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웰빙

억울한 단맛?… '건강의 적' 맹신 과연 맞을까

곡산 2008. 4. 12. 21:03
억울한 단맛?… '건강의 적' 맹신 과연 맞을까



라제기기자

“충치 생긴다”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비만의 지름길이다”

단 음식에 대한 ‘적의’가 담긴 말들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단맛은 곧잘 해로움으로 인식된다. 혀를 황홀하게 하면서도 건강 악화의 원흉으로 지목받는 당류. 과연 적게 먹을수록 건강은 좋아지는 걸까. 다음은 당류와 건강을 둘러싼 몇 가지 진실과 오해들이다.

먼저 단 음식과 충치의 상관관계. 단 음식을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는 말은 정답에 가깝다. 미국의 식사지침위원회(DGACㆍDietary Guidelines Advisory Committee)는 당류와 충치 발생은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충치 발생을 당류만의 ‘단독범행’으로 속단하기는 힘들다는 게 DGAC의 설명이다. 유전적 요소와 치아의 위생관리, 음식 섭취의 빈도 등도 충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예컨대 치아에 잘 달라붙는 인절미가 사탕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비만을 유발한다는 혐의에 있어 당류는 아직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미국의학협회는 2002년 여러 연구결과를 검토한 결과 “당류는 비만도와 명확하고 일관된 관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국민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당류보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을 때 비만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류의 당뇨병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류를 많이 먹으면 덩달아 칼로리 섭취가 늘어나고 결국 체중 증가로 이어져 당뇨를 부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당류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 당류 섭취가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얼마나 될까. 국제설탕협회(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ugars)의 2005년도 연감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설탕 소비량은 26㎏. 하루 71g으로 티스푼 14개 분량의 설탕을 먹는 셈이다. 일본(18.8㎏)보다는 섭취량이 많지만 미국(31.3㎏)과 유럽(36.5㎏), 캐나다(44.2㎏)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특히 쌀 한 가마 수준의 소비량을 기록한 싱가포르(73.4㎏)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조사대상 150개 국가 중 84위.

설탕 소비량만 따지고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의 당류 섭취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류 섭취 대부분이 과일을 통해 이뤄지는 식생활형태도 바람직한 편이다. 그러나 한국영양학회의 하루 당류 권장량은 67g, 건강을 위해서 당류 섭취를 좀 자제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