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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인가? ‘경영권 다툼’ 전주곡인가?

곡산 2008. 11. 9. 20:01

‘재테크’인가? ‘경영권 다툼’ 전주곡인가?
[재계X파일] 신동빈 식물회장 위기? 장남 신동주의 선택은‥
 
박현군 기자
롯데쇼핑 지분 매입, 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셋째 부인 서미경 급부상 내막

이명박 정부 들어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는 롯데그룹의 로열패밀리 일가가 차기 그룹 대권을 향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신격호 회장 사후 롯데그룹 향배는 신동주가 일본롯데를, 신동빈이 한국롯데를 승계하기로 결정된 상황에서 장녀 신영자씨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분가해 나갈 것이냐가 관건. 신영자씨가 신 회장 사후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여부는 롯데쇼핑의 경영권을 차지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재계 일각의 분석이다.

하지만 신영자씨가 롯데쇼핑을 통한 그룹 내 지분확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신영자씨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10월27일 미스롯데 출신으로 신격호 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가 자신과 딸이 대주주로 있는 (주)유원실업 명의로 롯데쇼핑 지분을 매입하며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매입한 지분은 서미경씨 3270주, 신유미씨 1690주, 유원실업 3000주 등 총 7960주로 전체 지분 0.03%에 해당된다.

그러나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전체 지분 15.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그룹 계열사들의 보유지분까지 합치면 53.49%에 달하는 상황에서 서미경씨의 이번 지분매입을 롯데쇼핑의 경영권 차원에서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게 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서미경씨 측의 롯데쇼핑 지분 매입 수순을 신격호 회장 일가가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대응
 
0.03%의 지분을 가지고 어떠한 경영적 행보를 할 수 있을까? 사실 서미경씨가 이번에 확보한 지분 0.03%는 롯데쇼핑의 경영권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대외적으로 “롯데쇼핑에 대한 경영참여를 위해서는 너무나 미미한 분량일 뿐”이라며 “단순투자목적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롯데가에 정통한 주변 소식통들에 따르면 신동빈 부회장 측의 움직임이 조금씩 바빠지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서미경씨가 롯데쇼핑 주식을 매입한지 하루만인 지난 10월28일 신격호 회장은 장 내에서 롯데쇼핑 주식 1만4260주를 총 18억9000만원에 매입했다.

서미경씨의 롯데쇼핑 지분 매입 의도가 롯데쇼핑의 경영권을 노리는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0.03%를 가지고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신격호 회장의 갑작스런(?) 롯데쇼핑 주식 매입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영자 회장의 행보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서미경, 신유미 모녀를 견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장녀인 신영자씨를 향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분은 계열사를 제외할 경우 신동빈 부회장이 14.59%,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14.58%, 신격호 회장이 1.22%, 신영자씨가 0.79%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신영자씨의 자녀인 장재영씨와 장선윤씨가 각각 950주와 9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장선윤과 장재영씨는 신영자씨와 특수 관계인인 셈. 이런 가운데 서미경씨가 3270주, 신유미씨가 1690주, 유원실업이 3000주를 매입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서미경씨 진영과 신영자씨 진영의 협력 설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의 배경은 롯데쇼핑의 개인 대주주인 신격호 회장과 동주·동빈을 제외하면 모두 신영자씨의 백기사로 돌아설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재계 일각, “신영자와 서미경이 포스트 신격호 대비해 연합” 관측
신격호, 서미경 모녀 쇼핑 지분매입 한 다음날 추가 장내 매입 눈길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       ©브레이크뉴스
하지만 지분 싸움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현재 신영자씨에 대한 우호세력의 등장은 신동빈 부회장에게 큰 의미가 없다. 신영자씨와 장재영·선윤, 유주영, 서미경, 신윤미, 유원실업을 모두 합쳐도 총 지분 0.82%에 해당되는 23만8072주에 불과하기 때문.

그러나 롯데일가 주변에서 신영자씨에 대한 우호세력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에 신격호 회장 사후 상속 문제와 관련해 신영자씨와 서미경씨의 딸 유미씨의 견고한 연계가 현실화 될 경우 현재 신격호 회장 사후 상속권 문제에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격호 회장 부자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격호 회장이 서미경씨의 롯데쇼핑 지분매입 직후 18억원 분량의 지분을 매입한 것을 두고 서미경씨 측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가 이니겠느냐는 재계 일각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미경, 딸을 위한 반란(?)
 
서미경씨는 1970년 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미스롯데로 당선된 이후 연예계에 입문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중 신격호 회장의 첩으로 들어앉은 후 신 회장의 그림자 역할에 충실해 온 여인이다. 그녀는 신 회장과의 사이에서 유미씨를 얻었으나 롯데가문의 사람들로부터 신격호 회장의 애첩일 뿐 노순화·하츠꼬 여사의 뒤를 잇는 신 회장의 정실부인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롯데 일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신격호 회장 사후에 서미경, 신윤미 모녀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서미경씨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원실업과 후레쉬델리카는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사업을 유지해 오고 있다.

유원실업의 경우 지난 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오고 있다. 또한 롯데 후레쉬델리카는 세븐일레븐에 삼각 김밥을 공급하는 중소업체다.

만약 신동빈 부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들어 유원실업의 과도한 지원을 중지하고 세븐일레븐에 공급하는 삼각 김밥도 후레쉬델리카와 다른 업체의 경쟁체제로 가져갈 경우 서미경씨 모녀에게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두 여인의 행보
 
그렇다면 서미경씨와 신영자씨가 신격호 사후를 준비하기 위한 협력이 가능할까?

두 사람을 언 듯 보기에 서로 맞지 않을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두 사람은 아버지로부터 사후 롯데그룹 유산 구도에서 일단 밀려난 상태. 이 때문에 신동빈 오너 시대가 오면 두 사람의 앞날이 어떠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따라서 필요하다면 두 사람은 언제든지 협력자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두 사람은 이미 사업적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미경씨는 지난 2007년 이후 신영자씨와 함께 롯데후레쉬델리카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2007년 서미경씨의 딸 신유미씨는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 9.31%(35만주)를 매입했다. 이 때 신영자씨도 35만주의 지분을 획득해 유미씨와 같은 9.31%의 지분을 보유했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칠 경우 총 주식은 18.62% 지분에 해당되는 70만주에 달한다. 이는 호텔롯데와 호남석유화학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최대주주인 셈이다. 

롯데쇼핑 영자 품으로 향하면 롯데그룹 사실상 반토막
신동빈 식물회장 위기 올 수도‥장남 신동주의 선택은?


영자씨의 속내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브레이크뉴스
이처럼 신영자씨 주변을 형성하고 있는 카테고리를 면밀히 보면 신격호·동빈 부자가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롯데쇼핑은 국내 최대 유통업체로서의 아성을 견고하게 쌓아왔다. 이는 유통업체가 대체로 현금 장사임을 감안하면 롯데쇼핑이 그룹 내 캐시카우(성장성은 낮으나 시장수익성은 높은 사업 부문으로 기업에 막대한 현금유동성을 제공해주는 사업 분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롯데가의 후계자로 지목받은 신동빈 부회장은 향후 일본과 한국을 잇는 거대한 위락 관광사업 및 금융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사업을 꾸준히 발굴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롯데쇼핑처럼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계열사가 절실하다. 그리고 롯데쇼핑의 풍부한 유동성은 경영진의 결심 여하에 따라서 계열사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해 오너 진영의 그룹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신영자씨가 롯데쇼핑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신동빈의 그룹 내 장악이 어려워 질 수 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롯데쇼핑은 롯데카드(92.54%), 롯데자산개발(60%), 롯데미도파(79.01%), 우리홈쇼핑(50.58%), 디시네마오브코리아(50%), 롯데브랑제리(93.33%)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롯데쇼핑은 롯데캐피탈(20.55%), 롯데역사(25%), KTB영상투자조합(30%), 롯데닷컴(34.39%), 이수엔터데인먼트투자조합(39.76%)에서 경영적 의미가 있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금융업체만 5개 사. 이 때문에 롯데쇼핑의 경영권을 확보한 세력은 금융위원회의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입법이 완료된 후 이들을 통해 그룹을 사실상 지배할 수도 있다.
 
롯데직원들은 누구 편일까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내부 직원들은 그룹의 대권 행보와는 별개로 신영자씨 세력에 의한 경영권 장악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신동빈, 신영자 진영의 경영성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초창기 롯데쇼핑은 한국과 일본에 걸친 국제적 재벌이라는 위상과 달리 중소 유통업체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처음부터 유통업체 상위권이었던 신세계와 경쟁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신영자씨가 롯데쇼핑을 접수한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1990년대에는 결국 신세계를 제치고 업계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신세계 이명희 명예회장과 롯데쇼핑 신영자씨를 비교하며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타이틀로 신영자씨의 경영 성과를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영자씨가 아버지 신격회 회장의 뜻에 따라 동생 신동빈 부회장에서 자리를 내 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롯데쇼핑은 첫해는 무한 적자행진을 펼치더니 이듬해에는 적자를 겨우겨우 매우는 등 힘겨운 행보를 거듭했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영자씨의 경영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신동주가 캐스팅보트?
 
한편 재계 한 관계자는 “신영자씨와 서미경씨는 신격호 회장이 살아있는 동안은 경영권 탈환을 노리는 등 행동은 자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현재의 동맹관계와 롯데쇼핑 지분매입은 신격호 회장 사후 본격적인 상속권 다툼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이 같은 관점에 동의하는 투자자 및 재계 관계자들은 신격호 회장 임종 직전이나 사후에 롯데쇼핑에 대한 신영자씨와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 될 것이고 이 경우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케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지금까지 행보로 봤을 때 그의 유산 중 롯데쇼핑 지분은 신동빈 부회장에게 돌아갈 확률이 크다. 이 경우 신동빈 부회장이 전체 지분 15.81%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신동주씨가 신영자씨 진영에 가담하게 되면 신동빈 부회장은 그룹 회장에 등극하고도 사실상 식물오너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신동주씨가 침묵하거나 신동빈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신영자씨와 서미경씨 등은 더 이상 롯데쇼핑을 통한 롯데그룹 내 경영 지분 확보 시도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취재 / 박현군 기자  human0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