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4.07 22:57
형태 중심 규제 한계·해외 직구 확대·수출 차질 우려 확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반식품의 정제·캡슐 형태를 제한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시장 혼란과 산업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오인을 막겠다는 정책이 '제형 규제'에 집중되면서 원인과 처방이 어긋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오인 증가... 식약처 "정제·캡슐 형태 제한 필요"
식약처는 최근 일반식품이 정제·캡슐 형태로 유통되면서 소비자가 이를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검토안에 따르면 멜라토닌, 글루타치온, 콘드로이친, 대마씨유 등 특정 성분을 강조한 제품이 정제 형태로 출시되며 오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사용 용도와 섭취 방법을 기준으로 규제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큰 제품은 제한하고, 조리용이나 기호식품 등 사용 목적이 명확한 제품은 허용하는 방향이다.
특히 과·채가공품의 정제 형태는 전면 금지하고, 당류가공품과 식용유지류는 당초 허용 취지에 맞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형태만 막는다”…오인 원인과 처방의 엇박자
문제는 정책 설계의 방향성이다. 식약처 자료에서도 소비자 오인은 원료, 제형, 섭취 방식이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할 때 발생한다고 분석됐지만, 실제 개선안은 제품의 ‘형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오인의 본질은 정보와 인식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외형적 제형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해당 자료에서는 표시 강화, 광고 규제, 소비자 교육 등이 주요 개선 방안으로 제시됐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제품 자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품 포장에 일반식품임을 명확히 표시하고 허위·과대광고를 관리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를 제조 자체 금지로 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규제 강화할수록 해외 직구 확대…관리 사각지대 우려
소비 흐름의 역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에서 정제·캡슐형 제품이 제한될 경우 소비자는 동일 제품을 해외 직구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내 유통 제품은 규제되지만 실제 소비는 관리 범위를 벗어나게 되며, 결과적으로 안전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오히려 통제력이 약화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식용유지류는 캡슐 형태가 섭취 편의성 측면에서 사실상 대체가 어려운 제형으로, 규제가 시행될 경우소 소비는 해외로 이동하고 국내 시장은 위축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대마씨유, 크릴오일 등 주요 제품군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가 추진 중인 대마 산업 육성 정책과도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 막히면 수출도 막힌다…산업 경쟁력 직격탄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정제형·캡슐형 일반식품이 주요 제품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보충제 시장인 미국의 경우 연질캡슐은 13.1%, 동물성 경질캡슐은 11.1%의 점유율을 보일 정도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도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해당 제품 생산이 제한될 경우 수출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수입업체는 해당 제품이 자국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자유판매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 판매 금지는 곧 수출 차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통 채널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높은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 주요 매장에서 관련 제품이 사라질 경우 K-푸드 소비 경험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단순 규제를 넘어 시장 확장성과 소비 경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결국 이번 정책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 방식’에 있다. 제품 형태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표시·광고 관리와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실효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검토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식약처는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다만 소비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 현실과 글로벌 기준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형태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접근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 개선과 표시·광고 관리 체계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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