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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 밥그릇 쟁탈전 '막전막후'

곡산 2008. 10. 29. 15:43

형제간 밥그릇 쟁탈전 '막전막후'
[기획시리즈]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 ③범현대家
2008년 10월 23일 (목) 11:33:00 이연춘 기자 lyc@newsprime.co.kr

[프라임경제]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란 표현이 재계에선 흔한 말이 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선 가족간·형제에 '사업 앞에서는 혈육도 외면한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가에선 밥그릇 싸움은 결국 경영권 분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해 추한(?) 모습으로 세간에 비춰지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창업주가 일궜던 그룹의 모태가 2세로 넘어가는 과정에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가족간·형제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본지에서는 재계 대표적인 경영권 분쟁을 재조명해봤다.

범현대家는 재계 여타 그룹보다 가장 경영권 분쟁이 잦았다. 지난 2000년 일명 '왕자의 난'에 이어 2003년 '숙질의 난' 그리고 '2006년 '시동생의 난'에 이르기까지 갈등의 실마리보다는 더욱 꼬이기만 했던 것이다. 

   
   
우선 왕자의 난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그룹의 양대축이었던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파워싸움이라 단정 지을 수 있다. 

2000년 3월 정몽구 회장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정몽헌 회장이 보류하면서 촉발됐다. 몽구-몽헌 형제는 첨예한 신경전은 결국 장기화되기에 이르렀고 이에 정주영 명예회장은 결국 형제들의 동반퇴진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후 왕 회장 친필 서명 논란 등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고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했다. 그해 11월 몽구 회장이 몽헌 회장 계열인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왕자의 난은 일단락됐다.

이후 범현대家 형제들의 평화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현대그룹은 이후 유동성위기에 몰려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이 채권단에 넘어갔고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도 결국 계열 분리하는 수순을 밝았다.

결국 현대그룹의 적통을 이어받은 정몽헌 회장은 왕회장의 대북사업을 이어 받았지만 대북송금 특검 수사에 휘말려 2003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즉, '왕자의 난'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2003년 11월 시삼촌과 질부 사이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간에 숙질의 난이 발생했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家의 정씨 일가 적통성의 명분을 내세워 현대그룹의 인수를 선언하면서 이 분쟁은 또다시 세간에 알려졌다.

현정은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이끄는 KCC는 지분 경쟁을 하며 2004년 3월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압승하며 일단락됐다.

일각에선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회장은 경영권을 놓고 지분경쟁을 벌였던 터라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家의 형제간의 갈등은 지난 2006년 4월 현정은 회장은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형수인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26.68%를 매입하면서 '시동생의 난'이 촉발된 것이다.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 방지 명분으로 지분 매입에 나섰지만 현 회장은 공개적으로 '시동생의 경영권 찬탈'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유상증자와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방어에 나서며 겨우 끝을 맺었다.

그동안 단순한 갈등 봉합을 넘어 뒤엉켜 있던 현대家의 분위기가 해소될 가능성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7주기에 그동안 가족행사나 형제들이 모이는 제사 등 모습을 보이지 않던 정몽구 회장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참석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형제·가족간의 관계가 풀리지 않겠냐’라는 관측이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의 잡음을 제거하는데 정 회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정 회장이 현대家가의 장손으로 엉키고 설킨 문제를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하지만 범현대家에 아직 소리없는 전쟁이 점쳐진다. 올해 재계의 큰 관심인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것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현대중공업 정몽준 의원이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보여 또다시 가문 내 한판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고 정몽헌 회장이 이어받은 현대그룹의 핵심. 2001년 채권단에 넘어간 뒤 2006년 정상화됐고, 올해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금력이 풍부하고, KCC 등 정씨일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현대중공업이 단연 인수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올해 초 2,700억원을 들여 조카가 만도를 되찾는 걸 도왔고, 현대중공업과는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는 등 가문이 힘을 합치는 분위기까지 보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과 관련해서는 일체 검토한 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인 반면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 측은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공식화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영향을 받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현대건설의 채권자인데, 정몽준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 편에서 새 정권창출에 기여했고, 반면 현정은 회장은 박근혜 전대표의 좌장 김무성 의원의 조카라는 점에서 향후 현대건설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