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웰빙

[기고]진짜 웰빙은 균형과 문화죠

곡산 2008. 7. 15. 20:15
[기고]진짜 웰빙은 균형과 문화죠
㈜에쓰푸드 조태철 사장

이른 아침,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시원한 콩나물국에 따뜻한 밥 한 공기 뚝딱.

불과 십 수년 전만해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이러한 풍경은 현재 찾아보기가 힘들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출근 전 아침밥을 챙겨먹는 사람이 손을 꼽을 정도이다.

실제 통계청에 의한 지난해 자료를 보면 20대 2명중 한 명(49.5%)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바쁜 현대생활과 함께 싱글족, 맞벌이족 등 가족형태의 변화에 따른 식생활 변화의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

이런 변화에 따라 최근 아침은 거르지 말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Well Being)열풍과 조식의 영향에 관한 의료계의 연구와 보고서 발표에 따르면 ‘아침으로 뇌를 깨우자, 밥은 못 먹더라도 아침대용식으로 아침을 꼭 챙기자’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외식업계를 비롯 유통업계는 아침 사양족(아침을 거르고 나오는 사람들)을 겨냥한 식품들을 속속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창이다. 실제로 조식열풍이 거세지면서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조식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모닝세트로 07년 시장 성장의 계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가공유 회사들은 고영양 아침대용식 우유들을 속속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손길 끌기에 분주하다. 커피전문점도 예외는 아니다. 한 유명 원두커피전문점은 서울시내 사무실 밀집지역에 위치한 일부 매장에서 유럽식 웰빙 베이커리를 직접 구워 제공하는 조식 베이커리 뷔페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일 시간대 매출이 40% 이상 성장했다고 하니 ‘조식’에 대한 관심이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 역시 육가공업체에 종사하는 경영자로써, 조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그러나 햄, 소시지, 베이컨 등 한국적 음식 풍토와 다른 서양의 먹거리로 건강한 아침 시장에 대해 이야기 할라치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더욱이 신선한 야채와 유기농 채소 등 웰빙의 대명사라 일컫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 그도 그럴 법 하다.

20년간 누구보다 정직하고 건강한 식품을 만들어 왔다고 자부하는 필자로서는 감히 진짜 웰빙은 균형이요 문화라고 말한다.

과함도 모자람도 없는 균형 잡힌 식사와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 할지언정 그 안에 문화가 깃들여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아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과 학문을 위해 유럽 등 해외 문화를 접해 본 경험에 의하면 그들의 아침에는 간편하지만 균형 잡힌 음식이 있었으며 근래 한국에서도 꾀 유행했듯이 브런치로 일컬어 지는 여유가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상 가득한 아침상은 아니지만 엄마표 샌드위치나 남편표 소시지와 베이컨 등 간단하더라도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하는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여유’를 함께 선물 한다.

바쁜 아침이라고 해서 분주한 일상에 쫓겨 사무실에서 몇 분 안에 해치우는 아침,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주문한 메뉴를 묵묵히 먹기만 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대용식’일 뿐이다.

한편 트랜드 따라잡기 식의 아침이나 단순히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먹는 것 역시도 건강한 조식이라 하기엔 부담스럽다.

굳이 밥이 아니더라도 잘 구운 크로와상에 품질 좋은 햄 한장에 우유, 주스를 곁들이더라도 훌륭한 아침이 될 수 있다. 또, 굳이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이 아니더라도 남편이, 아빠가 만들어주는 아침도 행복한 생활의 원동력이 되는 아침을 만들어 줄 것이다.

하루 조금만 서둘러 유명 브런치 레스토랑의 베이커리 같은 아침을 집에서도 만들어 보자. 가족이 함께 하는 아침을 손수 만들어 하루를 시작 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웰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