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0.22 07:57
알룰로스·스테비아·나한과 등 꼽혀…연간 6.2% 고성장
혼합 사용 땐 이질적인 맛 완화…안전성·원가 절감 충족
제로 음료, 제로 쿠키, 심지어 제로 초콜릿까지, ‘제로 단맛’의 전성시대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과거 제로 시장이 설탕보다 수백 배 단맛이 강한 ‘고감미료(High Intensity Sweeteners)’를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이제는 설탕과 비슷하거나 더 부드러운 단맛을 내는 ‘저감미도 감미료(Low Intensity Sweeteners)’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0kcal' 문구 하나면 충분했던 제로 음료 시장의 구매 공식은 완전히 바뀐 것.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을 뒤집어 '어떤 감미료'로 단맛을 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지갑을 연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로 칼로리’를 넘어 성분과 기능성을 꼼꼼히 따지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힘입어 국내 제로 음료 시장은 2023년 1조2780억 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글로벌 제로 탄산음료 시장이 2030년 32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거대한 흐름이 식품 산업 전체로 번져나갈 것을 예고했다. 아울러 이제 시장의 관심은 성장을 넘어 ‘질적 변화’에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제로 시장의 주역은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 극소량으로도 강한 단맛을 내는 고감미료였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분류한 사건은 소비자들에게 강한 경각심을 심어줬다. 비록 과학적으로는 일일 섭취 허용량 이내에서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이 사건은 소비자들이 고강도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에 대해 의문을 품고, 더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소비자들의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른 것은 알룰로스, 에리스리톨과 같은 저감미도 감미료다. 이들은 설탕과 비슷하거나 약한 단맛(감미도 0.5~0.8)을 내지만, ‘천연 유래’ 이미지가 강하고 설탕과 유사한 깔끔한 맛을 구현해 높은 선호를 얻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선호는 시장 성장률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고감미료 시장이 연평균 5.0%의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알룰로스나 에리스리톨 등이 포함된 저감미도 감미료 시장은 이를 웃도는 연평균 6.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소비자와 산업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자 선호도 최상위에는 알룰로스, 스테비아, 나한과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무화과나 스테비아 잎 등 자연물에서 유래했다는 '천연' 이미지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과당의 이성질체인 알룰로스는 몸에서 분해되지 않아 열량을 내지 않으며 설탕과 유사한 깔끔한 단맛을 구현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으며, 소비자들은 관련 제품에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제조사들 역시 이들을 신제품의 핵심 마케팅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에리스리톨과 같은 당알코올류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관망' 또는 '일부 기피'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들 감미료는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이 과다 섭취 시 경험할 수 있는 복부 팽만감 등 소화 불편 문제로 선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최근 대표적인 당알코올인 에리스리톨이 심혈관 질환과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일부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는 추세다.
저감미료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생존 전략인 ‘블렌딩(Blending)’의 핵심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는 맛과 안전성, 그리고 '원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카드다.
설탕은 단순히 단맛 외에 제품의 물성(질감)과 저장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감미료만으로는 이러한 설탕의 물리적 특성을 대체하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감미료가 해결사로 나선다. 전문가들은 감미료마다 고유의 '맛 프로필'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저감미료는 부족한 부피감을 채워주고, 고감미료 특유의 쓴 뒷맛이나 이질적인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고감미료는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소비자의 맛 선호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저감미도 감미료와 혼합된 형태로 주로 사용된다.
여기에 '원가'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해진다.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알룰로스는 아스파탐에 비해 가격이 수십 배 비싸다. 따라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테비아나 에리스리톨을 섞어 단가를 맞추면서도, '알룰로스 함유'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다.
결국 감미료의 배합 비율은 맛과 안전성, 그리고 경제성 사이의 치열한 줄다리기인 셈이다. CJ제일제당의 저당 소스 브랜드 '백설 슈가라이트'가 알룰로스와 스테비아를 조합하고, '저당 엽떡'이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스테비아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 음료 대기업 R&D 관계자는 "결국 두 감미료를 어떻게 최적으로 조합해 맛과 기능, 원가를 모두 잡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이제 제로 슈거 시장의 전쟁터는 단순히 더 강한 단맛을 찾는 경쟁을 넘어, 저감미료를 중심으로 더 정교하고 건강한 단맛을 설계하는 기술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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