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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시장 이단아 '찍먹 과자'…두 가지 맛 보장, 봉지 속 소스로 승부[New & Good]

곡산 2025. 2. 11. 07:50

스낵시장 이단아 '찍먹 과자'…두 가지 맛 보장, 봉지 속 소스로 승부[New & Good]

박경담입력 2025. 2. 6. 09:00
시즈닝 묻힌 과자 세상서, 튀는 찍먹 제품
원조 야채타임, 1989년 출시해 장수
오감자·나쵸, 찍먹 과자 시장 연 오리온
빙그레 '야채타임'. 빙그레 제공

찍어 먹느냐, 부어 먹느냐는 '찍먹 부먹' 논쟁의 단골 소재가 한국에서 탕수육이라면 서양에선 초코과자 오레오다. 오레오를 우유에 살짝 담근 뒤 입에 넣는 찍먹과 그냥 먹는 '그먹'은 팽팽하게 맞선다. 탕수육 소스를 마주 보고 앉은 찍먹파와 부먹파가 쉽사리 합의하기 어렵듯 말이다.

식품업계는 이처럼 소스를 즐기는 방식이 입맛에 따라 다르고 이를 표현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제품에 담고 있다. 과자가 한 예다. 과자는 제조 과정에서 시즈닝이라고 불리는 양념을 부어 통째로 묻혀 먹는 게 일반적이다. 탕수육으로 치면 부먹이 기본이다. 하지만 소스와 함께 먹는 과자도 적지 않게 보인다. 이색 상품을 넘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스낵시장 이단아 '찍먹 과자'다.

찍먹 과자 원조는 빙그레의 야채타임이다. 빙그레는 야채타임을 과자 속에 토마토케첩을 넣은 형태로 1989년부터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다. 야채타임이 나온 1980~90년대 초반은 인구 증가로 내수 시장에서 과자가 급성장한 시기로 통한다.

흥행하는 과자도 여럿 있었으나 신제품이 워낙 많아 경쟁이 거셌다.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과자 회사마다 튀는 제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야채타임도 출연했다. 빙그레는 2003년 라면 사업을 접으면서 비슷한 공정을 거치는 과자 사업까지 중단했을 때도 야채타임, 꽃게랑 등 일부 제품은 살렸다. 야채타임의 시장성을 감안한 조치였다.

오리온은 아예 찍먹을 앞세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1999년 선보인 오감자에 소스를 담은 '오감자 딥'을 2004년 출시해 찍먹 과자 시장을 열었다. 2017년엔 제품명을 '살짝 담그다'라는 뜻의 딥(Dip) 대신 한국 사람에게 친숙한 표현인 '찍먹 오감자'로 바꿨다.


찍먹 오감자,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개 판매

오리온 '찍먹 오감자 스윗칠리소스맛'. 오리온 제공

현재 찍먹 오감자는 양념바베큐소스맛, 스윗칠리소스맛 두 가지 맛으로 판매 중이다. 특히 스윗칠리소스맛은 2016년 생산을 멈춘 오감자 딥 스윗칠리맛을 패밀리레스토랑 인기 메뉴인 어니언링, 칠리소스 조합으로 업그레이드해 2014년 10월 새로 내놓았다.

매콤 달콤한 소스를 내세운 이 제품은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봉지가량 팔렸다. 제과업계에서 초인기상품을 가늠하는 기준은 한 달 판매량 100만 봉지다. 신제품인 찍먹 오감자 스윗칠리소스맛은 히트 과자 오감자의 명성을 이어갈 예비 스테디셀러인 셈이다.

오리온의 다른 찍먹 과자는 2023년 9월 선보인 '찍먹 나쵸 치폴레마요소스맛'이다. 나쵸는 살사 소스, 치즈 소스 등 소스에 찍어 먹는 대표적 찍먹 과자다. 다만 소스와 과자를 따로 구매해 즐긴다. 오리온은 나쵸와 소스를 한 봉지 안에 넣어 각각 살 필요 없이 한 번에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찍먹 제품은 먹는 즐거움에 찍는 재미를 더했다"며 "과자 본연의 맛, 소스에 찍어 먹을 때 색다른 맛 등 동시에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찍먹 과자가 스낵시장 변방에서 주류로 올라서긴 쉽지 않다는 업계 평가도 있다. 간편하고 편리하게 먹는 과자의 장점이 떨어지고 맛을 내는 시즈닝이 소스 역할을 충분히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한 손에 봉지를 들고 다른 손으로 집는 게 과자를 즐기는 방식인데 소스까지 있으면 이렇게 들고 먹기 어렵다"며 "소스를 찾으려고 과자 봉지를 헤집고 들어가 손에 양념을 묻혀야 하는 불편함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리온 '찍먹 나쵸 치폴레마요소스맛'. 오리온 제공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