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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CSR, 큰 회사마다 앞다퉈 설치한다는데 그게 뭔가요 ?

곡산 2008. 4. 24. 08:51

[틴틴경제] CSR, 큰 회사마다 앞다퉈 설치한다는데 그게 뭔가요 ? [중앙일보]

‘기업의(Corporate) 사회적(Social) 책임(Responsibility) 위원회’
예전 기업은 제품·기술만 좋으면 성공했죠
요즘은 기부·자원봉사, 친환경 경영

‘사랑의 집짓기’에 참여한 최태원 SK회장이 전동공구를 이용해 작업하는 모습. [중앙포토]
기업인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경련이 내놓은 게 바로 각 회사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법을 어기지 않고 경영을 잘하는지 점검하고, 또 체계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CSR이란 기업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뜻합니다. 그런데 틴틴 여러분은 돈을 벌 목적으로 만든 기업이 왜 굳이 CSR 활동을 하려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사실 CSR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버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서 존경받는 대상이 되기 위한 활동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기부나 자선사업 등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CSR은 이런 기업들의 ‘선행(善行)’이나 ‘모범경영’ 활동이 몇 걸음 더 진화한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10년, 20년 전만 해도 좋은 제품과 기술, 마케팅 능력만 갖고 있으면 기업은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지요.

하지만 소비자나 주주·종업원 등 기업을 둘러싼 사회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을 보는 눈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한 기업을 평가할 때 단순히 상품 가격이나 품질로만 따지지 않습니다. 환경이나 인권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인 관심이 있는지 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요즘 지구 문제가 된 온난화만 해도 기업이 생산활동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당연히 환경파괴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론이 커졌지요.

이런 상황에서 온난화 문제를 ‘나 몰라라’ 하는 기업과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업체의 평판은 금세 갈리게 됩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소비자들은 온난화에 적극 대처하는 기업에 더 호감을 갖지요.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특별한 재능이 있다 해도 주변을 배려하지 않는 친구는 인기가 없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지요. 인터넷 등 정보화도 기업의 CSR 활동을 재촉하는 요인입니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속히 늘면서 기업이 부정적인 사건이나 사고에 휘말리면 순식간에 퍼집니다.

이럴 경우 제품 판매나 주가에도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고 심지어 회사가 문을 닫기도 합니다. 얼마 전 ‘생쥐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식품회사처럼 말이죠. 반대로 CSR 활동을 적극 펼쳐온 기업들은 좋은 입소문이 퍼져 경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기업에 CSR은 하느냐 마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 ‘생존의 문제’로 바뀐 셈이죠.

미국에서는 CSR을 적극 펼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이른바 SRI(Social Responsible Investment)펀드도 있습니다. 그 규모만 2003년 기준으로 2조3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 전체 펀드시장의 12%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지요.

또 인텔이나 휼렛패커드(HP) 같은 회사들은 자신의 회사는 물론 수천, 수만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CSR을 잘 지키는지 감독하는 전담 인력을 따로 둘 정도입니다. 선진국에선 사회 전체가 기업의 CSR 추진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표준화기구(ISO)라는 단체는 아예 ‘기업의 포괄적인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기준(ISO 26000)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이르면 2009년 말부터 이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요. 한마디로 세계 기업에 공통적으로 잣대를 댈 수 있는 도덕적 기업의 표준, 혹은 기준을 정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CSR 활동은 분야와 방법이 워낙 다양해 딱 어떤 것만 있다고 단정짓기는 힘듭니다. 다만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는 있습니다. 첫째, 사회 공헌적 책임입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활동들입니다. 기업들의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이 대표적인 예지요. 둘째는 윤리적 책임입니다. 소비자나 종업원, 지역사회 등이 기업들에 원하지 않는 활동 또는 관행을 하지 않거나, 반대로 사회가 원하는 규범·기준·기대 수준을 맞추려는 노력입니다. 셋째는 법률적 책임입니다. 노동·환경·반부패 등 사회가 만들어놓은 법과 규범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경제적 책임입니다.

기업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또 투자와 고용창출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에 가장 강조하는 부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CSR 활동에 이제 막 눈을 뜨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몇몇 큰 대기업이나 경제단체들만이 이제 겨우 관심을 갖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CSR은 업종과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경영전략’입니다.

초고속 성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모범 기업’의 사례로 경영학 교과서에 오르기를 기대해 봅니다.


표재용 기자


■ CSR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울고 웃는다는데
‘착한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이 무신경 기업보다 훨씬 좋죠


세계적인 기업도 CSR 때문에 울고 웃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CSR 활동을 잘한 기업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칭찬 받고 회사 경영도 좋아지는 선물을 받습니다. 반면 이를 무시한 기업은 최악의 경우 회사 문을 닫는 비극을 겪기도 합니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친환경 기업으로 이미지를 변신한 덕을 톡톡히 본 사례입니다. GE는 1977년 폴리염화비페닐(PCB)의 생산이 금지되기 전까지 수십 년간 뉴욕의 허드슨강에 오염물질을 방류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2001년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취임한 뒤 ‘친환경 전략(Ecomagination)’을 추진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이 때문에 CSR을 적극 추진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인 DJSI 월드펀드는 GE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마쓰시타전기 역시 친환경 제품인 ‘그린 상품’을 전체 매출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이라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것은 물론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회사 가치를 끌어올린 곳도 수두룩합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X)는 83년에 미국 ‘자유의 여신상’ 복원 캠페인의 하나로 카드 사용을 촉진한 공익연계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AMEX는 그해 카드 사용률이 27% 늘어나고 신규 카드 발행률도 17%나 급증했습니다.

반면 CSR을 무시한 기업들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습니다. 50년에 설립된 일본 최대의 유제품 업체였던 유키지루시유업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회사는 제조 과정에서 오염된 우유를 팔아 1만4789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2000년)해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은폐하거나 책임을 미루려는 태도를 고집했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끝내 사퇴해야 했고 브랜드 이미지는 급락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사도 2004년 관절염 치료제인 바이옥스의 부작용을 쉬쉬하고 감추어 오다 들통나는 바람에 그해 매출이 전년보다 42%나 뒷걸음치는 타격을 받았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97년부터 4년간)한 결과 친환경 기업의 주가수익률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착한 기업’들이 훨씬 더 좋은 경영성과를 거둔다는 이야기지요.

그렇다고 기업이 경영은 뒷전으로 미룬 채 무조건 ‘좋은 활동’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도 기업의 CSR 활동은 사회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라는 뜻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기업 활동과 사회적 기여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게 정답이라고 합니다.

표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