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고물가시대의 `가격 역주행` | |||||||||
인플레이션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요즘 유통업체들이 거품가격을 없애기 위해 시행 중인 정책들에 더욱 눈길이 간다. 백화점에서는 남성 정장 가격표에 끼어 있는 거품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이른바 `그린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양복업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장에 100만원짜리 가격표를 붙여 놓고 사실상 연중 할인을 통해 75만원, 혹은 70만원에 판매했다. 애초 70만원 정도에 판매할 옷인데, 100만원 가격표를 붙여 놓고 30% 할인해주는 척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장에 붙은 가격표는 그냥 장식일 뿐이었다. `정장을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도 나왔다. 그린프라이스는 이런 `거품가격` 대신 제값을 붙여 팔되, 연중 1~2회 특별기간에만 세일을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표현을 빌리자면 `합리적 가격을 매긴 정찰가격제`다. 최근 백화점에서 신사정장을 한 벌 사입었다는 한 지인은 "한 푼도 깎아주지 않더라. 하지만 이미 할인받은 가격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이 제도는 셔츠와 넥타이로 확산됐다. 앞으로 모피제품과 여성복 등에도 적용될 거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대형마트들은 앞서 언급한 PB(혹은 PLㆍPrivate Label)를 통해 가격거품을 빼고 있다. PB상품은 별도 마케팅 비용 등이 들지 않아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에 진열된 PB상품은 동종의 제조업체 브랜드(National Brand) 상품에 비해 10~40% 값이 싸다. 이마트는 현재 1만5000여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내놓은 PB상품도 수천 가지다. 이마트는 가계소비를 NB상품에서 PB상품으로 바꿀 경우 전체 가계비 지출을 1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정도라면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쓸 만한 버팀목이 될 듯하다. 그렇다면 다른 업종, 다른 품목에서도 그린프라이스와 PB상품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걸까. 얼마 전 일본여행을 다녀온 한 중견기업 간부의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오사카 인근 골프장에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27홀씩 54홀을 돌았는데 식대를 포함해 모두 3만3000엔(약 29만원) 정도 들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이런 식으로 골프를 즐겼을 경우 70만원은 족히 들었을 것이다. 그는 또 한 백화점에서 유명 해외브랜드 아웃도어 의류를 1만8000엔(약 16만원)에 구입했는데, 거의 같은 모델이 한국에서는 23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했다. 비행기 삯이 들더라도 해외로 나가 골프 치고 쇼핑하는 게 더 싸게 먹힌다는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내 골프 라운딩 비용이 일본보다 더 들 이유가 없고, 국내 백화점 옷값이 일본보다 비쌀 이유가 없다. 어디 그린피와 옷값뿐인가. 거품가격은 도처에 널려 있다. [유통경제부 = 진성기 차장goji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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