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니?"..호텔바에 등장한 AI의 정체 [트렌드 레시피]

[파이낸셜뉴스] 서울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M29.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시그니처 루프탑 바에 들어서자 색색의 칵테일이 늘어선 바 카운터 사이로 흰색 외형의 인공지능(AI) 로봇 바텐더 ‘마리(Mari)’가 분주히 움직였다. 고객의 주문과 취향을 인식한 마리가 쉐이킹 동작을 반복하며 칵테일을 완성하는 모습은, 기존 호텔 바에서는 보기 어려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개관 5주년을 맞아 ‘AI Meets M29’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AI가 기획하고 제안한 콘셉트와 레시피를 바탕으로 호텔 바텐더들이 칵테일을 완성하는 AI 협업 프로그램이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시연이 아니라, AI의 아이디어를 실제 호텔 경험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공개된 5가지 시그니처 칵테일은 모두 AI가 직접 이름과 콘셉트를 제안했다. 공간과 프로모션 취지를 반영해 페어몬트 서울의 지난 5년과 여의도의 리듬, 그리고 호텔이 지향하는 미래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레드 제네시스(Red Genesis) △안개 낀 여의도(Foggy Yeouido) △여의도의 노을(Sunset Glow) △강철과 영혼(Iron & Soul) △영원한 5주년(The Eternal 5)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콘셉트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코스 구성과 연출 전반에 그대로 반영됐다. 각 칵테일은 AI가 제안한 초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호텔 바텐더들이 재료 선택과 맛의 균형, 표현 방식을 조율해 완성했다. 메뉴를 따라가다 보면 ‘AI가 설정한 방향성’과 ‘사람의 감각으로 다듬어진 결과물’이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실제로 코스가 시작되자, 칵테일은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졌다. 웰컴 드링크로 등장한 ‘레드 제네시스(Red Genesis)’는 강렬한 붉은 색감의 젤리 샷 형태로, 페어몬트의 탄생을 상징하듯 첫인상부터 시선을 끌었다. 플로럴한 향과 또렷한 산미가 느껴지는 칵테일에 딸기 리코타 크로스티니를 곁들이자 크리미한 질감이 더해지며 맛의 대비가 분명해졌다.
이어진 ‘안개 낀 여의도(Foggy Yeouido)’는 잔 주변을 감싸는 안개 연출과 함께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한강 새벽의 고요함을 떠올리게 했다. 진의 보태니컬한 캐릭터가 스모크드 살몬의 기름진 풍미를 깔끔하게 잡아주며, 시각적 연출과 맛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고객 참여형으로 완성되는 ‘여의도의 노을(Sunset Glow)’은 노란 칵테일에 색을 더하는 순간 보랏빛으로 변하며 여의도 노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유자 간장을 곁들인 관자 세비체와 만나 시트러스한 산미와 감칠맛이 또렷하게 살아났다. 파크원의 강렬한 구조에서 착안한 ‘강철과 영혼(Iron & Soul)’은 스모크 향이 퍼지며 분위기를 단숨에 전환했다. 묵직한 위스키의 바디감과 트러플 비프 타르타르의 흙내음이 맞물리며 가장 성숙한 조합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칵테일 ‘영원한 5주년(The Eternal 5)’은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함과 마스카포네 치즈 폼의 부드러움이 겹쳐지며 코스의 끝을 정리했다.

이번 ‘AI Meets M29’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각 칵테일에 ‘Refined recipe(리파인드 레시피)’가 별도로 제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AI가 고객 데이터와 트렌드를 기반으로 콘셉트와 초기 레시피를 제안하고, 이를 호텔 바텐더들이 실제 서비스 환경과 맛의 균형, 고객 반응을 고려해 다시 다듬은 결과물이다. 예컨대 샴페인을 젤리 샷으로 구현했을 때 풍미 표현에 한계가 있거나, 허브와 카카오 조합이 과도하게 플로럴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베이스 주류와 재료 구성이 조정됐다. 수급이 어려운 원료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체하거나, 단맛과 산미의 균형을 위해 일부 재료를 덜어내는 선택 역시 같은 맥락이다. AI가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사람은 이를 ‘마실 수 있는 경험’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번 프로모션의 칵테일은 AI의 아이디어 위에 사람의 감각과 판단이 더해지며 완성도를 높인 결과물로, 기술과 호스피탈리티의 협업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매장 업무에 투입되는 것처럼, 호텔업계에서도 AI 활용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프로모션 기간에는 AI 로봇 바텐더 ‘마리(Mari)’가 게스트 바텐더로 참여해 호텔 바텐더들과 협업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고객은 AI와 사람이 함께 칵테일을 완성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까지 운영되며, 하루 20~25명 한정으로 진행된다.
페어몬트 서울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AI가 만든 아이디어를 호텔 직원들이 실제 경험으로 완성한 협업의 결과물로 호텔업계 최초의 시도"라며 "앞으로도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페어몬트 서울만의 감성과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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