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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하던 가족경영 결국 금가기 시작하나?

곡산 2008. 11. 9. 20:00

끈끈하던 가족경영 결국 금가기 시작하나?
[재벌X파일] GS그룹 허창수 회장 행보 궁금한 이유
 
김영수 기자

GS그룹은 요즘 많이 아프다. 불행의 전주곡은 GS칼텍스 개인정보유출 건부터 시작됐다. 110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GS측의 정보관리 허술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곧 소송으로 이어져 3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대우조선으로 인수로 의문이 제기됐던 ‘GS의 허술한(?) M&A 능력’을 한방에 타개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진 인수불참으로 M&A 전략 부재 기업임을 보여줬다. 또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사회공헌사업도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업계에는 가족경영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서열 6위인 GS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연 이은 악재를 해결하기에 벅찬 상황. 사진은 GS그룹 허창수 회장.       ©브레이크뉴스

1100만명에 이르는 GS칼텍스 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총5606명 집단소송 제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컨소시엄 탈퇴로 M&A전략 부재 & 상도의 없는 기업 낙인


재계 서열 6위, 자산총액이 30조(지난 4월 기준)가 넘는 GS가 곤경에 빠졌다.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GS 고난의 시작은 계열사인 GS칼텍스 정보유출 건부터다. GS칼텍스 자회사 GS넥스테이션 직원 정씨(28)등은 지난 7월 GS칼텍스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고객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1100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파일로 정리해 DVD 6장에 옮겨 담아 언론사 기자들에게 '우연히 주은 것'이라고 제보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곧 이들이 돈을 위해 고의로 개인의 정보유출을 했고 이어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언론에 제보한 것임이 밝혀졌다.

이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는 GS칼텍스의 고객 1,100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유출한 혐의로 정씨 등 범죄에 가담한 세 명을 구속 기소하고 법무법인 사무장 강 모 씨 등 두 명이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이들의 구속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다. 1100만의 정보유출에 성난 민심은 집단소송을 하고 나섰다.
 
개인정보유출로 집단소송 받아
 
법무법인 남강은 지난 10월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GS칼텍스 정보유출 피해자 2406명을 대리해 GS칼텍스와 GS넥스테이션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신적 손해 등에 대해 1인당 100만원씩 총 24억6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9월12일에 800명, 9월24일에 2400명 등 2차에 걸쳐 3200명을 대리하여 총 32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의 3차 소송제기로 총 5,606명(청구금액 56억 600만원)의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남강은 "이번의 GS칼텍스 정보유출 사건은 제3자에 의한 유출이 아니라 직원의 고의에 의한 유출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의해 정신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며 "2차 유출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추가적인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4, 5차에 걸쳐 계속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GS칼텍스 정보유출 집단소송에 대해 소송 당사자인 GS넥스테이션 측은 "회사는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보안 및 관리감독을 성실히 해 왔다"며 "정보 유출자 등은 회사의 관리감독 범위를 넘어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회사의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첫 공판에서 양측은 상이한 입장을 보인만큼 향후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보유출 사건을 일각에서는 통신업체의 정보유출에 이어 GS칼텍스의 1100만에 달하는 정보유출 사건으로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놨다며 새로운 시스템 정비와 개인정보의 가치를 알게하는 사건이라고 자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GS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기만 하다. 승소하던 폐소하던 간에 이미지 추락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송까지 이어져 계속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된다. 이것은 GS의 중점 사업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GS는 석유와 유통 그리고 건설이 중심 사업분야이다. 대부분의 중심사업이 해외 수출 중점이 아닌 내수사업이다. 내수사업의 매출은 기업이미지와 직결된다. 특히 유통사업은 그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데 계열사의 기업이미지 하락은 독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GS칼텍스 정보유출 건만 해도 감당하기 벅찬 마당에 대우조선해양까지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형국이다. GS는 지난 3월 대우조선이 매물로 검토되면서부터 호시탐탐 노려왔다. 일각에서 GS의 M&A전력 상 오점이 하나 더 느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렸음에도 GS측은 올해 M&A최대어이자 국내 M&A 매물사상 가장 규모가 큰 대우조선을 얻어 모든 비판을 한 번에 날려 버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GS는 대우조선인수전 참여시 컨소시엄 탈퇴로 비난을 받았다. 이후 M&A매물로 나올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대우조선 인수에서는 ‘욕’먹고‥
 
이러한 의지는 어디가고 남은 것은 ‘M&A전략부재’와 ‘상도의를 저버린 기업’으로 낙인뿐이다. 이번 대우조선 인수전은 한편의 드라마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각주관사의 변경, 인수전에 참여가 확실시 점쳐졌던 두산의 포기, 줄곧 대우조선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여 등등 그 어느 인수전보다 숨 가쁘게 진행돼 왔다.

여러 사건이 있었음에도 대우조선 드라마의 주인공은 단연 GS라는 평가다. GS는 본입찰 3일전인 지난 9일 전격적으로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이루게 된다. 놀라움과 동시에 금융권은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성과였다는 평가를 내렸고 M&A 업계에서는 포스코·GS컨소시엄이 강력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부각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각 업계에서의 평가가 긍정적이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포스코와 GS가 인수참여 업체 중 유력후보에 꼽히고 있었고 ‘실탄’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즉 재무안정성 획득은 당연하거니와 부담이 적어진 만큼 예비입찰가격도 단독입찰에 비해 높게 써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었다.  

지난해 10월 여수시와 체결한 1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공헌사업 브레이크 걸리고
이어서 튼튼했던 가족경영 균열마저 거론되자 허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 집중 


그런데 컨소시엄의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GS는 본 입찰 당일 컨소시엄 탈퇴를 결정했다. 이어 대우조선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자 온갖 억측들이 난무했다. 이후 밝혀진 결정적인 결별의 이유는 입찰가 때문이었다. 포스코는 높은 가격을 GS는 그보다는 낮은 가격을 원했던 것이다.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과 GS의 허창수 회장이 마지막 협상테이블에 앉았으나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GS는 컨소시엄 탈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에 대해 몇 몇 M&A 업계 관계자들은 “상도의를 저버린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을 하고 나섰다. GS의 컨소시엄 탈퇴 선택으로 포스코 또한 입찰자격 박탈이라는 쓴 잔을 마시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GS측은 "사전에 입찰가에 문제가 있을시 컨소시엄 탈퇴를 합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내용만 본다면 GS의 실책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입찰가격 협상에 문제가 왔고 그래서 포스코와 같이 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결별의 수순을 밟은 것이다. 그러나 GS를 질책하는 목소리는 가격협상문제에 있지 않다.

처음부터 GS는 가격조율이 되지 않는다면 컨소시엄 탈퇴를 염두에 두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강한 인수의지를 펴왔던 GS가 가격을 문제로 입찰 자격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안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후 지분 조율이나 가격 조율을 통해 해결할 생각은 없이 컨소시엄 탈퇴라는 극약 처방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결국 대우조선 인수전 참여로 GS가 남긴 것은 ‘M&A전략 부재’와 ‘상도의를 저버린 기업’이라는 불명예뿐이다. 오히려 이후 매물로 등장할 현대오일뱅크 인수전에 감점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GS칼텍스 측은 “우리는 대우조선 인수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회공헌사업마저 브레이크
 
GS칼텍스 개인정보노출 건과 대우조선 인수 참여 포기선언으로 기업이미지를 추락시킨 GS는 사회공헌사업마저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GS칼텍스와 여수시는 지난해 10월 양 측이 체결한 협약에 따라 사회공헌사업에 필요한 부지는 여수시가 확보하고, 기반 및 관련시설은 GS칼텍스가 마련토록 돼 있었다.

GS칼텍스의 사업장이 있는 전남 여수지역에 1000억원대의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해 기업이미지를 재고하겠다는 의중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여수시가 엑스포 준비에 예산을 집중하면서 매입비 약 200억원을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최근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실무 차원에서 GS칼텍스 측에 전체 예산 범위에서 부지를 직접 매입하면 어떻겠느냐고 타진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GS측의 사회환원사업에 여수시가 제동을 거는 꼴이 됐다.

여수시는 여전히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쉽게 단언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지매입을 GS측에서 감당할지 자체도 확인하기 어렵다.

GS의 중요 사안마다 꼬이기 시작하자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기업지배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다. GS그룹은 가족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룹회장은 허 회장이 맡고 있고 GS칼텍스는 사촌인 허동수 회장, GS건설은 동생인 허명수 회장, GS리테일은 삼촌 허승조 회장 등이 경영을 하고 있다.

그 동안은 튼튼해 보였고 실제로도 잡음을 만들지 않으며 경영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대우조선 인수전이 ‘용두사미’로 그치게 되자 그 동안 단단했던 가족경영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는 바로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지분구조에 있다. 44명에 이르는 허창수 회장의 친인척들이 46.4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허 회장의 GS홀딩스 지분은 4.77%이다. 친인척들 중에는 최대 소유이지만 친인척 지분구조에서 보면 단지 10%정도만을 소유한 것이다. 이러한 지분구조다 보니 대우조선 인수입찰 포기도 허 회장과 가족 간의 의견조율 실패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유교적 질서체계가 강한 GS그룹의 가족경영에 문제가 생겼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지금 GS는 가족경영의 균열이 거론될 정도로 고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취재 / 김영수 기자  minikys@lycos.co.kr
 
GS 칼텍스, 복지시설에 1억여원 쾌척
 
허동수 회장의 기업이미지 제고 총력전?
 
▲GS그룹은 1100만명에 이르는 GS칼텍스 개인정보유출 건으로 집단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승소하든 패소하든 GS그룹의 이미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진은 GS칼텍스 허동수 회장.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대표 기업인 GS칼텍스가 동절기를 맞아 인근 순천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까지 따뜻한 사랑의 정을 전했다.

이승필 GS칼텍스 재단 사무국장은 29일 순천 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정한나 순천 장애인종합복지관장과 박용선 순천기독 재활원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영중 순천시 주민생활지원국장에게 1억여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순천시는 기탁금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를 통해 순천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인 리프트 차량 구입과 해룡면 결핵 재활원 노후 건물 리모델링, 저소득 가정의 집수리 등에 사용키로 했다.

김영중 국장은 “GS칼텍스가 순천지역에 까지 온정을 베풀어 준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순천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승필 사무국장도 “회사와 임직원들이 함께 하는 매칭그란트제(동반기부제) 시행 등 임직원들의 꾸준한 참여로 소외 이웃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따뜻한 ‘나눔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원사업을 펼쳐가겠다”고 화답했다.

GS칼텍스는 사업장이 있는 여수지역에 올 초 결식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열어 매일 200~300명에게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고 있으며, 여수지역 발전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1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