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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CJ·SPC·농심·사조 등 시험대 오른 식품업계 3세들

곡산 2022. 2. 9. 08:21
'세대교체'…CJ·SPC·농심·사조 등 시험대 오른 식품업계 3세들

류빈 기자 입력 2022-01-07 06:45 수정 2022-01-07 09:23

 

식품업계 오너 3·4세 경영 일선에 배치하며 세대교체 속도

20∼40대 젊은 경영인들이 기업 핵심부처 배치로 경영 능력 시험대

'공정 사회' 강조되는 만큼 능력과 성과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시계방향)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허진수 SPC그룹 신임 사장, 주지홍 사조그룹 식품총괄 부회장, 신상열 농심그룹 상무 (사진=각사)

[아시아타임즈=류빈 기자] 국내 주요 식품업들이 임인년 새해를 맞아 오너 3·4세를 경영 일선에 배치하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40대 젊은 3세 경영인들이 글로벌·신사업 확대·원자재 수급 및 생산 원가 관할 등 핵심부서에 배치되면서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오너일가라도 소비자들은 물론 주주로부터 인정받으려면 임원 자리에 오른 만큼 확실한 능력과 분명한 성과를 입증해야하는 숙명을 안게 된 것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 SPC, 농심, 사조그룹 등 주요 식품업체 오너 3·4세들이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잇따라 임원으로 승진하며 핵심 부서에 배치됐다.

 

우선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인 이선호 부장이 이번 CJ 대규모 임원인사에서 CJ제일제당 경영리더(임원)로 승진했다. 지난해 1월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업무에 복귀한 지 1년여 만이다. 1990년생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제일제당 식품사업 부문의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에서 식품전략기획1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경영리더는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그룹 공채를 통해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2017년부터는 CJ제일제당 부장으로 근무했다. 입사 후에는 식품전략기획팀과 바이오사업팀에서 근무했으며,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 인수 후 통합전략(PMI) 작업 등을 주도해 왔다. 

 

이 경영리더는 2019년 9월 마약 밀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업무에서 물러났다가 1년4개월 만인 지난해 초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으로 경영 복귀했다. 이후 비비고 브랜드의 해외마케팅과 미국 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의 파트너십 체결을 주도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어 비건 브랜드 '플랜테이블' 론칭 등 신사업 발굴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의 장녀이자 이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부사장)보다 이선호 경영리더에 힘을 실어주고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SPC그룹은 지난 1일 부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 장남인 허진수 SPC그룹 글로벌BU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허진수 사장은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왔으며, 2019년 3월 중국에 ‘SPC톈진공장’ 준공, 4월 싱가포르 주얼창이 입점 등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올해는 조인트벤처 전략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잇달아 진출하는 등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러한 성과로 파리바게뜨는 올해 미국 ‘프랜차이즈 타임즈’ 선정 ‘프랜차이즈 기업 톱 400’에 38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허영인 회장 차남 허희수 부사장도 지난해 11월 SPC그룹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 신규사업 책임임원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마약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배제된 지 3년 만이다. 허 부사장은 2016년 ‘쉐이크쉑’ 론칭과 2020년 ‘에그슬럿’ 국내 도입을 성공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섹터나인에서는 SPC그룹의 디지털 커머스 영역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농심도 3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주인 고(故) 신춘호 회장이 별세하고, 지난해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인사에서 신동원 회장 장남인 신상열 부장이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1993년생인 신상열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했고, 2019년 농심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예산 업무 등을 맡았다. 구매담당은 원자재 수급 및 생산 원가를 관할하는 부서로 식품기업 핵심 부서로 꼽힌다. 신 상무는 상속세 등을 내기 위해 100억원 가량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후계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조그룹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을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룹의 성공적인 사업 재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과 신제품 개발 및 제품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주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와 일리노이 대학교 경제학 석사를 거쳐 컨설팅 회사 베어링포인트에서 근무했다. 이후 미시간대학교 앤아버 MBA 졸업 후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장으로 사조그룹에 입사했다. 2014년 사조해표 경영지원 본부장을 맡았고, 2015년부터는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 그룹 식품부문을 이끌고 있다.

 

주 부회장은 식품총괄 본부장을 맡은 첫해, 사조그룹에 편입된 동아원 경영 정상화에 참여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사조동아원을 제분업계 대표 기업으로 안착시키는데 기여했다. 2019년에는 그룹 내 대표 식품 계열사인 사조대림과 사조해표 합병을 주도함으로써, 이원화돼있던 조직을 개편하고 효율적이고 경쟁력을 가진 조직으로 체질개선을 이루는데 힘을 보탰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아들인 담서원씨는 지난해 7월 오리온에 입사해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1989년생인 담 부장은 미국 뉴욕대 졸업 후 중국 유학 경험을 살려 오리온 경영 전략 수립과 국내외 법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2020년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평직원으로 입사한 바 있다.

 

매일유업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장남인 김오영(34) 이사가 지난해 10월 매일유업에 입사해 생산물류 혁신 담당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미국 유학 후 2014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그룹과 신세계프라퍼티 등에서 재무 담당으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았다.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의 아들 전병우 이사도 2020년 그룹 임원으로 승진했다. 전 이사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9년 삼양식품에 입사, 해외사업본부 부장직을 맡은 바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장남인 함윤식씨 역시 지난해 초 오뚜기에 입사해 경영지원팀 사원으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