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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높아진 ‘K-푸드’ 해외 시장 확장 큰 그림

곡산 2022. 1. 18. 08:48

 

위상 높아진 ‘K-푸드’ 해외 시장 확장 큰 그림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1.18 07:45

수출 100억 불 넘어 성장에 탄력…세계 트렌드 주도로 전략 고도화
CJ ‘글로벌 헤드쿼터’ 설립 유럽 등 권역별 성장 전략 가동
대상, 김치·장류·소스 현지화 유럽·아시아로 영역 넓혀
풀무원, 대체육 미국 레스토랑 입점…일본선 두부바 고성장
농심, 라면 국외 매출 5000억 목표…삼양식품, 중동 본격 진출
오리온, 초코파이 동유럽·중앙아시아 공략…세계인의 간식

초불확실성 시대에서 올해 식품업계 주요 경영전략은 글로벌시장 영토 확장이다. 코로나19 사태와 한류 열풍으로 ‘K-푸드’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 라면을 즐기는 모습이 SNS에 공유되고 있으며, 베트남에선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올라가기도 한다. 미국에선 한국식 냉동만두가 기존 시장을 주도하던 중국, 일본의 제품을 끌어내리고 당당히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드높아진 K-푸드의 위상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사상 최초 100억 달러를 넘어선 113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15.1% 증가한 수치다. 특히 라면, 스낵, 소스류, 쌀가공식품 등 가공식품이 전체 수출액 80% 이상을 차지하며 수출을 견인했다.

△코로나19와 한류 열풍으로 K-푸드의 위상이 드높아짐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도 글로벌시장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성장 흐름에 발맞춰 올해 역시 해외 진출에 경영 초점을 맞췄다.

‘비비고’ 열풍을 이끌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최근 본사 조직을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Region) 식품사업으로 분리했다. 한국 사업을 해외권역과 동일하게 구성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올해는 그룹 4대 성장엔진 강화에 전사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더 큰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국내 및 해외 사업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미래 지향적이며 혁신적인 조직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HQ에는 마케팅, R&D, 생산 등의 주요 기능을 편제해 국내를 비롯한 해외 전 지역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마케팅의 경우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메가 트렌드를 분석·전파하며, 생산의 경우 온리원(OnlyOne)적인 제조기술 역량과 노하우를 해외 생산기지에 이식한다.

또한 글로벌 HQ 산하에 식품성장추진실을 신설해 6대 글로벌 전략제품(GSP, 만두·치킨·김·김치·K-소스·가공밥)을 대형화하고 미래 혁신 성장을 견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직 내에 흩어져 있던 GSP 조직을 모았다.

식품성장추진실 산하 전략기획 1·2 담당은 미주, 아태, 유럽 등 권역별 성장 전략기획뿐 아니라 식물성 식품 사업(Plant-based), 스타트업 투자 등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및 실행을 맡게 된다.

해외 권역별 추진 전략도 구체화됐다. K-푸드의 불모지로 불리던 유럽에 아시안 푸드와 K-컬처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등 기회요인이 많은 상황을 감안, 올 상반기 영국법인을 설립해 유럽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한식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유럽 국가에서는 대형마트 내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인 ‘비비고 투 고(BIBIGO TO GO)’ 매장을 운영해 비비고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비비고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중국은 만두와 치킨, 상온 HMR 제품을 중심으로 MZ세대들의 활발한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 채널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일본은 ‘미초’와 ‘비비고’ 브랜드 대형화를 목표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베트남은 김치와 가공밥, K-소스에 집중하면서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동남아·호주 등 국가로 수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상은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김치와 장류, 소스류 신제품을 선보이며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비롯해 중동까지 영역을 넓힌다.

미국·유럽 시장은 배추김치 외 다양한 김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현지인이 선호하는 채소인 양배추·케일·당근을 사용한 김치 3종을 선보인다. 매운맛을 싫어하는 현지인들을 위해 개발한 마일드 김치도 내놓았다. 마일드 김치는 젓갈이 들어간 오리지널 버전과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비건 제품 2종이다.

고추장, 쌈장도 서구식 식문화에 맞춰 용도와 제형을 변형했다. 프리미엄 라인으로 출시한 글루텐 프리 고추장·쌈장은 일반 장류보다 묽은 형태이며, 냄새가 적다. 쌈장을 샐러드나 타코, 스프링롤에 뿌리거나 찍어먹을 수 있도록 드레싱과 디핑소스 타입으로 개발한 신제품도 출시한다. 고추장, 쌈장 모두 액젓 등 동물성 재료를 넣지 않은 비건 제품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강력한 매운맛의 고추장도 만나볼 수 있다. 기존 수출용 고추장이 매운 정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던 것에서 폭탄맛(4단계)과 핵폭탄맛(5단계)이 추가됐다. 고추장 수요가 높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소비자를 겨냥하기 위해 할랄(Halal)인증도 획득했다.

칠리 소스, 핫소스 등을 주로 사용하는 서구식 식문화를 반영한 소스 라인도 새롭게 선보인다. 고추장 맛, 김치 맛, 유자 맛 등 세 가지 종류로 구성돼 한국 고유의 매운맛을 묽은 소스 형태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대상은 미국에 김치와 고추장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해 상반기 중 본격 가동을 목표로 시범 운영 중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에 더욱 집중한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앞세워 국내 매출의 두 배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초코파이 공장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11개 곳에서 가동하고 있다. 이중 러시아에서는 작년 11월 기준 연매출이 사상 처음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러시아 트베리주 크립쪼바에 신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2개 공장의 생산이 포화상태에 달했기 때문인데, 오리온은 신공장 가동을 통해 초코파이의 공급량을 연간 10억 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파이, 비스킷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여 러시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시장도 적극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풀무원은 ‘대체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글로벌 식품 소재 기업들과 손을 잡으며 ‘풀무원표 식물성대체육(Plant-Based Meat)’ 개발을 본격화한 풀무원은 자체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을 미국 웰빙푸드 레스토랑 체인 와바그릴(WaBa Grill) 200여 개 매장 전점에 입점했다.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조직단백(Textured Vegetable Protein)을 바탕으로 국내 풀무원기술원이 연구개발해 육류 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미국 최대 학교 급식 서비스인 매사추세츠대 다이닝(UMass Dining)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식물성 대체육을 포함한 다양한 ‘플랜트스파이어드’ 제품을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에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미시건대, 버지니아공대, 예일대 등 다른 유수의 현지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학생들의 건강한 식단을 위한 지속가능식품 제공 및 메뉴 개발을 협의 중이다.

일본에선 ‘두부바’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출시 1년 만에 1000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풀무원은 두부바 및 식물성 지향 식품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현지 2개 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했으며 올해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독점 판매하고 있는 세븐일레븐 외에도 편의점 채널 다각화, B2B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작년 6억7460만달러의 수출액을 달성하며 라면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한 라면업계도 올해 더욱 고삐를 더욱 당긴다.

△라면은 지난해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에서도 해외 시장 판로 확보에 힘쓰고 있다. 농심은 미국 공장의 생산라인 추가를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등 남미 지역으로의 공급망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중동시장에도 발을 내딛었다.

농심의 선택은 역시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작년 수출액이 총 매출액 중 53%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올해는 해외에서만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제2공장에 봉지면 1개 라인과 용기면 2개 라인 등 3개의 생산라인을 추가해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공급량을 늘린다. 제2공장을 가동하면 미국 현지 생산량은 5억개에서 8억5000만개로 증가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합산 북미법인 생산능력은 기존 최대 약 4500억 원에서 40% 이상 추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멕시코, 남미 등으로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김정수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해외사업을 전담토록 했다. 해외시장에 무게를 둔 조치로 해석된다.

삼양식품은 향후 수출 전진기지가 될 밀양 신공장과 중국, 미국, 일본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수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작년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했고, 중국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또 올해 1분기 중 신공장인 밀양 스마트팩토리를 완공한다. 신공장은 총 4개 생산라인으로 연간 생산량은 6억개 수준이다. 원주·익산의 연간 최대 생산량 12억개까지 포함하면 총 18억개의 생산이 가능하다.

아울러 중동시장에 본격 진출한 삼양식품은 시리아, 레바논 등을 중동 지역 내 전략 국가로 정하고 올해 5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불확실한 미래가 지속되며 식품업계에서는 올해 경영전략을 내수시장보다는 글로벌시장을 겨낭하고 있다”며 “올해 식품업계는 해외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현지 입맛을 공략하는 차별화된 제품 등을 앞세워 위기를 기회로 삼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