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유동골뱅이 만든 그 회사 `통조림도 웰빙 식품이죠` [중앙일보]
유성물산교역
창립자인 강순걸(72)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지만 사법시험을 쳐 법조인이 되기보다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로선 ‘첨단’ 서비스 산업이었던 무역업에 손을 댔다. 그래서 나이 서른에 차린 게 홍콩·일본 화교 상인들에게 한약재를 수출하는 이 회사다. 처음엔 번듯한 사무실·창고가 부족해 집에서 한약재를 말리고 포장했다. “말리려고 깔아놓은 한약재로 안방은 늘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장남 강승모(45) 사장은 회상했다. 효자상품 골뱅이 통조림을 만들기 시작한 건 80년. 당시 서울 을지로 일대 오피스타운에서 직장인 안줏감으로 골뱅이 통조림이 유행하기 시작하자 유성도 ‘유동골뱅이’를 내놓았다. 강 사장은 “당시 통조림 만드는 회사라면 죄다 골뱅이 제품을 내놓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건 몇 안 된다”고 말했다. 유성물산교역의 골뱅이 제품 매출 비중은 70%에 달한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골뱅이를 대표상품으로 키울 수 있었던 건 품질 관리와 원자재 확보 노력 덕분이었다. 골뱅이가 인기를 끌자 남획을 해 동해의 골뱅이 생산량은 해마다 줄었다. 자연히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일부 무역업자들 사이에 “영국·아일랜드산 골뱅이가 동해 것과 맛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93년 강 회장은 발 빠르게 유럽산 골뱅이를 들여와 시장점유율을 넓혔다. 파를 잘게 썰어 매콤하게 무쳐낸 안줏감으로 사랑받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경영 인프라 개선=2003년 강승모 사장이 경영을 이어받은 뒤 40년 넘은 기업의 변신이 시작됐다. 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인 그는 재정경제부의 잘 나가던 보직 과장이었다. 행정고시 동기 중에서도 선두권으로 꼽혔다. 하지만 부친이 2002년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자 가업을 잇겠다고 결심한다. 공직 생활이 바빠 그때까지 부친의 회사를 제대로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다. 회사를 둘러본 뒤 그는 “시대에 너무 뒤처졌다”고 절감했다. 제품력이나 임직원들의 생산·유통 노하우는 훌륭했지만 업무 방식이 전근대적이었다. e-메일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아직도 월급을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주고 있었다. “회계도 수기로 적고, 통조림 맛을 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리사가 없더군요.” 마케팅 개념이 별로 없으니 제대로 된 담당 직원이 있을 리 없었다. 강 사장은 우선 회사 인프라를 대폭 개선하기 시작했다. 회계 전산 프로그램을 깔아 재고 관리를 했다. 지난해엔 요리사 두 명을 뽑아 새 메뉴를 만드는 개발팀을 만들었다. 대형 식품회사 출신의 마케팅 인력도 수혈했다. 임직원의 평균 연령이 44세일 정도로 고참이 많아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겠다”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강 사장은 “이 정도도 변하지 않으면 회사가 존속하기조차 힘들다”고 설득했다. 제품 구색도 늘렸다. 골뱅이·꽁치·복숭아뿐이던 통조림 제품의 가짓수를 늘리고 생선 통조림은 양념한 것들을 내놓아 맛을 다양화했다. 강 사장은 “제품 개발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빵부터 와인까지 먹을 수 있는 건 모조리 통조림으로 만드는 습성이 있는 유럽·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통조림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통조림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국물 요리와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반찬 통조림도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통조림이 웰빙 음식문화에는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통조림은 그 어떤 보존 방식보다 환경친화적이에요. 통조림에 대한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빨리 바꾸는 건 우리 업계의 숙제지요.” 제조 과정의 음식물은 열로 살균되고, 빈 깡통은 100% 가까이 수거해 재활용하니까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통조림을 넘어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는 꿈도 꾼다. 강 사장은 “일단 식품 수출입 노하우를 살려 냉동식품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라며 “통조림의 사촌 격인 레토르트 파우치(비닐·알루미늄 등 재질의 저장 주머니)를 활용한 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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