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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올해의 식품·외식 10대 뉴스

곡산 2022. 1. 10. 12:27
2021 올해의 식품·외식 10대 뉴스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12.27 07:45

상승세 탄 K-푸드, 해외시장 확대·인프라 정비 과제

코로나19 2년째를 맞은 식품·외식업계는 올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코로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는 원가 압박과 종잡을 수 없이 주기가 짧아지는 소비 트렌드 등의 악천후 속에서도 소비 니즈를 반영한 제품 개발은 물론 구독서비스, 온라인 사업 강화 등 유연하게 대처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또한 미래 성장동력 발판 마련을 위해 스타트업 투자를 늘려 바이오, 대체식품, 메디푸드 등 신식품 창출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농식품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한 의미 있는 해였다. 수출액 중 약 80% 이상이 가공식품일 만큼 식품기업들이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흘린 구슬땀은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아 마땅하다. 본지는 올 한해 식품·외식산업을 달군 10대 뉴스를 선정하며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농식품 수출 100억 불 금자탑…가공식품 80%로 일등공신


올해 농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초로 100억 달러(2021년 11월 25일 기준)를 돌파했다. 수출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1971년 이래 5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료난, 물류대란 등 국가 전체 수출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도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하며 K-푸드의 위상을 전 세계시장에서 더욱 공고히 했다.

농식품수출 100억 달러 돌파 일등공신은 적극적인 R&D 투자와 마케팅에 집중한 식품업계다. 농식품수출액 80% 이상을 가공식품을 통해 달성했다.

실제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파워’를 한층 더 확장한 삼양식품은 식품업계 최초로 ‘3억불 수출의 탑’을, 하이트진로는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또 샘표는 콩 발효 에센스 ‘연두’를 앞세워 ‘3천만불 수출의 탑’을, 매일식품은 ‘1천만불 수출탑’을 각각 수상했다.


혼밥·온라인에 원가 상승 등 식품·외식 경영환경 급변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상당부분을 바꿔 놓았다. 특히 식생활은 실내에서 머무르는 ‘집콕’ 생활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홈술’ ‘혼밥’ 등 집에서 혼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품이 선호됐고, 감염 공포로 인한 ‘건강’ ‘친환경’의 키워드가 식품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원료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식품·외식업계 주원료인 설탕의 국제 물가는 지난 1년간 73% 올랐고, 밀가루는 물론 옥수수, 대두 등 대부분 원료 가격이 폭등하며 식품·외식업계에서 올 초부터 줄줄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2년차 코로나19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소비 경향이다. 맛과 품질을 중시하던 기존 소비 패턴과 달리 가격을 중시하게 됐고, 온라인을 통한 식품 구입이 2030세대에서 전 연령층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27.1%에서 올해 31%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내년 식품산업 성장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가 새로운 식품 소비를 불러오기도 했다. 건강 및 체중 관리에 대한 관심 증가로 칼로리 섭취원 중 탄수화물은 감소한 반면 단백질과 지방의 비중은 증가하며 면역력 향상, 마이크로바이옴 등 건강 키워드가 급부상하는 등 식품과 건강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접근이 증가했다.

아울러 환경오염·동물복지 등 사회 및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증가로 식물성 단백질 등 대체식품 시장이 성장했다.

외식 소비는 점차 줄고 있다. 코로나 종식에도 소비자들의 외식소비는 회의적이어서 업계는 유명 세프 및 레스토랑의 메뉴를 본떠 만든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레스토랑 간편식)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일반식품 기능성표시’ 기대 못 미쳐…홍보·제도 보완 목소리


올해부터 국내 일반식품에도 기능성표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예상보다 업계와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이다. 일반식품에 기능성표시를 위해선 기능성 성분 함량기준(1일 섭취량 기준 30% 이상)과 주표시면에 의무 기재해야 하는 문구(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 한정된 허가 원료(총29개), 제한된 제형선택 등을 충족해야 한다.

업계에선 제품의 형태, 규격·표시·함량 문제를 비롯한 표시광고 범위 등 제도의 정확한 정보를 인지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시에 민감한 업계 입장에선 신사업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보 부족에 따른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식약처도 완강한 입장이어서 제도 시행 1년 가까이 됐지만 시장 활성화는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HMR·밀키트 등 호황…외식·유통 업계도 가세 격전지


올해도 HMR은 식품업계 성장 발판의 핵심 품목이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는데, 그 중심에는 맛과 품질을 갖춘 HMR이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도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고객의 목소리와 데이터를 반영하며 고객 니즈에 부합하고 있다.

올해 두드러진 특징은 밀키트의 상승세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채널에서 주로 판매하던 것에서 전문 매장으로 진출했다.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2024년엔 7000억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가 하면 유명 맛집의 레시피를 그대로 구현한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레스토랑 간편식)의 인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외식소비는 줄었으나 유명 맛집의 맛을 그리워하는 소비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것.

실제 올해 마켓컬리에서 판매된 RMR 제품의 매출은 월평균 약 150억 원으로, 연 매출 환산 시 1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외식업계에서도 돌파구 마련을 위해 RMR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중 CJ푸드빌은 RMR을 집중 육성해 내년까지 전년 대비 300% 이상 매출 규모를 키우며 퀀텀점프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기도.


미래 먹을거리 ‘대체식품’ 부상…스타트업과 제휴 R&D 박차


올해는 식품·외식업계에서 대체식품 개발에 구슬땀을 흘린 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이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도 건강과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며 소비자들도 그동안 외면했던 대체식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점이 주효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롯데푸드, 농심 등 식품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거나 전담 부서를 두고 대체식품 개발에 막대한 R&D 비용을 쏟아붓는 초석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유업계에서도 콩, 귀리, 아몬드, 쌀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대체우유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외식업계에서도 커피·패스트푸드 전문점을 필두로 대체 단백질 시대를 열었다.

정부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식품산업 지원을 위해 식품 분야 연구개발사업 규모를 작년 172억 원에서 올해 313억 원으로 작년 대비 약 82% 증액했다. 이 중에서도 대체식품 분야는 식물 기반 대체식품 산업화를 위한 단백질 및 첨가 소재 개발과 최적 배합 및 조직화 기술 개발, 배양육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가축 유래 세포 확립 및 대량배양 기술, 배양액·세포지지체 등 연관 소재 개발, 단백질 원천 확대를 위한 곤충식품·부산물 등의 활용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ESG 경영 원년…일회용 컵 줄이기 등 발 빠른 대응 우수 평가


올해 식품기업은 ESG 경영 원년으로 삼고 발 빠르게 ‘ESG 경영’ 체제의 전환을 서둘렀다. 초창기 ESG 경영이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무르익기 전에는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소비자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나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사회적(Social), 환경적(Environmental) 책임을 지고 거버넌스(Governance)를 투명하게 하는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욱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계의 움직임은 올해 단행된 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는데, 글로벌 고객사나 평가사에서 요구하는 ESG 경영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국제 트렌드를 쫓기 위함이다.

업계에선 올해 사내 ESG 위원회 등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ESG 분야 전반의 전략과제를 발굴하며 친환경 포장재·용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협력업체와의 상생 정책을 강화하는 등 ESG 경영에 속도를 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2021년 ESG 종합평가에서도 식품업계의 ESG등급은 일제히 ‘B’ 이상으로 올라섰다.

외식업계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CJ푸드빌, SPC그룹 등을 중심으로 커피 일회용컵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재활용 원료를 활용하는 등 자원 선순환 강화는 물론 오트밀크 옵션 도입, 식물 기반 푸드 출시 등 식물 기반의 제품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획기적…우유류는 잠정 유예 운용의 妙


내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된다. 제도 시행에 있어 위생적 관리와 품질유지를 위해 냉장 보관기준 개선이 필요한 유업계와의 마찰음이 있었지만 우유류는 추가적으로 유통과정에서 품질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행시기를 2031년으로 유예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소비기한’ 표시제도에 앞서 콜드체인이 뒷받침된 ‘시간과 온도’를 함께 고려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소비기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간-온도지시계(TTI)’ 스티커 등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감시시스템의 도입이 소비기한 제도의 성공에 필수요건이라는 것.

특히 수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저온관리식품의 냉장보관 온도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쟁력 떨어지는 원유가격 개편 칼 뺐지만…합의에 어려움


정부가 ‘원유가격 생산비 연동제’를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연동제가 시행된 지 8년 만의 일이다. 원유 수요의 감소는 고려하지 않고 생산비 증가만을 반영하는 구조가 우유 제품 가격의 상승을 부추겨 소비자와 유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오랜 지적 끝에 내린 결론이다.

원유가격 생산비 연동제에 손을 대기로 결정한 것은 이제껏 농업의 국가 기반사업적 성격을 강조하며 낙농가의 편에 섰던 정부가 물가 상승 등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유업체들의 손을 슬며시 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후한 원유가격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던 유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반기고 있지만 낙농가들과 관련 단체들은 농가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낙농가, 우유업계 등은 농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낙농 제도 개선 및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정부, 유업체, 생산자 간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합의점 도출에 애로를 겪고 있다.


‘떡볶이’ 비약적 성장 품목…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시장 지켜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놓고 1년간 이어진 대기업과 중소 쌀가공식품업계간 줄다리기가 중소 쌀가공식품업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초 떡볶이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6년간이나 대기업 진출이 막히다 보니 대기업에서 소스가 동봉돼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떡볶이 HMR은 예외 품목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펼쳐 빗장이 열리는 방향으로 기울었지만 결국 소상공인 보호로 결론을 지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오는 2026년 9월 15일까지 향후 5년간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에 대한 인수·개시·확장이 제한된다.

단 △OEM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 등 신시장 창출을 위해 최대 생산·판매 실적(출하량) 기준 110% △국내산 쌀·밀을 사용해 생산되는 품목 등은 대기업의 생산·판매가 허용된다. 또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과 같이 기 진입해 생산·판매를 하던 곳도 공장설비 증축 및 사업 확장은 제한받지만 기존 제품들의 생산·판매는 허용된다.


‘불가리스 사태’ 남양유업에 결정타…우량 기업서 매물로


올해 식품업계 간담을 서늘하게 한 사건은 단연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발표로 논란을 키운 남양유업은 대국민 공분을 사며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그룹 총수인 홍원식 회장까지 기자회견을 열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이후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경영권에서 물러나겠다는 홍 회장의 대국민 약속과 달리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홍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의원들 질의에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해 또다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다 출산 후 복직한 내부 여직원의 부당한 인사이동에 홍 회장이 관여한 육성 녹음 파일이 공개됐음에도 “오래된 일이어서 해당 발언을 한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기업 총수의 부적절한 행동이 기업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식품업계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