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사는 삼원유통이 사들였던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일대의 땅. 이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전두환 차남 회사 비자금 세탁 의혹
1993년 수산물 가공 ‘삼원유통’ 설립
1994~96년 강원 건물·땅 사들여
조세포탈 수사로 비자금 포착되자
2007년 유죄 확정 전 팔아 추징 회피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이는 수산물 수입·가공업체 삼원유통의 궤적을 살펴보면, 은닉재산을 법인 명의의 부동산 매매를 통해 복잡하게 세탁함으로써 추징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삼원유통은 금융실명제 뒤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전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49)씨의 조세포탈 사건 유죄 확정판결 직전에 부동산을 모두 처분했다.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전 전 대통령 비자금 관리가 어려워지자 재용씨가 삼원유통을 설립해 비자금을 회사 법인으로 숨겼고, 이후 조세포탈 사건으로 수사받는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의 꼬리가 잡히자 자산을 다시 처분해 현금화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삼원유통 설립 시기와 부동산 매매 시점이다. 1993년 8월12일 저녁 8시 ‘대통령 긴급 재정경제명령’ 형식으로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됐다. 비자금이 노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릉시 연곡면에 있던 회사가 1993년 8월28일 이름을 ‘삼원유통’으로 바꾸고, 주문진읍에 있던 다른 회사와 1994년 3월1일 합병했다. 같은 날, 삼원유통은 현재 재용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음향기기 수입업체 ‘삼원코리아’의 서울 본점에 삼원유통 지점을 등록하고 다음달 수산물가공업으로 업종을 바꾸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1994년 12월에는 삼원유통에 자본금 20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주주는 불분명하지만, 이후 재용씨와 전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62)씨가 이사로, 이씨의 부인 홍정녀(61)씨가 감사로 취임한 것으로 보아 이들의 공동회사로 추정된다. 현지 주민들은 삼원유통을 ‘전두환 처남 회사’로 알고 있다.삼원유통은 급격히 보유 부동산을 늘렸다. 1994년 3월1일 합병과 동시에 강릉시 주문진읍의 토지 4697㎡와 건물 3483.53㎡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합병 전후 소유권을 취득한 강릉시 일대 토지만 7758㎡, 건물은 6449.68㎡에 이른다. 1995년 12월16일과 1996년 12월5일엔 경기도 이천시 건물 1735.25㎡와 토지 2482㎡의 소유권을 회사 명의로 취득했다.이후 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재용씨의 조세포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73억여원이 포착됐다. 재용씨는 그해 2월 구속됐고 2007년 6월15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삼원유통은 확정판결 직전 부동산을 팔아치웠다. 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이 재용씨에게 흘러들어간 점이 밝혀진 만큼 관련 보유 자산을 처분해 추징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삼원유통은 2007년 3월26일 토지와 건물을 합한 강릉시 부동산 1만3535.68㎡(4100평)를 16억5000만원에 일괄 처분했다. 같은 날 삼원유통은 이천시 부동산 4217.25㎡를 9억5000만원에 이 회사의 이사인 이창석씨에게 팔았다. 이씨가 회사로부터 매입한 땅과, 이 회사 감사인 홍정녀씨가 주변에 보유하고 있던 땅을 합한 이천시 부동산 8493.25㎡(2574평)는 2009년 1월6일 한 개인에게 24억원에 일괄 매각됐다.삼원유통의 ‘이상한 청산’도 의혹을 키운다. 삼원유통은 2007년 12월3일 영업활동을 중단했고 5년간 활동이 없어 2012년 12월3일 법원이 ‘휴면회사’로 보고 해산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같은 공장이 현재 ‘비엘유통’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재용씨와 이창석씨가 함께 경영하는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과 이름이 유사하다. 2005년부터 삼원유통의 이사를 지낸 이가 현재 ‘비엘유통’의 대표이사다.고나무 김경욱 송경화 기자 dokko@hani.co.kr 전재용씨가 3개사 ‘한묶음 운영’…외삼촌·외숙모도 임원으로검은돈 세탁창구 의혹 회사들 전씨 가족지분 100% 비엘에셋
삼원코리아 지배…이창석 공동대표
삼원유통-코리아 주소지 같아 수산물 가공·유통업체로 등록됐던 삼원유통은 음향기기 수입업체인 삼원코리아 및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과 사실상 한 묶음의 회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49)씨가 있다. 재용씨는 이들 세 업체의 경영에 참여하며 농수산물 유통·가공업, 음향기기 무역업뿐만 아니라 토지 매매, 아파트 건설업 등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여왔다.우선 재용씨는 부인 박상아(41)씨 등 자신의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 비엘에셋의 대표이사이고, 비엘에셋은 삼원코리아 전체 지분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삼원유통의 지분 구조는 현재 알 수 없지만, 재용씨가 2006년 7월19일 삼원유통과 삼원코리아에 나란히 이사로 취임한 것을 보면 이들 두 회사도 밀접한 지분 관계를 맺었을 것으로 보인다. 재용씨는 삼원유통 이사로 이 회사의 법인이 해산된 2012년 12월3일까지 재직했다. 삼원코리아에서는 이사가 된 이듬해인 2007년 3월5일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금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재용씨뿐만 아니라 그의 외삼촌인 이창석(62)씨와 이씨의 부인 홍정녀(61)씨 역시 삼원유통과 삼원코리아 두 곳에서 각각 이사와 감사로 재직했다. 이씨는 지금도 재용씨와 함께 삼원코리아의 공동대표이사이며, 홍씨 역시 감사를 맡고 있다.전씨 일가뿐 아니라 일부 경영진도 두 회사에 겹치기로 등장한다. 2001~2006년 삼원유통 대표이사를 지낸 윤영길(59)씨는 삼원코리아 이사로 1993~2005년 등재됐으며, 2006년 삼원유통 대표이사를 지낸 김승수(54)씨 역시 같은 해 삼원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다.삼원코리아와 삼원유통은 비엘에셋이 회사 주소를 옮기 때마다 함께 움직이기도 했다. 비엘에셋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와 종로구 광화문 일대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주소를 옮길 때 삼원코리아는 같은 곳으로 주소를 옮겼다. 삼원유통 역시 1994년과 2004년 두차례 삼원코리아의 주소지인 강남구 역삼동과 서초구 서초동으로 서울지점을 옮겼다. 이들 회사를 사실상 ‘전재용의 회사’로 볼 수 있는 이유다. 김경욱 송경화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