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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⑤日경제, 엔화 급등으로 주름살

곡산 2008. 3. 16. 18:56

<환율전쟁> ⑤日경제, 엔화 급등으로 주름살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3.16 05:53 | 최종수정 2008.03.16 05:53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 엔.달러 환율이 90엔대까지 내려가는 등 가파른 엔고(高) 진행으로 일본 경제 전반에 걸친 주름살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일본 경기 회복을 주도해온 수출 관련 기업들이 직격탄을 받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증시도 덩달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또한 각 기업의 임금인상에도 차질을 줄 것으로 보여 개인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의 계속적인 침체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 최근의 엔화 강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엔고를 극복하기위한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안 약세가 지속되면서 경기회복에 순풍으로 작용했던 엔화는 지난해 6월에는 달러당 124엔까지 하락했었다. 그러나 불과 8개월 사이에 무려 24엔 이상이나 가치가 치솟았다.

일본의 대표적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엔.달러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약 350억엔의 이익이 사라져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자동차도 200억엔 가량의 타격을 입게 되며 소니와 마쓰시타, 샤프 등 주요 전기전자 업체들도 1엔 떨어질 때마다 20억-60억엔 정도의 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달 말까지인 2007회계연도에는 평균 환율이 110엔대 중반은 될 것으로 보여 그런대로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2008년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들의 경우 환율이 105엔만 돼도 이익 증가를 달성할 수 있는 회사가 8개사 가운데 스즈키와 도요타 정도일 뿐 나머지는 이익 감소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100엔 아래로 떨어질 경우 타격은 더욱 심각해진다.

노무라증권금융경제연구소는 최근 2008년도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해 연결 기준으로 경상이익이 6.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말 시점에서 내놓은 8.7% 성장에서 2.3% 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으로, 100엔으로 떨어질 경우 성장률이 2% 전후대까지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의 엔화 급등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금년도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하면서 연내에 디플레이션을 털고 내년을 일본 경제의 '정상화 원년'으로 삼겠다며 의욕을 보였었다.

그러나 책정 환율이 달러당 111.20엔이어서 최근의 엔화 급등으로 이미 11엔 가량의 격차가 생겨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고토 야스오(後藤康雄) 주임연구원은 성장의 원동력인 외수와 함께 수출기업의 설비투자에 의존해온 일본 경제에 있어 10엔의 엔고가 발생할 경우 실질 GDP 성장률을 0.4% 끌어내릴 것이라는 추산 결과를 내놓았다.

최근의 엔화 추이는 현재 진행중인 각 기업들의 임금협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침체된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실적 호전이 임금과 고용으로 파급돼야 하는데, 기업들이 실적악화를 우려해 노조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임금협상 추세를 선도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노조측의 기본급 월평균 1천500엔 인상 요구에 대해 1천엔만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혼다자동차는 지난해 타결액에서 100엔을 깎은 800엔의 회사측 인상안을 제시했다.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전기전자업계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천엔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도 외수 주도의 경기를 내수 주도로 전환시키기 위해 민간 기업의 임금인상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그에 따른 미국 경기 후퇴 우려에 엔고 변수까지 겹쳐 강하게 밀어붙일 수 없는 형편이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 급등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해외 생산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개혁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당국은 최근의 엔화 급등에 대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급속한 엔고가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반응만을 내놓고 있다.

엔화 급등을 막기위한 시장개입 등의 인위적인 조치 등은 검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의 급등이 일본 경제의 자체 요인보다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로 촉발된 달러 약세에서 기인하고 있어 시장개입의 효과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무역흑자 확대로 경상수지가 25조1천200억엔으로 전년에 비해 26%가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엔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적도 당국의 시장 개입에 선뜻 나설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l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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