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문제' 2억 갈취..포장음식 이물질 900차례 협박
[착한 소비 좀먹는 블랙컨슈머[<1-1>점점 더 '악'쓰는 고객들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입력2013.11.04 06:31 수정2013.11.0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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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동희기자][[착한 소비 좀먹는 블랙컨슈머[<1-1>점점 더 '악'쓰는 고객들]
#1. "네 신랑이 어떤 놈인가 볼 거야. 내가 기어코 볼 거야. 그냥 대충 넘어갈 사람 같지? 나를 한번 건들면 난 지구 끝까지 쫓아가. 그리고 분명히 응징을 하고..."
지난해 말 상습사기와 협박혐의로 구속된 육군 대위 출신의 50대 후반 이모씨가 한 통신사 서비스센터 여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하는 대목이다.
이 씨는 가족과 친구의 이름을 빌려 스마트폰 22대를 개통하고, 단말기에 문제가 있다며 통신사 콜센터에 수시로 전화해 보상하지 않으면 해를 가하겠다고 상담원을 협박했다. 또 휴대전화 대리점에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가 "고객 응대가 왜 이 모양이냐"며 여직원에게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부어버리겠다"는 등 206차례에 걸쳐 공갈과 협박을 일삼았다.
이렇게 해서 뜯어낸 돈이 2년간 2억 4000만원. 해당서비스 센터직원들은 이씨의 협박에 미납 통신비 500만원까지 대납하는 등 괴롭힘을 당하다가 이씨가 행패 부리는 장면을 녹화한 CCTV를 경찰에 건넸고, 이씨는 구속됐다.
#2. "포장해간 음식물을 먹고 이물질로 치아를 다쳤다. 치료비를 주지 않으면 식약청 및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한과, 떡집, 식당 등 전국 소규모 영세 식품업체만 골라 이물질을 핑계로 협박해 총 937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을 갈취한 임모 씨와 공모한 엄모씨 일당이 지난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전국의 음식점 및 식품 관련업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노인이나 여성 업체대표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치밀함을 보였다.
기업 등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제품을 구매한 후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들은 '고객은 왕이다'라는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활개를 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는 '화이트 컨슈머'들의 이익까지 빼앗아가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이들의 협박에 기업생존의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블랙컨슈머..기업 80% 부당요구 경험=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4월 발표한 식품의 이물(다른 물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 비해 2012년의 이물 신고건수가 줄었지만 제조단계 이외의 혼입 의심이 추정되는 신고건수의 비율은 더욱 늘어났다.
2010년 총 8597건에서 2011년 5624건, 2012년 4658건으로 이물 신고건수는 줄었다. 2010년에는 소비와 유통단계에서의 이물 발견이 23.9%였던 것이 2012년에는 12.7%로 줄었고, 제조단계에서도 7%에서 7.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제조단계 이외의 혼입 의심·추정 등 기타항목의 비율은 2010년 42.3%에서 지난해에는 60.4%로 늘었다.
식약처 식품관리과 관계자는 "신고의 상당수가 제조단계에서 이물질이 들어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게 많으며, 이 가운데는 블랙컨슈머로 추정되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백지훈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 연구원은 "기업들의 80% 이상이 이 같은 블랙컨슈머들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로 블랙컨슈머 문제는 심각하다"고 밝혔다.
◇블랙컨슈머..건전한 소비자 이익 침해..한국이 더 심해=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블랙컨슈머의 행위는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는 '화이트 컨슈머'들의 이익까지 빼앗아가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미소매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부담하는 디쇼핑(de-shooping: 기업의 환불규정을 악용한 1회 사용 후 반납하는 형태)으로 2009년 94억달러(달러당 1060원 기준 한화 약 9조 9640억원)에서 2011년에 144억달러(약 12조 840억원)로 53%나 늘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이런 디쇼핑도 문제지만, 미디어와 SNS 등 인터넷을 협박 무기로 기업을 괴롭히는 경우가 더 많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고, 우리나라보다 IT 이용률이 낮아 허위사실 유보나 SNS의 영향이 적다"며 "한국은 IT환경이 좋아 0.2%의 소수 블랙컨슈머가 삽시간에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이어서 피해의 정도가 심하다"라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취약..감성노동자 피해 커=블랙컨슈머들은 상대방이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될 때 더 공격적으로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지난 4월 200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블랙컨슈머 대응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대부분의 기업(90%)이 '기업의 이미지 훼손 방지'를 꼽았고 '고소·고발 등 상황악화 우려(5.3%)' '업무방해를 견디기 어려워서(4.1%)'라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이미지 훼손이 곧 기업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서비스센터나 콜센터에 근무하는 여성 감성노동자들의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블랙컨슈머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성현 농협경제연구소 유통연구실 책임연구원은 "블랙컨슈머의 명확한 기준 설정을 위한 소비자 보호제도의 정비와 함께 소비자 불만 행동 신고제도 및 중재기구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블랙컨슈머들이 '언론제보'를 무기로 기업을 협박하는 만큼 언론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보도하는 냉정한 대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오동희기자 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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