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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정체 고심하는 농심

곡산 2008. 2. 17. 09:52
매출 정체 고심하는 농심

손욱 회장
‘2015년 매출 4조원, 경상이익 5000억원’

(주)농심이 손욱 회장(63)을 영입하면서 내놓은 야심찬 비전이다.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5년에 맞춰 현재 매출의 2.5배에 이르는 신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손 신임 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줄곧 기술혁신을 담당해온 ‘혁신전문가’로 손꼽힌다.

농심이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은 지난 99년 신세계 출신인 권국주 메가마트 겸 호텔농심 사장 이후 처음이다.

농심이 전격적으로 손 회장을 영입하고 야심찬 비전을 선포한 배경에는 실적부진이 있다.

국내 식품시장이 포화 상태를 맞으면서 라면, 스낵 등 농심 주력 상품들의 매출이정체 상태다. 때문에 신사업과 해외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농심은 지난 2004년을 정점으로 매출이 조금씩 줄어드는 모양새다.

2004년 1조6500억원에서 2006년에는 1조5800억원, 지난해에도 1조6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제자리걸음이다. 미래 가치를 상징하는 주가는 한때 30만원을 호가하다 최근에는 20만원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

오찬근 농심 홍보부장은 “2005년 미국 공장을 설립하면서 해외법인 매출이 따로 잡혀 매출이 조금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해외 부문을 합할 경우 줄어들지는 않았다”면서 “정체 상태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체 상태에 빠진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사업 찾기에 적임자로 평가받는 손 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한 셈이다.

손 회장이 농심과 인연을 맺은 것도 신사업과 무관치 않다. 농심 측이 최근 연구와 비즈니스 개발(R&BD) 센터를 설립하면서 손 회장에게 자문을 받았고, 손 회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신춘호 그룹 회장이 이 과정에 직접 나섰다는 후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R&BD 센터는 신제품 연구개발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작업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 辛라면 의존도 높아 

농심이 신성장동력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경영환경 급변이 있다.

86년 신라면을 내놓으며 라면시장을 평정했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히트 브랜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하기도 하지만 ‘웰빙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라면시장 자체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다.

최호민 농심 부장은 “국내에 출시되는 라면만 160여가지가 넘는다”면서 “라면 자체가 간식이나 기호식 정도로 치부되면서 성장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라면이 농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신라면의 매출 비중은 20%를 넘어서는 수준.

신라면이 흔들릴 경우, 회사 전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라면에 이어 매출 비중 2위인 스낵 부문도 정체 상태는 마찬가지.

새우깡, 포테이토칩으로 대변되는 스낵류 또한 웰빙 바람과 함께 성장에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백운목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라면과 스낵 등 식품시장 자체가 성장성이 낮아, 농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70년대 초 가계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음식료 비용이 최근에는 24% 수준으로 낮아졌다.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인스턴트식품시장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부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밀가루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50%나 상승했고, 최근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라면 원부자재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율은 5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한 차례 가격을 올린 바 있는 농심 측은 새해 한 번 더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포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이겨낼 방안은 신제품과 해외 진출이다.

농심 측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건면세대’와 각종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으로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을 통해 감자를 원료로 한 식사 대용 제품이나 쌀과자 등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R&BD 센터를 통해 인스턴트식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개념 웰빙 식품도 선보인다.

지역적으로는 해외 진출을 새로운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는다.

손 회장 역시 비전 선포식에서 “신성장동력과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공장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중남미 시장에서도 매출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시장의 경우, 상하이 공장 이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상하이 신공장은 연간 라면 6억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예정. 올 상반기 안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 3월경 신사업 로드맵 발표 

농심은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매출 증가를 노리고 있다.
오는 3월에는 신사업과 해외 진출 등을 총정리한 신사업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민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에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면 회사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새 CEO가 신사업 개척에 주력하며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한 것도 사실.

그룹의 보수적 분위기 탓에 신사업 추진은 물론 해외 진출 확대 모두 녹록치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신춘호 회장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면 새 사업을 벌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M&A(인수합병)에도 부정적이다.

농심은 현금흐름이 좋기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인수합병에는 이름을 내밀지 않는다. 최고위층이 부정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A애널리스트는 “라면시장에만 계속 의존해서는 성장을 이뤄내기 힘들다”면서 “3월에 신제품과 신사업 로드맵을 어떻게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A애널리스트는 하지만 “농심 특성상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 덧붙였다. 조직 분위기를 혁신하고, 수익 창출을 위해 식품 외 분야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공격적 경영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회사 측에서도 이런 비판을 의식, 지난 연말 각 사업팀이 대표이사에 직보하는 체제로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제품 라인과 마케팅을 강화하면 올해에는 내수 부문에서만 1조7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부문 매출 목표는 2억5000만달러다.

김민정 연구원은 “제품 가격 인상 효과로 이익률 상승과 매출 상승은 기대해볼 만하다”면서 “라면 부문에서의 확고한 지배력은 신제품에 드라이브를 걸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농심이 신사업으로 식품 관련 프랜차이즈, 건강기능성 식품, 식자재 유통 등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라면과 스낵시장에서의 제품력과 유통망을 활용하면 신사업 리스크를 낮출 수 있기 때문.

해외 사업도 지금까지의 소극적 투자에서 벗어나 지역 확대를 꾀할 경우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1441호(08.01.3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