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의 겁나는 '갑질'…유명 오리지널 안 부러운 '복제품 PB'
이경주 기자 (lkj@ceoscore.co.kr) 2014.03.07 08:45:18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슈퍼갑’으로 통하는 대형마트 눈치 때문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PB상품(Private Brand, 자체브랜드)을 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B상품은 주로 오리지널 브랜드(NB,National Brand) 점유율이 떨어지는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손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히트상품을 이름만 바꿔서 대형마트에 그대로 납품해 제조사가 제살을 깎아먹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똑같은 제품이 더 싼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원래 제품의 판매에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대형마트와의 관계유지를 위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하소연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롯데제과(대표 김용수)는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에 PB상품인 ‘이마트딸기카스타드’를 납품하고 있다. 이 제품은 롯데제과의 인기제품인 롯데 카스타드를 이름과 향만 바꾼 유사제품이다.
가격(성수동본점 기준)은 20개들이 롯데카스타드가 4천650원으로 같은 용량의 이마트카스타드 3천980원에 비해 700원 정도 비싸다.
크라운제과(대표 장완수)도 히트상품인 크라운산도의 유사제품인 이마트딸기샌드를 납품하고 있다. 두 제품은 크라운제과 대전공장에서 나란히 생산된다.
동원F&B가 제조하는 홈플러스의 ‘홈플러스좋은상품 혼합곡밥’은 ‘동원 센쿡 건강한 혼합곡밥’과 용량과 생산공장이 동일한 판박이 제품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본래 제품과 품질과 용량이 같다면 저렴한 PB상품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특히 이마트성수동 본점의 경우 매대에서 롯데 카스타드 바로 옆에 이마트딸기카스타드를 진열시켜 가격차이를 확연히 드러나게 해 직접적으로 PB제품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PB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 전혀 없다.
오리지날 제품의 인지도를 등에 업은 PB상품이 원래 제품과 경쟁하며 매출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더구나 PB제품 납품을 통해서는 이윤을 거의 남기지 못한다는 불평도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식품업체들이 이 같은 PB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갑’인 대형마트와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서다. 대형마트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는 PB제품을 내주게 되면 매대진열 등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자사 히트상품을 이름만 바꿔 출시하는 PB제품들이 장기적으로 브랜드인지도를 하락시키고, 수익성도 좋지 않은 것이 맞다”며 “하지만 매대진열권을 가진 대형마트가 PB상품을 출시해 달라고 하면 관계유지 차원에서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타사보다 매대진열 혜택을 더 얻거나 최소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냥 대형마트에 서비스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이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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