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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통해 성장가도… “둥지 속 텃새보다 먹이찾아 떠나는 철새돼야”
《한화그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1981년 김승연 회장 취임 당시 매출 1조 원 남짓이던 한화는 주로 기업 인수합병(M&A) 방식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우면서 눈에 띄게 성장해 왔다. 김 회장 취임 27년을 맞는 올해 한화는 계열사 40개, 자산총액 20조6000여억 원으로 자산 기준 재계 순위 12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의 그룹으로 몸집이 커졌다. 한화는 지난해 김 회장의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으로 1년 가까이 움츠리는 고행의 시간을 보냈다. 경쟁회사들이 앞 다퉈 M&A에 나서면서 세(勢)를 불려가는 동안 한화는 절치부심하면서 올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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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각에선 이 사건 이후 한화 내부의 조직 문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난해 ‘사건’이 좋은 약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대외 이미지도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같은 한화의 변화와 도전에는 M&A와 외부 영입으로 합류한 수많은 ‘외인부대’와 한화 내부 전문경영인들의 절묘한 호흡이 큰 힘이 되고 있다.
○ 승부사 김승연 회장과 주력부대
한화는 1952년 설립된 한국화약을 모태로 하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 탄생한 한국화약은 당시 국내 유일의 화약 제조업체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1960년대 기계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기반을 다진 한화는 1981년 김승연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는다. 김 회장은 금융, 유통, 레저 등 3차산업 부문을 강화해 지금의 한화를 만들었다.
그는 일찌감치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노력했다. 한화에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가 유독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내부, 외부 인사의 공존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라고 한다.
김 회장은 “능력 있는 사람은 사장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줘도 좋다”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우수 인재 영입을 독려하고 있다.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은 외부 영입 인사 가운데 맏형 격으로 한화의 핵심 경영자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생명 보험영업총괄 사장 등 30여 년간 생명보험 업계에 몸담은 신 부회장은 2003년 대한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대한생명이 생보업계 2위 자리를 확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의 허원준 사장은 ‘정통 한화맨’으로 1982년 한화종합연구소 연구실장, 한화석화 사업개발실장 등을 지낸 유화업계의 대표적인 ‘테크노 CEO’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외환위기 당시 그룹 화학산업 구조조정 실무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금춘수 그룹 경영기획실장(사장급)은 오랫동안 김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임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한 뒤 대한생명 경영지원실장(부사장급)으로 갔다가 지난해 초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본부’에 복귀했다.
○ 책임경영 앞장서는 계열사 전문경영인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태국 방콕의 ‘해외사업 진출 전략회의’ 이후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워야 한다”며 여러 차례 ‘글로벌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폭행사건으로 한화의 해외 진출은 1년 가까이 사실상 ‘중단’됐다. 김 회장이 올해 초 “올해 모든 사업은 해외에서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오랜 경영 공백을 만회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한화의 글로벌 경영 최일선에는 외부 영입 인사와 함께 김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의리’로 뭉친 기존 ‘한화맨’들이 있다.
한화L&C 최웅진 사장은 그룹 경영관리실 부장과 한화종합화학 기획실장,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을 지낸 기획, 관리, 영업 분야 전문경영인이다. 지난해 사장 취임 이후 해외시장 확대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영의 성과로 꼽히는 지난해 말 미국 아즈델사(社) 인수도 주도했다.
한화S&C 김관수 사장은 태평양건설 부장, 제일화재 이사보, 한양화학 기획관리실장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내외에 평가가 좋다.
한화갤러리아 양욱 대표이사 부사장은 1974년 한화에 입사한 후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브랜드 고급화와 함께 사업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는 양 대표는 생일을 맞은 임직원들에게 친필로 쓴 카드와 와인을 함께 보내는 등 스킨십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한화리조트 홍원기 대표이사 부사장은 1977년 한화테크엠에 입사해 그룹 비서실 감사팀장, 감사실장, 한화테크엠 대표 등을 거쳐 지난해 한화리조트 대표로 발탁됐다.
양태진 ㈜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은 ㈜한화 무역부문의 전신인 골든벨 상사의 미국지사, 일본법인 근무를 거쳐 2004년 ㈜한화 무역부문 대표가 됐다. 양 대표는 자원 개발과 대체에너지 개발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남영선 ㈜한화 화약부문 대표이사 전무는 한국프라스틱에서 1994년 한화종합화학 PVC영업2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 홍보, 영업 경험을 두루 쌓아 2005년 비교적 젊은 51세에 대표이사가 됐다.
한화손해보험 권처신 대표이사 전무는 삼성생명, 삼성화재를 거쳐 2006년 한화에 영입됐고, 조선호텔 출신인 한화개발 김광욱 대표이사 전무는 2005년 한화에 합류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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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출신 한화맨’ 약진
건설-증권 등 맹활약… 대우조선 인수도 앞장▼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화그룹에는 유독 대우 출신이 많다.
특히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해외 사업 부문에서 적지 않은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는 한화건설에 대우건설 해외사업개발본부장을 지낸 김현중 사장 등 대우 출신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2000년 한화건설 대표가 된 김 사장은 건축 현장기사에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실전형 CEO’로 꼽힌다. 1976년 대우개발에 입사한 그가 처음 배치된 공사 현장이 당시 호텔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이었다.
건축사업본부장 이근포 부사장과 주택영업본부장 봉희룡 전무, 기획실 김원하 상무, 해외사업팀 고강 상무, 하권호 상무, 건축사업본부 홍순만 상무, 개발사업팀 김회원 상무, 홍보팀 신완철 상무 등도 모두 대우 출신이다.
이들 외에도 정태훈 상무, 정보영 상무, 김민석 상무, 유영현 상무, 박상봉 상무 등 줄 잡아 20명 가까운 대우 출신 임원이 한화건설을 이끌고 있다.
2002년 ㈜한화에서 분사한 이후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2004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한화건설이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3조3000억 원의 수주를 달성한 데는 이들 대우 출신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회사 내부의 평가다.
한화증권 진수형 대표이사 전무도 출발은 대우에서 했다. 진 대표는 1982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인’의 길에 들어선 이후 대우투자자문 국제투자자문부장, 서울투자신탁운용 사장, 산은자산운용사장 등을 거쳤다. 2005년 한화증권 대표로 영입된 그는 증권회사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취임 후 채 1년도 안 돼 한화증권 CMA 계좌 수는 약 35배, 수탁액이 약 2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화증권은 진 대표 취임 이후 ‘작지만 강한 증권사’를 지향하면서 지난해 6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카자흐스탄에 증권사를 설립했다. 또 올해 초에는 베트남 증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외에도 ㈜대우 출신인 윤욱진 상무는 그룹 경영기획실에서 계열사 관리 등 핵심 업무를 맡고 있고, 대우그룹 출신인 김효진 ㈜한컴 디자인팀 상무는 잠실 갤러리아 팰리스 준공의 주역으로 꼽힌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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