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환율전쟁> ③달러 약세, 약인가 독인가

곡산 2008. 3. 16. 18:54

<환율전쟁> ③달러 약세, 약인가 독인가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3.16 05:53 | 최종수정 2008.03.16 05:53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 미국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의 둔화 속에 금리 인하를 지속해온 미국이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유럽 등의 중앙은행들이 함께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 한 달러화 가치 추락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을 증대하는 효과가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여 경제성장은 정체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면 상대국 입장에서는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이 낮아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유 등 주요 상품가격의 고공행진은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압력을 키워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 추락하는 달러 가치..깊어지는 고민 =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지난 13일 유로화에 대해 1.5624달러까지 가치가 하락하는 등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엔화에 대해서도 12년여 만에 달러 당 100엔대 아래로 떨어지는 등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다.

달러화는 지난달 초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일시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추가 금리 인하 및 약달러 용인 시사 등으로 인해 급락하고 있다.

여기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미국 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 오는 18일 정례회의에서 또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단기적인 전망도 매우 비관적이다.

올해 1,2분기 미국의 경제상황이 안 좋을 것이란 예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나온 이야기이지만 연착륙 예상이 대세를 이루면 지난해 말과는 달리 지금은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훨씬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 달러화의 움직임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달러의 기록적인 하락세는 달러화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하는 원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상품 가격의 급등을 불러오고 있다.
국제유가는 12일 사상 처음으로 배럴 당 110달러를 넘어선 뒤 111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국제금값도 사상 처음으로 온스 당 1천달러를 돌파했으며 곡물가도 들썩이면서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달러가치 하락이 가져오는 수출증대 효과도 전체 경제상황 속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이 원유 등의 기록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오면서 수입비용을 증가시켜 무역적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무부가 발표한 1월 무역적자는 582억달러로 이전 달의 579억달러에 비해 늘어났다.
달러 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 1월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수출액이 1천482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원유를 비롯한 국제상품 가격 급등으로 상품과 서비스 수입액 역시 2천64억달러로 신기록을 세운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미국의 원유수입 평균 가격이 배럴 당 84.09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총 원유수입비용도 271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한 무역적자 감소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심화되는 경기침체 우려 =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최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상식적인 정의로는" 이미 침체상태라고 진단했다.

비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이란 기술적인 침체의 정의에는 맞지 않지만 경제체감온도는 이미 침체에 빠진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공포로 바뀌었을 정도로 미국 경제의 상황이 안좋다는 징후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미국의 월간 고용이 2개월 연속 감소하고 2월 소매판매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그동안 논란을 빚던 미국의 경제상황 진단이 경기침체로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밝다면서도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고 어려운 경제상황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지난해 9월 이후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로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던 정책당국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일 경매 방식을 이용해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국채를 대여해주는 'TSLF(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를 새롭게 도입, 최대 2천억달러를 풀기로 한 데 이어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더 큰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정부 예산을 동원한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며 정부 대책의 효과 역시 하반기에나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달러 가치 반등의 실마리는 = 유로화에 대한 달러 환율은 이미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내놓은 1분기 유로-달러 환율전망치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놓은 환율전망 보고서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 환율이 1분기와 2분기에 유로 당 1.51달러를 보인 뒤 3분기에 1.45달러, 4분기에 1.40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1분기에 유로 당 1.51달러에서 2분기에 1.53달러까지 환율이 오른 뒤 3,4분기에 각각 1.51달러와 1.48달러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미 1.55달러까지 넘어서면서 전망이 무의미한 상태가 돼버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상황과 ECB를 비롯한 주요국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달러화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현상태에서는 1985년에 이뤄진 플라자합의처럼 정부나 여러 국가의 개입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미국의 경제상황 호전 조짐 등이 나타나야만 달러화의 움직임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의 하강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경기회복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이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달러 가치의 하락추세가 반전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나온 대책의 효과가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거나 ECB 등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과 같은 상황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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