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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카드로 식품업계 옥죄는 정부…“가격 통제는 근본적 해결방안 아냐”

곡산 2025. 10. 23. 07:32
물가 안정 카드로 식품업계 옥죄는 정부…“가격 통제는 근본적 해결방안 아냐”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10.22 13:27

유통·원가 구조 개선 방안 논의 시급…R&D 및 신사업 등 기업 투자 어려울 것
​​​​​​​공정위·검찰·국세청 등 제분·제당 등 식품업계 대대적 조사 착수

정부가 물가 안정을 내세우며 식품업계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가격 담합 조사와 세무조사가 진행되며 업계가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과 독과점 구조가 물가 상승의 배경”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동아원 등 주요 제분업체 7곳을 상대로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최근 빵 가격이 6.5%나 급등하는 등 가공식품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그 원재료인 밀가루 시장의 가격 결정 과정에 담합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최근 4년간 국제 밀 가격과 국내 밀가루 가격 격차가 30% 이상 벌어졌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검찰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를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들 기업은 국내 설탕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수년간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와 검찰은 밀가루, 설탕, 달걀 등 주요 원재료 담합이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민생 범죄로 규정해 엄정 대응 중이다.

국세청도 지난달부터 가공식품 제조업체, 외식프랜차이즈, 농축수산물 유통업체 등 55곳을 세무조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원가를 부풀리거나 소득을 축소 신고하면서도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해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환율 상승, 인건비 부담, 유가 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가격이 오른 것임에도 기업에만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은 1400원이 넘고 유가와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비용 모두가 상승하고 있는데, 정부는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만 압박하고 있다. 특히 식품기업의 영업이익을 보면 4~5% 수준에 불과한데도 식품업계가 과도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처럼 옥죄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내수시장 포화와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식품업계 실적이 좋지 않다. 여기에 원재료값 등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물가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이마저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R&D는 물론 신사업을 위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품 관련 단체 한 관계자는 “물가 안정 정책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보다 구조적 문제인 유통·원가 구조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업계와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돼야 한다. 국내 물가가 높다고 원인 규명보다 업계 가격만 통제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