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작은 거인 SPC그룹 ‘손 대는 것마다 1위’ | |||||||||
아침 출근 길 회사 옆에 위치한 파리바게뜨에서 빵 하나를 사들고 나온다. 이게 K 과장의 오늘 아침 식사다. 점심 식사을 먹은 뒤 근처 파스쿠치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사들고 나오는 게 일상화된 지 오래다. 오후 4시, 오늘 따라 더욱 출출하다. 던킨도너츠에서 파는 작은 도넛이라도 몇 개 먹으러 잠시 나갔다 올까 싶다. 퇴근 길 K 과장은 배스킨라빈스에 들러 ‘오늘은 뭘 골라 먹을까’를 고민한다. 파리바게뜨, 파스쿠치,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샤니. 모두 SPC그룹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들이다. 베이커리, 도넛, 아이스크림 등 진출하는 분야마다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는가 하면 사양길이라는 양산빵 분야에서도 연일 히트상품을 쏟아내는 등의 성과로 ‘식품업계 삼성전자’로 불린다는 SPC그룹. 그 성공비결이 요즘 식품업계 화제다. 그룹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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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PC그룹 내에서는 6개 계열사가 있다. 그룹 모체인 ‘삼립’과 ‘샤니’,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을 전개하는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의 ‘비알코리아’ 등 4개 업체가 주력이다. 이외에 생지(오븐에서 구워지기 직전의 제품)를 생산해 유통하는 ‘SPC로지스틱스’와 SPC그룹 소속 프랜차이즈를 계획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하는 ‘SPC캐피탈’ 등이 있다. 유일하게 SPC캐피탈만이 식품과 무관한 계열사다. SPC그룹 매출액은 2000년부터 급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2000년 매출액 4810억원에서 2006년 1조1722억원을 거쳐 지난해에는 1조47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평균 10% 가까운 매출 신장세다. 순이익 역시 매출액의 10% 이상을 유지해왔다. SPC그룹은 원래 태인샤니그룹이었다. 2002년 삼립식품을 인수한 뒤 2004년 SPC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샤니의 S, 파리크라상의 P, 컴퍼니의 C가 합쳐진 의미다. 고 허창성 창업자는 45년에 창업한 삼립식품을 큰아들 허영선 전 회장에게 물려줬다. 둘째아들 허영인 회장은 72년 삼립식품에서 분사된 샤니를 맡았다. 양산빵만 하던 삼립식품이 고급빵시장을 공략해보기 위해 설립한 업체가 바로 샤니다. 두 아들이 물려받은 삼립과 샤니는 그러나 이후 행보가 크게 엇갈렸다. 콘도 등 비주력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던 삼립식품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반면 1986년 설립한 자회사 파리크라상이 고속성장을 거듭한 샤니는 제빵업계 블루칩으로 거듭났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까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전성시대에 들어선 샤니는 2002년 급기야 그룹 모체인 삼립식품을 인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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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PC그룹을 이끄는 주력 기업은 파리크라상이다. 2006년 기준 파리크라상 매출액은 5080억원으로 SPC그룹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을 넘어간다. 2004년 3490억원, 2005년 4130억원 등 매출액이 급성장곡선을 그렸다. 비알코리아도 성장동력이다. 2004년 1740억원 매출을 올렸던 비알코리아는 2006년에는 23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반면 양산빵 업체인 샤니와 삼립은 성장곡선이 가파르지는 않다. 그러나 매년 조금씩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다들 사양산업이라 일컫는 양산빵시장에서 이 정도만도 선방이다. 이처럼 모든 계열사가 골고루 성장한 게 SPC 성공신화의 핵심이다. ① 기본에 충실한 경영 “각 업종마다 최적입지라는 게 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물론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까지 모두 최적입지만 적절하게 파고들어갔어요. 당연히 가맹점들이 잘될 수밖에 없지요. 출점 원칙을 잘 지켰다는 얘기인데, 이게 말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브랜드가 인기있으면 서로 내겠다고 하고 당연히 본사는 여기저기 가맹점을 내주고 싶어하지요. 당장 돈이 되니까요. 그런 유혹을 견디고 출점 원칙을 끝까지 지킨 게 바로 세 브랜드의 공통적인 대박 비결입니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 분석이다. 물론 이처럼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자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했던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정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허영인 회장이 엄청 비즈니스를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고 귀띔한다. ② 끊임없는 연구개발 지난 1월 14일 서울대 한편에서 ‘서울대학교 SPC 농생명과학 및 기초과학 연구동’ 기공식이 열렸다. SPC는 이를 위해 서울대에 45억원을 기부했다. 향후 연구동에서는 서울대와 SPC그룹이 산학협동을 해 식품연구를 하게 된다. SPC그룹은 또 2005년에는 SPC식품종합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외에 식품안전센터, 그룹디자인실 등을 줄줄이 신설했다. ‘중견 식품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연구개발 열정’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게다가 허영인 회장은 미국제빵학교 정규과정을 정식으로 이수했다. ‘발효가 약하다’는 식으로 콕 집어 지시하는 회장 아래서 근무하는 개발진들이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일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 같은 연구개발에의 열정이 오늘의 SPC그룹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경희 소장은 “빵 맛에 있어서 만큼은 파리바게뜨가 최고라는 데 이견이 없지 않느냐”고 덧붙인다. ③ 적절한 변신 사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는 물론 파리바게뜨까지 최근 트렌드인 웰빙과 그다지 맞아떨어지는 아이템은 아니다. 그럼에도 세 브랜드가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것은 그때그때 적절한 변신을 해온 덕분이다. 트랜스지방이 화두가 되면서 일약 도넛이 트랜스지방의 주범으로 떠오른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 같은 고비를 던킨도너츠는 베이글을 전면에 내세워 웰빙 메뉴를 취급한다는 이미지로 불식시켰다. 동시에 ‘카페형 도넛점’을 표방하면서 2002년 15%에 불과하던 커피 점유율을 2006년 35%까지 끌어올렸다. 도넛에 집중됐던 관심이 베이글과 커피로 옮겨지면서 던킨도너츠는 곧 트랜스지방 이슈와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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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빵 등 캐릭터 빵은 시들어가는 양산빵시장에서 샤니가 찾아낸 틈새시장이다. 성인들은 대부분이 베이커리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초등학생 등 아동층에서는 양산빵이 인기다. 이들을 겨냥해 내놓은 삼립 ‘국찌니빵’, 샤니 ‘포켓몬스터빵’과 ‘케로로빵’이 줄줄이 히트를 쳤다. 특히 케로로빵은 현재 하루 25만봉씩 팔려나갈 정도로 대인기다. 샤니는 조만간 생산라인을 조정해 하루 50만봉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을 정도다. 향후비전
외식업 역시 SPC그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현재 샌드위치카페 ‘타마티’, 영국식 레스토랑 ‘퀸즈파크’, 우동전문점 ‘사누끼보레’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2010년 2조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게 SPC그룹 측 비전이다. 올해 1조7000억원대 매출액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갈 길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김소연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44호(08.02.2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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