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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경영 유통업<2>]-정식품·오쎄

곡산 2016. 5. 12. 08:23


[위기경영 유통업<2>]-정식품·오쎄

베지밀 신화 손주 나선 기업, 지원 불구 ‘재무 불안’

정식품 유통사업부 분리·편입된 ‘오쎄’…최근 3년 적자전환 뒤 자본잠식


김신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8-18 00:05:51


정식품의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친숙한 건강음료 중 하나이자 공전의 히트상품인 ‘베지밀’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올해로 98세를 맞는 정 명예회장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력은 베지밀의 탄생과도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37년 종합병원 소아과에 배속된 후 본격적으로 소아과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아기들이 모유나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해 결국은 합병증 등으로 사망하는 데 이르는 것을 목격한 후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아기들이 모유나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질병의 명칭은 ‘유당불내증’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이 병을 고치기 위해 수년간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4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학길에 올랐고, 영국·미국·일본 등을 오가며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1964년 ‘유당불내증’의 원인이 ‘체내에 유당을 분해하는 세포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유당이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않고, 대장균 세균에 의해 발효돼 유독물질을 발생시켜 결국 아이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 명예회장은 곧바로 귀국해 유당이 함유되지 않는 대용식을 찾기 시작했고, 그것이 ‘콩’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콩에는 3대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기도 했다. 그 후 어떻게 하면 콩을 맛있게 섭취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어린 시절 즐겨먹던 콩국에서 착안해 공전의 힛트품목인 ‘베지밀’을 탄생시켰다. 그 후 베지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영양음료’로 등극했고, 이를 통해 정식품은 중견 식품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창업주의 생명외경(生命畏敬) 사상이 짙게 깔린 정식품의 창업 배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 불거져 나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정식품을 둘러싼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최근 국내 음료업계 공전의 히트상품인 ‘베지밀’을 바탕으로 중견 식품기업 반열에 오른 정식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창업주 오너3세가 나선 관계사의 유동성 불안, 대리점을 상대로 한 갑질, 제품 중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린 행보 등이 논란의 이슈로 꼽힌다. 사진은 정식품 서울사무소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음료업계의 히트상품인 ‘베지밀’의 제조업체인 정식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정식품이 논란의 중심에 선 굵직한 이슈만 해도 3건에 달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는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오너3세 계열사의 유동성 불안, 대리점을 상대로 한 갑질, 제품 중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린 행보 등이 꼽히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업의 이미지가 제품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식품업계의 특성상, 이 같은 여론을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원 불구 부진 계속 오너3세 나선 기업…업계 “땅 짚고 헤엄치는데 어렵나” 시선
 
금융감독원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정식품의 관계사 중 한 곳인 ‘오쎄’는 경영 승계 이슈와 접목돼 ‘후계자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4월 정식품의 2대 경영인이자 현재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정성수 회장의 장남 정연호 씨가 ‘오쎄’의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정식품이 오쎄를 ‘경영 승계를 위한 기업’으로 인식되게 할 만큼 지원을 실시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K-리포트에 따르면 2012년 7월 말 기준 오쎄는 정성수 회장의 친인척인 정승호 씨 35.01%, 정 회장 5%, 정 회장의 아내 박금순 씨 5%, 정연호 이사 15% 등과 함께 나머지 지분 또한 정 회장의 친인척이 전부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 가족기업이나 다름 없는 지분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 자료:중소기업청 및 기업보고서(K-REPORT)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정식품은 지난 2011년 자사 유통사업부를 따로 분리해 관계사인 ‘오쎄’에 편입시켰다. 관련업계에서는 비누 및 세정제 도매업 등 기존 오쎄가 영위하던 사업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당시 결정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이런 와중에도 오쎄의 실적 만큼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식품의 제품을 매입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만 하면 되는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에 가까운 사업을 영위하는 유통사업부를 편입한 결과였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었다.
 
오쎄는 외감 기업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따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013년까지의 실적은 기업보고서 및 중소기업청 기업현황 등을 통해 파악되고 있다.
 
이를 통해 확인된 지난 2011년 이후 오쎄의 매출액과 매출원가 추이는 △2011년 214억원, 170억원 △2012년 216억원, 173억원 △2013년 209억원, 170억원 등이었다. 이는 정식품 제품과 화장품 제품의 매입과 판매 금액을 모두 합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오쎄가 정식품으로부터 매입한 상품 규모는 2011년 120억원, 2012년 112억원, 2013년 107억원 등을 각각 나타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식품 유통의 경우 아무리 적어도 유통마진이 5~10%는 된다”며 “이를 감안했을 때, 매출액 약 200억원 중 약 120~130억원은 정식품 제품의 판매금액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 자료:중소기업청 및 기업보고서(K-REPORT)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정식품이 경영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오쎄를 키워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런 ‘꼼수승계’ 마저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쎄가 줄곧 부진한 실적을 이어간데다 급기야 자금 유동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이유에서다.
 
정식품 관계자는 오쎄에 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사안과 그 외 오쎄를 둘러싼 잡음 등에 대해 “정식품 제품의 온라인 판매루트인 이데이몰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라며 “그 외 추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오쎄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추이는 △2011년 1억6300만원, 2억4500만원 △2012년 -4억5300만원, -3억6200만원 △2013년 -7억4400만원, -6억6900만원 등이었다.
 
같은 기간 오쎄의 부채비율은 2011년 600%, 2012년 921% 등으로 점차 높아지더니 급기야 2013년에는 부분 자본잠식(62.29%)에 빠졌다.
 
대리점 상대 갑질 행보, 용량 줄여 제품가격 간접 인상효과 등 논란
 
‘꼼수 승계’ 논란에 휩싸인 정식품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의 구설수들도 새삼 재거론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안은 대리점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과 꼼수 가격 인상 관련 논란 등이 꼽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식품은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 등의 ‘갑질’을 하다가 공정위에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는 “베지밀 등 제품을 구입하라고 대리점에 강요한 정식품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2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의해 적발된 행태는 ‘갑질 종합선물셋트’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수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식품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매월 집중관리 품목을 선정해 제품별 할당량을 정하고, 관할 35개 대리점에 할당량 이상을 사들이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신제품과 매출부진 제품, 타사와 경쟁이 치열한 상품 등에서는 특히 더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 자료:중소기업청 및 기업보고서(K-REPORT) ⓒ스카이데일리

정식품은 매월 말 팩스와 이메일, 구두로 할당량을 정해 대리점에 전달했다. 대리점이 할당량 미만으로 주문하는 경우 영업사원이 임의로 변경하거나 주문 여부와 상관없이 강제로 출고시켰다. 정식품은 반품불가 정책에 따라 강제 할당받은 물량을 반품하지 못하도록 했고, 결국 대리점은 팔지 못한 제품에 대해서는 덤핑으로 처리하거나 폐기처분해야만 했다.
 
갑질 논란이 잠잠해질 때 쯤, 정식품은 또 한번 부정적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소비자를 상대로 한 기만행위였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정식품은 소비자판매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중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간접적 가격 인상을 시도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식품은 자사 대표 상품인 베지밀에 대해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가격 인상을 실시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용량을 슬그머니 줄였는데, 기존 한 팩당 1000㎖인 제품의 용량을 950㎖로 5%나 줄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정식품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가격은 그대로 하되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행위로 가격 인상효과를 누렸다”며 “이러한 편법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