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어? 옷이 말을 하네…'티셔츠 랭귀지'를 입은 그들
기사입력2017.03.23 08:00 최종수정2017.03.23 08:00
'혼밥 티'부터 '트럼프 싸이코 티'까지… 슬로건 패션이 뜨는 까닭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패션은 자신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옷에 따라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우울한 시기엔 패션이 더욱더 빛을 발한다. 특히 요즘엔 노골적인 '슬로건'을 담은 티셔츠들이 대거 등장했다.
요즘 온라인상에선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고양이 다 있고 나만 없어" 티셔츠를 입은 패러디 사진이 유행이다. 5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되면서 SNS(소셜 네트워크서비스)상에는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고 모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듯한 착각이 들 지경이다. 이를 보면서 경제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사람 들은 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심리를 담아 티셔츠에 이 문구를 새겨서 패러디했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혼밥'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이 현상을 담은 티셔츠도 인기를 끌었다. 혼밥(혼자 밥먹는 것)을 창피해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혼밥 티셔츠'다. 웹툰작가 '카광'으로 활동 중인 이상일씨는 4가지 버전의 혼밥티를 제작해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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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씨는 "혼자 밥먹는 건 더 이상 창피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편히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자'라는 의미에서 혼밥티를 제작했다"며 "더 이상 눈치보지 말고 당당해지라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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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의 낮은 인권을 꼬집는 '남의 집 귀한 자식' 티셔츠도 화제가 됐다. 장기불황과 청년실업 증가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면서 인격침해 등 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도 계속되고 있다. 남의 집 귀한 자식 티셔츠는 이들의 현실을 개선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SNS를 통해 알려진 후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하야' 문구를 담은 티셔츠가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티셔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아 여러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촛불집회 현장이나 일상 생활에서도 '하야'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늘면서 정치적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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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슬로건 티셔츠가 유행이다. 유명 모델 하리 네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아메리칸 싸이코'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공개했고,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트럼프 반대 티셔츠를 입고 뉴욕에 나타나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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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주인공 안나 윈투어 보그 편집장은 힐러리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입고 패션쇼에 참석하기도 했다.
크리스찬 디올은 2017 S/S 패션쇼에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문구 가 담긴 티셔츠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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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 패션은 6~70년대에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이후 7~80년대 유명 디자이너인 캐서린 헴넷,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의 손을 거치면서 좀 더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담아냈고 슬로건 패션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캐서린 헴넷의 슬로건 패션은 당대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을 담아냈다. "58% Don't Want Pershing(58%는 퍼싱미사일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를 만나 화제가 됐다. 냉전 끝무렵 영국내 미국의 미사일 설치를 반대한다는 여론을 반영했다. 이후에도 "Choose Life(약물남용, 자살 반대), No War(이라크 전쟁 반대) 등의 메세지를 담은 티셔츠를 선보였다.
슬로건 티셔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캐서린 햄넷은 요즘 패션계에 불어 닥친 슬로건의 부활을 두고 "젊은 세대가 스스로 좌절감을 느낀다는 걸 방증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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