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②국내 기업 희비 '교차'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3.16 05:52 | 최종수정 2008.03.16 05:52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 전자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들은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반기고 있지만 항공, 식품, 정유업계는 유가에 이어 환율이라는 복병까지 나타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최근의 환율 상승이 수익적인 측면에서 유리하게 반영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매출액이 2천억원 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 상승도 즉각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이 상대적으로 엔고 현상을 보이면 일본 브랜드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는 그러나 최근 환율 인상 추세와 관계없이 올해 환율 예상치 900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전자업계도 환율 상승으로 큰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925원, LG전자는 885원 등 국내 전자 업체 대부분이 환율을 800원 후반대에서 900원대 초반으로 설정하고 경영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환율이 급등하면서 1천원선까지 위협하자 수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전자업계로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3천억원, LG전자는 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환율 상승이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원자재가 인상과 고유가 등으로 인해 효과가 밖에서 예상하는 것 만큼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항공업계는 고유가와 더불어 환율까지 상승함에 따라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객들로부터 원화를 받고 여객기 구입 및 유류 구입을 위해서는 달러로 지출하고 있는 구조라 환율 상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올해 경영계획에 환율을 920원으로 잡은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동결 선언까지 할 정도로 최근 고유가와 환율 상승에 대해 위기 의식을 갖고 대처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비용 지출에 있어 연간 22억달러 정도가 부족해 이 액수만큼 환율의 영향을 받는데 환율이 상승할수록 부담이 커지게된다"면서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고스란히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경영목표를 세울 때 기준환율을 910원으로 잡았으며 10원 오를 때마다 15억원의 적자가 생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환헤지를 하고 있으며 국내선 가운데 적자 노선을 일부 정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유가나 환율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연초에 유가는 80-90달러, 환율은 900원초반-후반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업계획을 세워놨다.
하지만 환율이 오르면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체 특성상 일단 원유도입 비용이 높아진다는데 고민이 있다.
또 정유사는 유전스를 통해 원유도입대금을 결제하는데 유전스는 원유 정제 및 판매 시점에 결제할 수 있도록 은행이 대납하고 60-90일 후에 결제하게 돼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보는 구조다.
시설 투자 등을 위해 해외채권도 발행하는 정유사들은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평가액이 커져 평가손이 발생한다.
SK에너지는 올해 원 달러 환율은 915원,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80달러 내외로 예측했다. 그러나 SK에너지는 최근 환율이 980원까지 오르며 환차손이 발생해 외화환산부채가 확대되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식품 원자재 국제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는 가운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각 업체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원가 압박이 가중되면서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밀가루 제조업체의 경우 대한제분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원료인 밀 수입비용이 연간 45억원, CJ제일제당은 30억원 가량 오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식용유나 전분ㆍ전분당 제조 업체들도 주원료인 대두와 옥수수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비슷한 수준의 비용 증가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식품업체들은 1-2개월에 한번씩 들여오는 원자재의 대금 결제 기간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국제 곡물가가 폭등했던 시기에는 환율이 내려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환율도 함께 뛰고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원자재 값 상승세에 환율 약세마저 장기화하면 결국 가격 인상 시기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자동차, 전자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들은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반기고 있지만 항공, 식품, 정유업계는 유가에 이어 환율이라는 복병까지 나타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최근의 환율 상승이 수익적인 측면에서 유리하게 반영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매출액이 2천억원 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 상승도 즉각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이 상대적으로 엔고 현상을 보이면 일본 브랜드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는 그러나 최근 환율 인상 추세와 관계없이 올해 환율 예상치 900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전자업계도 환율 상승으로 큰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925원, LG전자는 885원 등 국내 전자 업체 대부분이 환율을 800원 후반대에서 900원대 초반으로 설정하고 경영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환율이 급등하면서 1천원선까지 위협하자 수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전자업계로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3천억원, LG전자는 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환율 상승이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원자재가 인상과 고유가 등으로 인해 효과가 밖에서 예상하는 것 만큼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항공업계는 고유가와 더불어 환율까지 상승함에 따라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객들로부터 원화를 받고 여객기 구입 및 유류 구입을 위해서는 달러로 지출하고 있는 구조라 환율 상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올해 경영계획에 환율을 920원으로 잡은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동결 선언까지 할 정도로 최근 고유가와 환율 상승에 대해 위기 의식을 갖고 대처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비용 지출에 있어 연간 22억달러 정도가 부족해 이 액수만큼 환율의 영향을 받는데 환율이 상승할수록 부담이 커지게된다"면서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고스란히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경영목표를 세울 때 기준환율을 910원으로 잡았으며 10원 오를 때마다 15억원의 적자가 생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환헤지를 하고 있으며 국내선 가운데 적자 노선을 일부 정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유가나 환율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연초에 유가는 80-90달러, 환율은 900원초반-후반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업계획을 세워놨다.
하지만 환율이 오르면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체 특성상 일단 원유도입 비용이 높아진다는데 고민이 있다.
또 정유사는 유전스를 통해 원유도입대금을 결제하는데 유전스는 원유 정제 및 판매 시점에 결제할 수 있도록 은행이 대납하고 60-90일 후에 결제하게 돼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보는 구조다.
시설 투자 등을 위해 해외채권도 발행하는 정유사들은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평가액이 커져 평가손이 발생한다.
SK에너지는 올해 원 달러 환율은 915원,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80달러 내외로 예측했다. 그러나 SK에너지는 최근 환율이 980원까지 오르며 환차손이 발생해 외화환산부채가 확대되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식품 원자재 국제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는 가운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각 업체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원가 압박이 가중되면서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밀가루 제조업체의 경우 대한제분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원료인 밀 수입비용이 연간 45억원, CJ제일제당은 30억원 가량 오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식용유나 전분ㆍ전분당 제조 업체들도 주원료인 대두와 옥수수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비슷한 수준의 비용 증가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식품업체들은 1-2개월에 한번씩 들여오는 원자재의 대금 결제 기간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국제 곡물가가 폭등했던 시기에는 환율이 내려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환율도 함께 뛰고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원자재 값 상승세에 환율 약세마저 장기화하면 결국 가격 인상 시기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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