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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매일식품]‘국산현미간장’ 최초 선보인 순천1호기업

곡산 2011. 9. 21. 08:08

[탐방-매일식품]‘국산현미간장’ 최초 선보인 순천1호기업
차별화된 기술로 신개념 제품 개발 경쟁력 높여
‘순천만’ 청정 고품질 현미 로컬 푸드 브랜드 육성
GABA 등 기능성분에 알레르겐 없어 경쟁력 충분

전남 순천시 서면 선평리 292번지엔 3대째 가업을 잇는 토박이 장류업체 매일식품(대표 오무)이 자리하고 있다. 1945년 해방되던 해 창업해 66년동안 간장 고추장 된장을 생산하며 우리 고유 전통발효식품의 맛을 지켜오고 있는 순천 1호 기업이다. 오무 사장의 모친 故 김방 여사가 시작한 사업을 지금은 오 사장의 장남인 오상호 상무에게 경영권을 2년 안에 넘겨주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부자관계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붕어빵 찍어낸 듯한 얼굴은 물론이고 성품이나 말투에서 묻어나는 겸손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걷는 태도까지 꼭 빼닮은 이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향토기업의 백년대계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될 즈음인 6월 하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잿빛구름이 잔뜩 찌푸려 있는 날 이른 아침 김포에서 비행기로 50분여 날아 도착한 여수공항에서 미국 출장 후 여독도 채 풀리지 않은 오 상무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급기야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을 따라 공항에서 다시 승용차로 30분여 달려 매일식품 순천공장에 다다르자 현관 앞까지 나와 기다리던 오 사장이 미소 가득 온화한 웃음으로 환영하며 사장실로 안내했다.


◇매일식품 오무 대표(왼쪽)과 꼭 닮은 아들 오상호 상무가 간장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세계 제일의 장류 기업으로 우뚤 설것을 다짐했다.

노란색 장판이 깔려 있는 사무실은 붙박이 장이며 책장들이 마치 안방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할머니께서 생전에 사용하시던 안방을 개조한 것”이란 오 상무의 설명을 듣고서야 우리의 느낌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오 사장은 지금도 매일 어머니의 온기를 느끼며 평온한 마음으로 사업에 몰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벽에 걸린 액자에서 ‘더 좋은 매일, 1535를 이루자!’라는 비전 속 암호와 같은 숫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 의미를 묻자 오 사장은 “‘2015년 350억 원의 매출을 올리자’는 목표수치”라고 답했다. 지난해 매출이 18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두 배로 키우겠다는 야심이 숨어있다.

매일식품은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차별화된 제품 개발로 시장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백간장’과 올해 출시한 ‘우리현미양조간장’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간장은 검은 색밖에 없었으나 매일식품은 탈색공정을 거친 식용유처럼 맑은 색의 간장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콩나물국이나 각종 나물의 고유 색깔이 나는 음식에 사용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은 일반 소비자용보다는 참치캔 조미액이나 콩나물국 등에 넣는 액상조미료 등 가공용으로 주로 공급하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백간장을 사용할 수 있는 요리메뉴를 제안하는 식의 소비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판용 제품을 내놓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선보인 현미간장은 지금껏 수입곡물을 위주로 한 장류시장에 국산 현미를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고품질 욕구에 부응하면서 정부차원의 쌀 소비촉진 운동에도 동참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한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순천만은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인근에서 생산되는 쌀(현미)과 국산 콩을 이용한 장류제품을 개발해 세계적인 로컬푸드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것이 ‘우리현미양조간장’ 개발의 출발선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통 장류의 품질향상과 현미에 함유된 GABA(감마아미노낙산), 올리고당 등 기능성분을 그대로 살려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매일식품이 야심차게 내놓은 현미간장 포장라인(좌측)과 온도에 민감한 된장, 고추장을 출고 전까지 섭씨 10~15도를 유지시켜 주는 저온창고.

현미에 함유된 GABA는 신경을 안정화시키는 스트레스 경감작용과 면역력 저하 억제 외에도 고혈압 및 뇌혈류 개선에 의한 불면 우울증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일본에서는 뇌혈류개선 의약품으로 승인된 성분으로, 앞으로 쌀의 기능성분이 장류에 잘 이행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오 상무는 설명했다.

국내 식품시장 규모는 약 43조원 정도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1.2%에 불과하지만 알레르기에 민감한 서구 소비자들을 겨냥해 Wheat free 등의 컨셉을 가진 장류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눈에 띄게 증가하는 어린이 아토피질환 등에 대응해 알레르겐이 없는 현미 원료의 장류 제품은 급식시장에서 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우리 현미를 이용한 장류제품의 확장 계획은 정부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해 지난 29일 농공상 융합사업으로 선정해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매일식품은 순천연합조합 공동사업법인(농산물 가공)과 전략적 제휴형 사업으로 진행해 한국의 고급 장류시장을 선도해나가는 한편 미국 등 선진국의 Wheat free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쌀과 친숙한 중국과 동남아 식문화에도 한국의 고품질 장류제품으로 공략해 한식세계화에 이바지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2013년 열릴 순천만 정원박람회에서 순천만산 친환경농산물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하는 대표사례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함으로써 매출증대에 따른 공장투자로 20여명의 직접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매일식품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우리현미양조간장’ 생산 공정을 돌아보고 위생 및 품질관리 실태를 살펴봤다.

농공상 융합사업 선정…현미된장·고추장도 추진
프리미엄 장류 미국 중국 동남아 시장 공략 채비
제조시설 HACCP 적용·공정별 분석 클레임 최소화


△오상호 상무
“장류는 HACCP 의무품목이 아니지만, 현재 OEM 물량이 많은 CJ제일제당의 HACCP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ISO9000 시리즈 외에도 고객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위주로 위생 및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품질관리의 차별화된 강점은 각 공정마다 제품의 성분을 분석해서 문서로 보관하는 것입니다. 제품에 대한 이상이 발견됐을 때 어느 공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품질관리가 가능하지요. 일반적으로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검사기계 도입을 우선으로 검토하지만, 기계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안전장치는 아니므로 도식화된 품질관리 매뉴얼의 근본을 흔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 같은 독창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산 현장을 안내한 오 상무는 “생산자가 자기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반품이 들어오면 일일이 하나씩 분석해 유형별로 정리해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인 지 5년째로서 이제는 소비자의 트렌드까지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처음엔 제조 품질관리에 대한 클레임이 많았지만 지금은 유통 중에 발생하는 파손이나 갈변현상 등 단순한 클레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비율도 0.2%에 불과하다. 제품의 갈변현상은 보관온도 너무 낮을 경우 이슬이 맺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매일식품은 온도에 민감한 된장 고추장의 경우 출고 전까지 섭씨 10~15도를 유지하는 저온창고를 별도로 마련해 보관한다. 매출비중이 65%에 달하는 간장의 경우 온도와 상관없기 때문에 250평 규모의 일반창고에 보관하며, 이와 별도로 200평 규모의 자재보관용 창고도 있다.


◇현미간장 생산을 위해 매일식품이 직접 개발한 생산 설비로 현재 특허 출원 중에 있다.

1982년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해 30년을 지나온 탓에 시설은 낙후됐지만, 급속도로 변모하는 세태 속에서 우리 전통장류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은 귀한 가치를 느끼게 했다. 조만간 원스톱으로 생산할 수 있는 현대식 자동라인을 구축한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말이 왠지 서운하게 들린다.

연구개발실은 구수한 장 냄새로 가득 차있다. 석사 1명, 학사 5명(식품기사 2명)으로 구성된 연구 인력은 식품업체 근무경력 30년, 21년, 10년 등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공정기술 개발 등 업무를 담당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것이 오 상무의 설명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조미료업체 출신의 일본인 기술고문을 통해 선진 기술을 습득하는 연구정진활동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요즘은 정부의 한식세계화 사업과 관련, 미국 뉴욕 레스토랑에 공급할 샐러드용 소스 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매일식품 연구원이 더 나은 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현미양조간장’은 현미가 발효과정에서 올리고당을 생성하기 때문에 별도의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 여기에 현미에 풍부하게 함유된 GABA 외에도 비타민 B1,B2 등 유효성분이 많아 ‘자연’과 ‘건강’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웰빙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에 쌀고추장이 나온 이후 쌀간장 개발을 논의했지만, 쌀에는 단백질이 부족해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내릴 즈음 모 기업서 ‘쌀단백질’을 생산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원료자체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 우리 쌀에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100% 쌀만 발효시킬 경우 색깔과 신맛 등 적성이 맞지 않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해 현미 20%에 콩과 밀을 일정량 혼합하는 방식으로 국산 원료만을 사용한 간장개발에 성공했다. 결국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결과를 얻은 것이다.

매일식품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미고추장과 된장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현미간장의 소비자가격은 4000원 선으로, 기존 일반간장보다는 약간 비싸고 유기농 프리미엄급보다는 저렴하게 책정했다. 국산현미 사용에 따른 원가부담은 크지만 이를 제품에 반영할 경우 가격저항이 크기 때문에 상당부분 자체적으로 흡수함으로써 시장에 연착륙시킬 계획이다.


◇현미가장을 비롯해 매일식품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장류 제품들.

이미 CJ제일제당이나 농협 아워홈 오뚜기라면 등 국내 유수의 식품업체 및 유통업체와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60여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과 제조 노하우, 안정적인 마케팅력을 보유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 매일식품이 '순천만'이란 청정이미지의 로컬브랜드로 우리 전통 장류시장에 신기원을 열고 세계시장에 비상할 날을 기대해본다.

김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