상품을 판매하려는 유통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 예로, 유제품과 제빵류 등 29개의 자체 브랜드로 1만5000개 이상의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크로거는 최근 유제품 생산업체인 Tamarack Farms Dairy에서 무균우유 자체 브랜드 생산을 위해 7000만 달러 규모의 라인 확장 투자를 발표했다. 홀푸즈는 최근 홀 캐치라는 프리미엄 해산물 브랜드를 개발해 PB상품의 프리미엄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PB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엔 온라인 시장에서도 PB 상품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아마존의 경우 식료품 등 약 7000개의 PB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꾸준히 제품 라인을 넓혀가고 있다.

 

● PB에 주목하는 스페인

PB 상품의 시장 확장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페인에선 장바구니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에 따르면,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으며 구매력이 약화된 소비자들이 PB 상품 소비를 늘려감에 따라 스페인 수퍼마켓에서 PB상품 판매 비중이 2005년 24.1%에서 2021년 46.2%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연도별로 PB상품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난 시점은, 스페인이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2008~2014년으로 해당 기간 중 점유율이 29.4%에서 39.1%로 확대됐다. 또한, 스페인이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 들었던 2019년 당시에도 PB상품 점유율이 2018년 39.4%에서 2019년 45.1%로 크게 늘어났으며 코로나19 발생 후에도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이 구매하는 PB상품으로는 가정용 위생용품으로 응답자 중 75.8%가 해당 PB상품을 구매한다고 밝혔으며 유제품·후식(74.5%), 가공식품(61.9%), 음료(52.5%) 등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PB상품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가성비(64.9%)로, 해당 제품의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에 주목했다. 이 외에도 가격(53.3%)과 품질(36.4%) 등도 제품 구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반면, 브랜드 평판(6.5%)이나 포장 상태(2.8%) 등을 구매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PB상품 시장 점유율 변동이 국가 경제 상황과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스페인 소매유통 시장 내 PB상품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도 높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스페인은 연초부터 6%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했으며, 6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0.2% 증가해 37년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현지 소비자들은 생활비 절감 등을 위해 PB상품 구매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코트라와 지역 무역관들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행동 변화는 우리 기업에게 또 다른 시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가성비 높은 제품 구입을 위한 브랜드 교체 수요는 해외 시장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우리 기업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K-food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현지 PB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