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④유로 강세..유로존 경제 위협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3.16 05:53 | 최종수정 2008.03.16 05:53
수출경쟁력 약화 속 獨-佛 입장 엇갈려.. ECB 금리정책 혼선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유로존(유로화 가입지역) 공동 통화인 유로화의 강세가 유로존의 수출과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강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유로화는 이번 달 들어 대(對)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14일 현재 유로당 1.56 달러를 넘어섰다. 1999년 1월1일 유로화 출범 이후 34%나 상승한 것이다.
유로화는 출범 직후인 1999년 1월 4일 1.18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2000년 10월에는 0.82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2003년부터 유로화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완전히 역전됐다.
유로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유로존의 수출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상승세를 보여온 유로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달 21일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5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2.2%에서 1.8%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집행위는 지난 해 11월 신용위기의 충격 등을 반영해 유로존의 2008년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 강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인 슬로베니아의 안드레이 바주크 재무장관은 유로화의 기록적인 강세가 유로화 가입 15개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주크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로화 초강세가 경제성장과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최근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로화 강세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이 커지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3일 프랑스 언론 회견에서 "환율, 특히 대 달러 환율의 혼란스런 변동은 경제성장이란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음을 다시 지적하고자 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과도한 환율 움직임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체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EU 회원국별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EU 차원에서 아직 강력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독일은 유로화 강세에도 불구,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는 등 아직까진 버틸만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유로화 강세로 세계시장에서 자국 상품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ECB에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독일의 수출은 유로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독일의 지난 1월 수출은 전 달보다 3.8% 증가한 844억유로를 기록했으며 무역 흑자도 171억유로에 달했다.
올해 초부터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독일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 바 있으나 중국, 중동, 중동부 유럽 등 신흥 경제 지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독일의 수출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독일 이외 유로존 국가의 사정은 다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기업들은 수출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등 일부 EU 회원국은 ECB에 대해 성장과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금리를 인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ECB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인플레 억제를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CB는 지난 6일 프랑크푸르트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4.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지난 2005년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2003년 6월부터 2.0%로 유지해 온 기준금리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2006년 3월, 6월, 8월, 10월, 12월, 2007년 3월, 6월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2005년 12월 이후 8번 단행된 금리 인상으로 ECB의 금리는 6년 만의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리셰 ECB 총재는 금리발표 후 기자 회견에서 중장기적인 인플레 기대를 억제하는 것이 ECB의 최우선 정책 목표라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우리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ECB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ECB는 경기부양보다는 인플레 억제를 정책의 우선 순위로 두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ECB가 지난 수년간 유지해 온 긴축기조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ECB는 유로존의 인플레 우려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을 것이지만 유로화 강세로 인해 외환 관리 부담이 커지고 경기 악화 전망이 심화될 경우에는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화 강세와 달러 약세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미국 간에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분석가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서방선진 7개국(G7)이 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공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 경쟁력 강화의 이익을 얻고 있는 미국은 달러화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ECB도 유로화 강세가 물가 관리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ongbs@yna.c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유로존(유로화 가입지역) 공동 통화인 유로화의 강세가 유로존의 수출과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강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유로화는 이번 달 들어 대(對)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14일 현재 유로당 1.56 달러를 넘어섰다. 1999년 1월1일 유로화 출범 이후 34%나 상승한 것이다.
유로화는 출범 직후인 1999년 1월 4일 1.18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2000년 10월에는 0.82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2003년부터 유로화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완전히 역전됐다.
유로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유로존의 수출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상승세를 보여온 유로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달 21일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5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2.2%에서 1.8%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집행위는 지난 해 11월 신용위기의 충격 등을 반영해 유로존의 2008년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 강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인 슬로베니아의 안드레이 바주크 재무장관은 유로화의 기록적인 강세가 유로화 가입 15개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주크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로화 초강세가 경제성장과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최근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로화 강세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이 커지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3일 프랑스 언론 회견에서 "환율, 특히 대 달러 환율의 혼란스런 변동은 경제성장이란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음을 다시 지적하고자 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과도한 환율 움직임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체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EU 회원국별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EU 차원에서 아직 강력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독일은 유로화 강세에도 불구,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는 등 아직까진 버틸만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유로화 강세로 세계시장에서 자국 상품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ECB에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독일의 수출은 유로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독일의 지난 1월 수출은 전 달보다 3.8% 증가한 844억유로를 기록했으며 무역 흑자도 171억유로에 달했다.
올해 초부터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독일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 바 있으나 중국, 중동, 중동부 유럽 등 신흥 경제 지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독일의 수출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독일 이외 유로존 국가의 사정은 다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기업들은 수출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등 일부 EU 회원국은 ECB에 대해 성장과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금리를 인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ECB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인플레 억제를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CB는 지난 6일 프랑크푸르트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4.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지난 2005년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2003년 6월부터 2.0%로 유지해 온 기준금리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2006년 3월, 6월, 8월, 10월, 12월, 2007년 3월, 6월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2005년 12월 이후 8번 단행된 금리 인상으로 ECB의 금리는 6년 만의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리셰 ECB 총재는 금리발표 후 기자 회견에서 중장기적인 인플레 기대를 억제하는 것이 ECB의 최우선 정책 목표라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우리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ECB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ECB는 경기부양보다는 인플레 억제를 정책의 우선 순위로 두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ECB가 지난 수년간 유지해 온 긴축기조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ECB는 유로존의 인플레 우려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을 것이지만 유로화 강세로 인해 외환 관리 부담이 커지고 경기 악화 전망이 심화될 경우에는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화 강세와 달러 약세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미국 간에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분석가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서방선진 7개국(G7)이 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공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 경쟁력 강화의 이익을 얻고 있는 미국은 달러화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ECB도 유로화 강세가 물가 관리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ongbs@yn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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