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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원하는 공무원상은?…부지런한 도우미

곡산 2008. 4. 6. 10:57
MB가 원하는 공무원상은?…부지런한 도우미
타성젖은 엘리트 NO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부처 업무보고 때마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공직자를 강하게 질타하는 이유는 결국 공직자상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새로운 고민을 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고민을 하도록 의표를 찌르고 있다"는 말을 했다.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집단인 만큼 끊임없이 채찍질을 가하겠다는 뜻이다.

◆ MB 뇌리에 담긴 '상전' 공무원의 추억

= 이 대통령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과거 공무원의 모습은 한마디로 '전신 성형'이 필요한 집단이다.

우선 머릿속에는 우월감과 엘리트 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15년간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하면서 그는 늘 하소연을 늘어놓고 부탁을 해야 하는 을(乙)의 위치였다. 반면 그의 눈에 공무원은 진정한 갑(甲)으로 비춰졌다.

이 대통령이 공무원의 '도우미' 역할을 강조하고 공무원들의 가장 큰 무기인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을'의 추억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는 대목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자세와 나태함이다.

과거 이라크전쟁 당시 외교부의 행보도 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사례 중 하나다.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할 때 저는 군복을 양쪽에 판매했는데, 당시 CEO로서 사업상 현장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외교부가 공문을 하나 보내왔더라. 전쟁 중에 위험하니 가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는 걸 말리지는 않더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문서를 하나 보내놓은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건설 CEO 시절 성수대교 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고도 당시 서울시 공무원들의 농간으로 동아건설로 시공권이 넘어간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또한 발로 뛰지 않고 탁상공론에 빠진 공무원들도 이 대통령 눈에는 '공공의 적'이다.

"과거 조선업을 시작할 때 물을 가두는 도크에 대한 산업 분류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목욕탕 업종과 같은 세제(稅制)를 적용하려고 했던 일도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후보 시절 지지자들과의 모임에서 했던 말이다. 발로 현장을 뛰는 대신 상급자 사무실만 들락날락하는 공무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1호 퇴출 대상'이다.

◆ MB가 바라는 '도우미형' 공무원

= 이 대통령이 꿈꾸는 공무원상은 우선 '똑똑하고 부지런한 머슴형'이다. 기업으로 말하면 스피드경영부터 하자는 것이다. 공무원의 엘리트, 우월의식을 깨고 봉사정신을 가진 머슴이 되려면 다른 어떤 것보다 부지런함과 재빠른 일처리가 최우선이다.

또 몸만 부지런해선 안 되고 머리도 부지런해야 한다. 자리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잘하겠다는 '아날로그형' 공무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이 대통령은 여러 회의 자리에서 연일 '창의'와 '역발상'을 화두로 던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너무 뻔한 얘기는 보고하지 말라"며 처음부터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주문했다. 이어 14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는 "기업이 아무리 생산성을 높여도 한 해 10~20% 올리기 힘들지만 공직자는 자세를 바꾸고 발상을 전환하면 생산성을 두 배로 올릴 수 있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머리가 똑똑해야 한다면 몸은 부지런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지론이다. 최근 공직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얼리버드(Early Birdㆍ일찍 일어나는 새)' 현상과 '머슴론'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또 '발로 뛰는' 공무원상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당선인 시절 대불공단 전봇대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은 당시 "페이퍼(서류작업)로는 안 된다.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고쳐야 한다"며 "사무실에서 떠들어봐야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고 현장 중심의 살아 있는 정책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무조건 불신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 측근은 "청계천과 교통체계 개편 때 서울시 공무원들이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이들 덕분에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이 대통령도 공무원들의 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전정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