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천일염 특구 ‘전남 신안군’을 가다

곡산 2011. 9. 23. 09:48

천일염 특구 ‘전남 신안군’을 가다
‘명품 소금’ 식품·외식 브랜드 가치 높인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지정…세계에 청정소금 입증, FC업계 러브콜 잇따라
백안진기자, baj@foodbank.co.kr,2011-09-19 오전 01:33:59
전남 신안군은 다도해와 신안 앞바다가 어우러진 청정해역을 둘러싼 섬·산·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지역으로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하얀 금’으로 불리는 신안 천일염은 이 지역 수산자원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천일염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제품의 기술개발과 유통구조 개선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박우량 신안군수를 만나 천일염의 브랜드 가치를 들어봤다.

요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명품 조연’이 대세다. 작품이 밋밋해지려는 찰나 혜성같이 등장해 개성 있는 연기로 맛깔스런 맛을 더하는 이들의 존재감은 어지간한 주연보다 낫다. 요리에 있어서도 그 맛을 좌우하는 양념이 꼭 필요하다. 특히 간장ㆍ된장ㆍ고추장 등은 우리의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양념으로 그 맛과 품질에 따라 음식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즉, 명품 조연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듯 음식에도 ‘명품 양념’이 맛과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명품 양념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장맛의 비결은 손맛과 정성’이라는 말처럼 장은 소금의 비율과 일조량, 물과 메주에 따라 품질의 정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 앞서 가장 새겨보아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어떤 소금’을 쓰느냐다.

박우량(56ㆍ사진) 전남 신안군수는 이 어떤 소금에 명확한 키워드를 제시한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때 묻지 않은 본래의 품질을 간직한 ‘신안군 천일염’이 해답이다. 박 군수는 그 동안 신안 천일염을 세계적인 명품 소금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제품 기술개발은 물론, 실질적인 유통구조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ㆍ개발해 왔다. 특히 지난 45년 동안 광물로 분류된 ‘천일염염관리법 개정’을 위해 국회 및 관계 부처를 발에 땀나도록 드나들었고 마침내 2008년 신안군이 식품으로 분류된 천일염의 특구로 지정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가 이토록 천일염에 발 벗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박 군수는 “오랫동안 선조들이 고유 식품이자 소스의 근간 식품으로 활용됐던 천일염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1950년대 이후 정제염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고부터 천일염이 식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되면서 수입도 자유화 물결을 이뤘고 질 나쁜 중국산 소금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 덩달아 무너졌던 위기가 있었다.

우후죽순 문을 닫는 염전을 지켜보며 박 군수는 도리어 신안 천일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명품 소금을 만들고 알리는데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인천이나 부안 등은 옛 천일염의 주력 생산지였지만 산업화에 밀려 상업, 주택단지로 전략되면서 생산량이 전무할 정도였다”며 “그에 반해 신안은 한 때 염전 폐업과 동시에 담배 한 갑 정도의 가격으로 천일염이 저평가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바닷물, 태양 등 자연 최적의 요건을 갖춘 자부심 하나로 여태껏 버텨왔다”고 말했다.

천일염이 빛을 본 것은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 되면서부터다. 신안 천일염은 세 가지 남다른 경쟁력으로 독보적인 행보를 이뤘다. 박 군수가 꼽는 세 가지 요소는 이렇다. 첫 번째는 수질이다. 육지와 50㎞ 떨어진 곳에서 생산돼 수질 문제에 있어서 안전하다는 것. 또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이 제일 많을 정도로 일조량이 좋다는 점과 갯벌이라는 특수한 여건 속에서 건강한 토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
“차별화 된 생산특구와 홍보 전략으로 국내 최고 식품업체를 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천일염 특구 지역으로 지정 받은 신안군은 천일염산업 전담과를 두고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 군수는 천일염의 특수한 친환경성을 부각하기 위해 3년 동안 끈질긴 노력을 기울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았다. 우리나라 최초로 갯벌과 바다, 염전이 함께 지정돼 청정한 소금임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발판을 만든 것이다.

박 군수는 또 신안이 고향인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29ㆍ한국기원) 씨를 통한 홍보에도 남다른 차별성을 두고 있다. 기초 자치단체 최초로 프로 바둑팀을 만든 박 군수는 ‘천일염을 먹어봐라, 이세돌처럼 천재가 된다’는 천일염의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 그 결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이뤘다. ‘신안천일염바둑팀’은 창단 2년 만에 프로바둑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각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신안군의 전폭적인 노력과 함께 천일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건강식품’으로 바뀌면서 주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군수를 놀라게 한 변화는 대상ㆍCJ제일제당 등과 같은 국내 최고 식품업체가 약 100억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신안에 직접 천일염 제조공장을 만든 사례다.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차라리 신안 천일염을 가져가서 경기도나 수도권에서 가공한다면 경비나 인력에서 훨씬 이윤이 남죠. 그런데 왜 멀고 먼 이 곳 신안에 직접 천일염 공장을 만들까 의문이었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딱 답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이유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 식품업체들이 신안에 들어와서 공장을 직접 운영하게 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제품 믿고 사라, 우리 회사 제품은 천일염 중심 지역인 신안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더라도 박 군수는 식품 회사들이 협력하기 좋고, 대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함께 상생해야 한다는 것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 일환으로 신안군은 정부에서 천일염 가공 시세에 대해 약 7억~8억원 정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약 11억원 정도의 지원을 해줌으로써 중소기업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신안 천일염의 근간은 ‘자연가치의 건강한 맛’, 식품업계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기여”

“우리나라에서 식품을 만드는 곳 그리고 그 식품을 생산하는 곳에 가서 보면 한결 같은 모토가 있습니다. ‘그 식품이 맛있어야 잘 팔릴 것이다’라는 것인데요. 저는 그 맛있다 하는 것의 첫 번째 요소는 어떤 소금을 쓰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짜도 맛이 없고, 싱거워도 맛이 없고 그런 것이 아닌 정확한 간을 맞추는 것의 첫 번째 요소가 천일염이라고 봅니다.”

박 군수는 음식 잘 하기로 소문난 곳에 찾아가 한번 쯤 “어떤 소금을 쓰세요, 소금 창고가 있습니까, 숙성 소금을 씁니까?” 등을 물어보라고 권한다. 실제로 그가 주요 맛집을 가보니 신안 천일염을 2, 3년 동안 숙성해서 쓰고 있는 곳이 많았다라는 것이다. 해인사에서도 신안 천일염을 가져와서 5년 동안 숙성한 간장, 된장을 만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천일염을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 절인 것을 생각하면, 여기야 말로 오랜 고객처란 생각이 든다는 것.
소금이 식품으로 자리 잡은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최근 일본의 쓰나미 사태 이후로 국민들 사이에서는 신안 천일염이 건강식품이라는 인지도가 높아졌다. 박 군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앞으로 식품을 가공하는 회사에서도 신안 천일염을 쓰는 자체가 일등 품질을 보증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회사에서는 신안 천일염을 쓰느냐 안 쓰느냐가 곧 식품의 고급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는 것.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천일염으로 브랜드 가치 유지하는 것이 과제”

이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 박 군수는 “신안 천일염의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1년간 장판과 창고 건물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 염전에 농약을 살포한다’는 등의 잘못된 소문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식품으로 전환되고 나서부터는 이러한 사례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 장판도 전체 소금 생산과정에서 친환경 장판으로 바뀌고 있고 그 장판에 머무는 시간도 전체 소금 생산기간의 5% 정도이기 때문에 완전히 소금의 결정체가 굳어지는 과정이라 몸에 유해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슬레이트로 지어졌던 소금 창고도 2, 3년 안에 친환경적으로 바뀔 것이다.

박 군수는 “최근에 일었던 농약 관련 사태는 정부 기관에서 무작위 추출해서 계속적으로 농약 잔류 검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관내에서 농약을 쳤다는 통보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초석으로 삼겠다는 박 군수는 앞으로 더 좋은 친환경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박 군수는 마지막으로 “명품이라는 말에 책임질 수 있도록 신안 천일염의 정직한 행보를 앞으로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안진 기자 baj@foodbank.co.kr


한국 천일염의 성지 ‘전남 신안’
미네랄 함량 풍부 … 국내 천일염 70% 생산


‘천일염’ 사업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만 해도 지난 한해 동안 판매된 식탁용 천일염은 116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76억원, 2008년 83억원, 2009년 91억원으로 3년새 시장규모가 53% 커졌다.

식품가공용에 사용되는 국산 식용 천일염의 시장 규모도 성장해 지난해는 1400억원, 올해는 2천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시장성이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CJ제일제당, 대상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천일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천일염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천일염의 우수성 때문이다. 각종 미네랄 함량이 풍부한데다 선진국에 비해 가격은 낮다 보니 경쟁력이 우수하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로는 부가가치 및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전라남도 신안군으로 국내 천일염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신안군에서도 천일염 생산에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증도면은 우리나라 천일염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증도가 이처럼 천일염 생산의 중요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태평염전’ 때문이다. 여의도 면적 약 2배에 해당하는 462㏊ 규모의 ‘태평염전’은 신안군 전체 생산량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태평염전은 최고의 천일염으로 분류되고 있는 ‘토판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토판 천일염’이란 갯벌을 다져 만든 흙판 염전에서 전통방식으로 만든 자연소금으로, 국내 생산 소금량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소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중 증도에서 생산하는 토판천일염은 전국 생산량의 80%에 달한다. 소량 생산되는 만큼 고부가가치가 뛰어난 토판 천일염은 갯벌의 생명력이 그대로인 흙판염전에서 만들기 때문에 유기물, 플랑크톤, 미생물 등 미네랄이 포함된 영양분이 수입산 소금보다 10배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신안군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은 저평가 받고 있는 상태다. 이곳의 일반 천일염조차도 명품으로 평가받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염도는 낮고 인체에 필요한 마그네슘 등 다양한 천연 미네랄은 2.5배 많다고 한다. 반면 가격은 1/50 수준이다.

이에 신안군은 2006년부터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천일염 산업’에 눈을 돌렸다. 2008년 천일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천일염산업 육성지원 조례’와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이밖에도 신안군은 천일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증도면 태평염전에 ‘생생소금밭 체험장’을 만들고, 소금창고갤러리와 소금동굴힐링센터, 솔트레스토랑, 소금밭전망대 등을 조성했다. 2007년 태평염전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정한 문화재청은 2009년 이곳의 생생소금밭 체험장을 지자체 문화재 활용 우수사업으로 선정했다.

신안군은 2008년 12월 지식경제부로부터 ‘천일염산업 특구’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천일염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천일염 관광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까지 총 23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장유진 기자 yujin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