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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재계 파워엘리트]GS그룹

곡산 2008. 7. 13. 20:04
[2008 재계 파워엘리트]GS그룹



100년 기업 초석 다진 ‘밸류경영 3년’

CEO들 ‘화합-내실경영’ 두 깃발… 2010년 ‘순이익 톱5’ 목표

《“경제 흐름이 바뀌는 시기에는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것도 크게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그 속에 기회가 있습니다. 필요한 투자를 두려워하거나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재계 서열 7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의 GS그룹을 이끄는 허창수 회장의 올해 신년사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신년사를 뒤집어보면 ‘지금이 기회이니 공격적으로 투자하라’는 의미다. GS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허 회장은 2005년 출범 당시 ‘밸류(가치) 넘버원 GS’라는 비전과 함께 2010년까지 ‘재계 톱 5 위상 확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에서 ‘톱 5’는 일반적인 재계 서열 산정 기준인 국내 자산총액이 아니라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외형 성장 못지않게 내실을 다져 알토란 같은 그룹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올해로 출범 3주년을 맞는 GS그룹의 이 같은 비전과 목표는 허 회장은 물론 자회사 및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각인돼 현실화되고 있다.

○ 재계 톱 5 진입 이끄는 CEO들

인화(人和)와 화합은 내실과 함께 허 회장과 GS그룹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키워드다. 57년간 LG그룹의 구 씨 가문과 성공적인 동업관계를 유지한 뒤 ‘아름다운 이별’을 한 것도 인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경영철학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1977년 럭키그룹(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을 시작으로 ㈜럭키(현 LG화학) 부사장, LG전선(현 LS전선) 회장 등을 지내며 경영능력을 다지는 동시에 구 씨 가문과 탄탄한 유대관계를 쌓았다.

허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경영철학과 관련이 있다. 그는 2006년 말 자신이 보유한 GS건설 주식 일부를 출연해 저소득 계층을 돕기 위한 남촌복지재단을 세웠다.

허 회장은 특히 ‘선이 굵은 경영자’라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한 번 사람을 믿으면 끝까지 믿고 일을 맡기는 성격인 데다 기업 경영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큰 방향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허 회장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는 그룹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서경석 사장이다.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서 사장은 1991년 LG그룹에 입사한 뒤 외환위기로 부실화된 LG종금과 LG투자증권의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 ‘실적 개선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지주회사 사장이 된 뒤 LG와의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허 회장이 기자들에게 “(내 생각이) 서 사장의 생각과 전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할 정도로 총수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김갑렬 GS건설 사장은 1974년 LG화학에 입사해 LG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과 LG화학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그룹 내 재무통. 건설회사 최초로 전사적 건설사업총괄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GS건설의 질적, 양적 성장을 이끈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발전회사인 GS EPS의 정종수 사장은 1970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뒤 34년간 영업을 담당한,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전문가다. 2005년 GS EPS 사장이 된 뒤 불확실성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던 발전 2호기 사업을 과감히 추진해 회사 규모를 2배로 키우는 성과를 거뒀다.

○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는 전문 경영진

GS그룹 내에는 아직 CEO는 아니지만 뛰어난 실적과 능력을 바탕으로 향후 그룹의 명실상부한 리더가 될 유망주도 눈에 띈다.

명영식 GS칼텍스 가스전력자원개발사업본부장(사장)은 창사 이래 최대 프로젝트인 제2중질유분해시설(투자비 1조5000억 원) 건설의 주역이다. 투자비가 1조 원을 넘는 석유화학시설의 평균 공기(工期)가 33개월이지만 명 사장은 이를 10개월 이상 단축시켰다.

나완배 GS칼텍스 정유영업본부장(사장)은 입사 후 자금부를 거쳐 재무본부장을 지낸 재무전문가로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미국 무디스와 S&P 등으로부터 국제신용평가를 받고, 이를 근거로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우상룡 GS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사장)은 외환위기로 위기에 처한 플랜트사업부문을 일으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한 일등 공신.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부터 환경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랜드 및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을 운영하는 한무개발 김동헌 사장은 ‘수출의 탑’ 시상 대상으로 관광산업이 선정되기 시작한 2007년 호텔업계 최초로 ‘5000만 달러 달성 수출의 탑’을 수상해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이 밖에 GS홀딩스의 재무팀장 겸 CFO를 맡고 있는 이완경 부사장과 지주회사 내 법무통이면서 사업지원팀장인 임병용 부사장 등도 주목할 만한 GS그룹의 주자로 꼽힌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미스터 오일’ 허동수 칼텍스 회장 등

전문성 갖춘 오너 가문 CEO들 활약▼


GS그룹의 대주주 경영인들은 이론과 함께 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GS그룹이 출범 3년 만에 에너지·유통·서비스 전문 그룹으로 확고한 위상을 다진 데는 이 같은 전문성을 가진 ‘오너 가문 경영인’들의 책임 경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GS그룹의 대표적인 오너 전문경영인이다. 미국의 명문 주립대인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딴 뒤 줄곧 에너지 사업에 전념하면서 ‘한국의 미스터 오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허 회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데다 GS칼텍스 매출이 GS그룹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룹 내 위상도 남다르다.

그는 최근 GS칼텍스를 ‘종합 에너지 서비스 리더’로 키우기 위해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 등 기존 사업 외에도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허 회장은 또 해외에서 하는 일이 많은 에너지 사업의 특성상 “국가 정체성이 확고한 인재를 뽑아야 한다”며 최근 신입사원 채용에 국사 시험을 도입할 정도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제21회 인촌상(산업기술부문)을 수상했다.



허창수 회장의 막내 삼촌인 허승조 GS리테일 사장은 1978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해 20여 년간 영업기획, 유통 부문을 두루 거친 ‘정통 상사맨’이다. 이후 LG백화점(현 GS스퀘어) 사장 등을 지낸 그는 GS25(편의점)와 GS마트(할인점), GS스퀘어 등 그룹 내 유통사업 부문을 핵심 사업군으로 키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

허진수 GS칼텍스 생산본부장(사장)은 1986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뒤 에너지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할 정도로 많은 경험을 했다. 허창수 회장의 둘째 동생인 그는 GS칼텍스를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변신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GS칼텍스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에 수출해 전체 매출의 51.3%를 올리고 있다.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19일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허창수 회장의 셋째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사업총괄 사장은 그룹 내에서 ‘디지털 시스템 경영’의 선구자로 불린다. 흔히 현장만 강조되기 쉬운 건설업종에 전자전표시스템과 지식경영시스템을 도입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GS건설의 경영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넷째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TV 홈쇼핑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 강남케이블TV, 인터넷 쇼핑몰인 ‘디앤샵’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