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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20% 고성장 비결은?

곡산 2008. 3. 4. 08:20
롯데리아 20% 고성장 비결은?
햄버거 대신 커피ㆍ음료 판매 크게 늘려

`햄버거를 지워라.`

지난 2년간 롯데리아 임직원들이 수행한 미션이다. 다름아닌 주력 제품인 햄버거 비중을 낮추는 작업이다. 얼핏 이해가 안 가는 얘기다. 햄버거 회사에서 햄버거를 지우라니.

직원들 사이에서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 가운데 롯데리아는 햄버거 외 사이드 메뉴를 키우고 햄버거 중심으로 되어 있는 매장 분위기를 바꿔 나갔다.

햄버거는 굳이 알리지 않더라도 롯데리아의 주력 상품일 수밖에 없지만 `롯데리아=햄버거`라는 등식은 롯데리아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롯데리아는 `햄버거를 파는 곳`에서 `분위기를 파는 곳`으로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롯데리아가 패스트푸드 업계 1위를 거머쥐고 매출액 기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룬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롯데리아 매출은 지난 2002년 이후 줄곧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다 2006년 감소세가 수그러들더니 지난해에는 상승세로 전환됐다. 월별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 이후 2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년간 롯데리아 경쟁 상대는 맥도날드가 아니었다. 커피는 스타벅스, 아이스크림은 베스킨라빈스, 빵은 파리바게트, 치킨은 KFC와 파파이스였다.

그 결과 롯데리아는 지금도 여전히 햄버거가 주력 상품이긴 하지만 커피, 아이스크림, 치킨 등 사이드 메뉴 비중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그 단적인 예가 롯데리아 충정로점과 이웃한 스타벅스점 간 매출 경쟁에서 나타난다. 롯데리아 충정로점은 2006년 월 매출이 2000만원대로 저조했고, 바로 옆 스타벅스 매장은 5000만원 후반대로 매출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롯데리아는 충정로점 폐점까지 고려했지만 경영진이 제동을 걸었다. 롯데리아 매장 간판이 옥외광고탑 이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살려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

이렇게 가까스로 기사회생한 충정로점은 스타벅스에 대응하기 위해 인테리어도 바꾸고 커피제품을 늘리는 등 카페형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러자 지난해 6월부터 상황은 역전됐다.

충정로점 매출이 서서히 늘기 시작하다 최근에는 월 매출 4500만원으로 4000만원에 못 미치는 스타벅스를 앞질렀다.

스타벅스 커피값의 절반 가격에 자바커피 원두를 쓰면서 가격에 비해 맛이 괜찮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렌드를 주도하고 입맛이 까다로운 20대 여성을 겨냥해 의자, 탁자 등을 안락한 것들로 바꾼 것도 효과가 있었다.

전체 롯데리아 매장을 이용한 20대 여성 고객이 2005년 대비 3.8% 늘었다. 커피 매출은 2005년 대비 70% 늘었고, 아이스크림은 대표 브랜드인 토네이도에 힘입어 40% 성장에 육박하고 있다.

이장묵 마케팅팀장은 "커피 매출액은 전체 매출 규모에서 볼 때 그리 크지는 않지만 단일품목 매출이 70% 이상 증가한 것은 괄목할 만하다"며 "더욱이 커피가 고객들을 유인해 전체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크다"고 했다.

롯데리아는 지난 1월 20%대 매출 신장을 기록했고 2월 역시 설연휴 매출을 제외하고도 20%대 신장을 했다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