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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우유', 가치 소비로 시장 견인...유업계 ESG 경쟁 본격화

곡산 2026. 4. 8. 07:28
'저탄소 우유', 가치 소비로 시장 견인...유업계 ESG 경쟁 본격화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4.07 08:51

서울우유 판매 2배↑…매일유업·제주우유도 동참
친환경 프리미엄 경쟁 본격화
가치소비의 기준이 되는 저탄소 인증을 받은 우유 제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매일유업 '상하목장 유기농우유', 서울우유 '저탄소우유', 제주우유의 '유기농A2우유'와 '어니스트밀크요거트' 

 

우유 시장의 경쟁 기준이 ‘맛’과 ‘가격’에서 ‘탄소’로 이동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저탄소 인증 우유가 실제 판매 증가로 이어지며, 가치소비가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서울우유 제품이 전월 대비 판매량 2배 이상 증가한 데 이어 매일유업, 제주우유 등도 저탄소 인증 제품을 앞세워 시장에 본격 합류하면서 유업계 전반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저탄소 인증 우유는 제품 차별화가 아니라 생산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혁신이라는 점에서 산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수로 평가된다.

 

생산방식이 바뀐다…‘저탄소 축산’이 경쟁력

저탄소 인증 우유의 핵심은 제품이 아니라 젖소 사양관리, 분뇨 처리, 에너지 운영 등 목장 전반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생산 방식으로 설계된다.

젖소 개체당 생산량을 높이고 경제수명을 늘려 동일 생산량을 더 적은 개체로 유지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직결된다. 또 대두박, 미강 등 부산물을 활용한 TMR 사료를 통해 사료 효율을 높이고 자원 순환까지 동시에 달성하는 방식도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저탄소 원유 생산 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산업 구조 전환의 출발점으로 읽힌다.

 

분뇨·에너지에서 갈려…탄소 경쟁력의 핵심

저탄소 축산의 경쟁력은 분뇨와 에너지 관리에서 갈린다. 분뇨는 메탄 배출의 주요 원인이지만, 교반과 공기 유입을 통한 발효 관리로 배출을 줄이면서 고품질 퇴비로 전환할 수 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도입이 확대되며 농가 단위의 에너지 자립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결국 탄소 경쟁력은 생산비가 아닌 ‘배출 구조 설계’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유 1kg당 탄소까지 계산”…인증의 정량화

저탄소 인증은 정량적 기준을 기반으로 한다. 우유 1kg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사양관리, 분뇨, 에너지까지 포함해 산정하며 평균 0.74kgCO2eq 대비 최소 10% 이상 감축해야 한다. 목표 수준은 약 0.61kgCO2eq다.

HACCP, 무항생제, 유기축산 등 기본 인증과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 기반과 탄소 저감 기술을 갖춰야 하는 만큼 단순 친환경 마케팅과는 차원이 다른 ‘시스템 인증’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우유 ‘판매 2배’…시장 반응이 먼저 움직였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 시장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서울우유의 저탄소 인증 제품은 전월 대비 판매량이 2배 이상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체세포수 1등급, 세균수 1A 수준의 고품질 원유를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만 줄인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환경과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유제품처럼 생산 과정의 환경 영향이 큰 품목일수록 저탄소 인증 여부가 핵심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일유업 ‘상하목장’…2024년 국내 최초 '저탄소' 인증 획득

매일유업은 유기농 브랜드 ‘상하목장’을 중심으로 저탄소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는 유기농 전용 목장에서 생산된 원유만을 사용하며, 젖소 한 마리당 900㎡ 이상의 초지와 넓은 방목·축사 공간을 확보하고, 무농약·무화학비료 사료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등 자연 친화적 사육 환경을 유지한다.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상하목장은 2024년 국내 최초로 저탄소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해당 목장은 일반 농가 평균 대비 18%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매일유업 측은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려면 모든 생산 기반이 저탄소 조건을 갖춰야만 하는 만큼, 저탄소 인증보다는 친환경 유기농 우유라는 점을 강조하는 '프리미엄’으로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 인식도 변화하고 있는데, 자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젊은 부모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지며, 유기농에 ‘저탄소’ 가치가 결합된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매일유업 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상하목장은 앞으로도 '저탄소'라는 지표를 포함해 사람과 동물이 건강하고 환경이 깨끗한 유기농 그이상의 가치를 실현하는 상하목장의 헤리티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고 매일유업 관계자는 전했다.

 

인증 농가 100호 시대…공급망 경쟁으로 확산

현재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은 젖소 농가는 100호를 넘어섰으며, 서울우유는 100곳 이상의 인증 목장에서 생산된 원유를 별도로 집유·관리하고 있다.

이는 단순 제품 경쟁이 아니라 ‘저탄소 원유 공급망 확보 경쟁’으로 산업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 주요 유업체들이 생산 기반까지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향후 저탄소 인증 여부가 유제품 시장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저탄소는 선택 아닌 기준”…유제품 산업의 방향 전환

전문가들은 "저탄소 인증 우유의 확산은 일반적인 트렌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투명성이 글로벌 식품 시장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원료 단계의 탄소 관리가 곧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저탄소 우유는 ‘환경을 위한 선택’을 넘어 ‘시장 생존 전략’으로 전환되는 양상이어서, 유제품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생산 방식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이미 ‘탄소’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