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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不問 채용시대..다시 보이는 고졸 출신 별들

곡산 2011. 8. 30. 18:48

학력 不問 채용시대..다시 보이는 고졸 출신 별들

최병렬 이마트 사장-40년간 한우물 빈틈없는 자기관리
김효준 BMW 사장-수습시절부터 휴가내내 사업장 순회
장인수 오비 부사장-'남보다 더' 항상 가슴에 품고 일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학벌? 난 주눅들지 않았다.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했다.'

학벌 풍토가 판치는 세상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주인공들이 있다.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 경쟁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을 받은 고졸 출신 임원들이다.

대우조선해양,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고졸 신입직원 채용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고졸 출신 임원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몇 배 더 노력하는 열정 끝에 소위 '성공 반열'에 들 수 있었다.

최병렬 이마트 사장은 고졸 출신으로 정상에 오른 대표적인 CEO다. 최 사장은 목포고를 졸업한 1974년 신세계에 입사한 후 40여 년 간 한우물만 팠다. 1996년 이마트 사업부로 넘어오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 판매담당 상무와 판매본부장 등으로 근무했다.

2004년 12월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푸드 대표를 역임했으며 2009년 12월에 이마트 대표로 선임됐다. 사내에서는 '최틀러'라는 별명으로 통하는데, 빈틈없는 자기관리와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일궜다는 점 때문이다.

한라그룹 계열사인 목포신항만운영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흥만 부사장도 고졸 출신으로 CEO까지 오른 주인공이다. 올해 초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그룹 내에서는 정 부사장을 '고졸 신화'의 주인공으로 평가할 정도다. 선린상고 졸업과 동시에 1977년 현대건설로 입사해 쿠웨이트, 예멘 등 해외 건설현장을 누볐으며 1992년 한라건설과 인연을 맺었다. 한라산업개발을 거쳐 목포신항만운영 운영본부장을 역임했다.

서울 대경상업고등학교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장인수 오비 부사장도 입지전적의 인물로 통한다. 장 부사장은 1980년 진로에 입사하면서 주류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고졸 출신이라는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남보다 더'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품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더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익히 알려진 고졸 CEO다. 김 사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고졸 출신이라는 한계를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수습사원 시절에도 휴가 내내 전국 사업장을 돌았다"며 사회 초년병 시절을 술회하기도 했다. 또 자신이 입사했던 회사가 한달 만에 망하자 직원들의 취업을 직접 돕기도 했다.

CEO는 아니더라도 고졸 출신 임원들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삼성그룹에는 약 10여 명의 고졸 임원이 있는데, 이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와 삼성SDI에 근무중이다.

1760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임원 중 이석명 중국본사 전무(마산상고)를 비롯해 반상조 재경팀 상무(경남상고), 남정현 제조기술센터 상무(천안공고), 임재순 생활가전사업부 연구위원(용산공고) 등 4명이 고졸이며, 삼성SDI에는 변재태 브라운관사업부 상무(마산상고)가 유일하다.

LG전자에서는 조성진 부사장(세탁기 사업부장)이 대표적인 고졸 출신 임원이다. 그는 용산공고 졸업한 이듬해인 1976년 LG전자 전기설계실로 입사해 1995년 세탁기설계실 부장을 역임했다. 2001년에는 연구위원, 2005년 세탁기사업부장 상무를 맡기도 했다.

LG이노텍의 유승옥 상무(PCB사업팀장)는 회사 내 최초 고졸 출신 임원이다. 평택기계공고를 졸업한 후 1982년 LG이노텍에 입사, 28년간 줄곧 인쇄회로기판(PCB) 생산기술 분야를 담당해왔다. 특히 1985년 기능올림픽에 참가해 금형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LG그룹은 최근 들어 고졸 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부터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기능직을 대상으로 '전문위원'과 '임원' 직급체계를 두기로 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 LG디스플레이에서도 고졸 임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 박근형 넥센타이어 OE담당 상무와 정서교 만도 하얼빈법인장(상무)도 숨어 있는 고졸출신이다. 이들은 입사후 30년 이상을 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끈기'와 '열정'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일부 임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고졸 출신이 우대받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 주요 그룹에서 현대차그룹의 경우 1115명의 임원 가운데 고졸은 전무하다. SK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종별로는 정유ㆍ석유화학, 해운에서 고졸출신 임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의 고졸 인력 육성을 새로운 시도로 평가하면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학력의 거품을 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다. 다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일권 기자 ig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