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경영

좋은 회사가 되길 원하는가?

곡산 2006. 3. 7. 19:38
최고 회사가 되길 원하는가, 신나는 일터이자 진지한 놀이터 돼라
[이코노믹리뷰] 2006-03-06 09:29
“브랜드 가치나 고객, 연구개발(R&D) 같은 무형자산은 기업가치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기업은 무형자산에 자원을 우선 투자해야 한다”
- 세드릭 리드 -

#산악자전거용 음료수 용기의 디자인을 인간 심장의 삼첨판(심방과 심실을 연락하는 구멍 )에서 얻고 동네 장난감가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디자인이 그 유명한 애플의 마우스였다. 장난 같은 행동이나 놀이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산업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세계 최고 디자인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의 IDEO에서 이노베이션은 팀·열정·테크놀로지·일터·모험·재미·경쟁·비전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일어난다. 틀에 박히지 않고 놀이처럼 즐기는 가운데 뛰어난 창의적 성과가 나왔다.

창업 멤버인 톰 켈리는 그의 저서 《유쾌한 이노베이션》에서 “최고 회사가 되기 원한다면 이노베이션 기업문화를 회사에 뿌리내려 신나는 일터이자 진지한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 회사 직원들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적었다. 4명으로 시작한 IDEO는 현재 미국·영국·독일·중국 등에 현지 법인을 두며 300여 명의 인재를 거느린 세계 최고 디자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즈니스위크>는 2004년 IDEO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이 회사가 제품이 아닌 경험을 창출하면서 좋은 디자인을 재정의했으며, 특히 이제 기업의 혁신 방식의 변화를 일깨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특히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유명하다. 5단계 방법은 관찰, 브레인스토밍, 신속한 샘플제작, 개선, 그리고 실행이다. 브레인스토밍의 경우 매 회 한 시간 이상 하지 않는다. 룰은 엄격해야 하고, 벽에 붙여놓는다. ‘그러나’는 사용 못하고 ‘그리고’만 사용할 수 있다. 큰 바탕에 빨강·파랑·노랑의 마커를 이용하며 끼어들거나 끊지 않고 경멸하지 않는다.

전략과 혁신의 근원은 창의성에서 나온다. 그 구체화의 하나는 디자인이다. IDEO의 CEO인 팀 브라운은 창의성은 초심자의 마음에서 접근하는 것에서 촉발된다고 본다. 그는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고 예쁘게 하는 작업 그 이상이다. 디자인을 미래의 창의적 방식의 하나로 생각하게끔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사고는 혁신의 접근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영의 중요한 전략을 IDEO에서 자문 받는다. 삼성전자도 그 예다.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한 IDEO 관련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1년 저가 이미지의 명성을 극복하고 기업 명성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삼성의 디자이너와 경영진들은 IDEO 혁신 워크숍에 초청받아서 나중에 혁신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1990년대의 삼성전자가 내놓은 혁신적인 일련의 제품의 시발이 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6년 신년사에서 디자인 혁명과 브랜드 경영을 선언하고 나서 이들 핵심 무형자산에 대해 역량을 결집시켰다. 당시 이회장은 “기업 무형자산의 핵심으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전략을 구상하라”고 지시했다. 2005년 4월에는 다시 한 번 디자인혁명 10주년을 선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었다.

삼성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디자인 경영센터는 윤종용 부회장 산하 독립조직으로 운영된다.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은 센터장을 겸임하며 최고 디자인책임자(CDO)를 맡고 있다. 삼성 디자인부서의 회의도 IDEO처럼 자세와 말투도 자유분방하고 장소도 회사 안팎 어디서건 열린다. 디자인과 함께 삼성이 추구한 브랜드 전략은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2005년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 20위인 1490억5000만달러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예에서 보듯,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에 대한 투자는 눈에 보이는 가치로 나타난다. 하지만 가치로 나타나기 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R&D 성격이 강하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최병현 연구위원은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미래에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무형자산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농부가 당장 배고프다고 내년에 심을 종자까지 먹어버린다면 그 농부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의 한 세션에 참석한 뒤 <비즈니스위크>는 적어도 두 가지가 명확해 졌다고 보도했다. 하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진들은 혁신과 창의성이 그들 기업의 미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는 것. 두 번째는 전 세계 곳곳에서 창의적 재능을 갖춘 인재가 대거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 무형자산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IDEO의 CEO인 팀 브라운은 “조직은 혁신을 필요로 한다. 조직의 리더와 기업의 리더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혁신에 성공한 조직은 언제나 왕성한 학습을 실행해 왔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 지도자의 강한 의지와 전략적 관리역량 없이 혁신에 성공하는 조직은 없다.

강력한 리더십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영진의 과도한 자기만족이 전략적 재앙의 원인으로 종종 지목받는다”고 지적한다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재무책임자인 CFO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세드릭 리드·재키 로스 등 IBM비즈니스컨설팅서비스의 선임파트너들은 2003년 펴낸 <넥스트 CFO>에서 이미 이를 예견했다.

향후의 CFO의 역할 중 최우선 조건은 미래의 성과예측과 계획이다. 주주 가치 분석이나 가치 경영 실행에 머무르지 않고, 가치 창출의 잠재적인 기회들을 투자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한다. 새로운 가치 창출 요소들을 꾸준히 탐색 검증해야 하며, 신규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검토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한 무형자산의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경영진에 대해 알려 주어야 한다.

저자 중 하나인 세드릭 리드는 “브랜드 가치나 고객, 연구개발(R&D) 같은 무형자산은 기업가치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재무제표에는 안 나타난다”면서 “경기가 침체될수록 기업은 무형자산에 자원을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이런 변화는 가시화되고 있다. IBM이 전 세계 74개국 889명의 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CFO의 절반 이상이 재무 조직의 최우선 분야로 비즈니스 성과 측정 및 모니터링, 부서간 협력을 통한 성장 전략 수립 및 수행,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개선 등을 선택했다. 지난 1999년까지 CFO 역할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거래처리 활동은 현재 50%까지 줄었으며, 향후 3년 안에 30%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의사결정 지원과 성과 관리 활동은 과거 15%의 업무 비율에서 이제 30% 가까이 증가했으며 향후 3년 내 40% 이상의 업무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이제 단순히 회계처리에 대한 총괄만을 의미하는 CFO는 사라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김영효 한국IBM 비즈니스컨설팅서비스 부사장은 “재무 관리자 10명 중 4명은 재무 담당 직원들이 계좌 처리나 세금과 같은 거래 업무에 치여 성장이나 혁신, 경쟁력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분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서 “정보통합에 의한 BI (Business Intelligence)를 전사적 경영관리에 활용해 영업 구매 등의 정보까지 모두 관리하는 버추얼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차세대 재무조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stanlee@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