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소식

‘성장 멈춘’ 식품업계 허리띠 죈다

곡산 2008. 1. 22. 20:49
‘성장 멈춘’ 식품업계 허리띠 죈다
[2008.01.22 20:08]
성장성 정체로 고민하는 식품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원자재가격의 고공인상, 유통업체의 물가안정 대책, 소비자들의 가격저항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신입사원 정기공채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고 광고비 등 마케팅 전반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가 하면 일부 기업은 회사 전반의 원가절감에 착수했다.

■신입사원 채용 지난해보다 줄여

최근 주요 그룹사들이 공격적인 사업확장 계획을 세우면서 올해 채용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식품업계와는 상관없어 보인다.

대부분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도리어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감소세를 겪은 대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기공채 계획이 없다. 2006년 본격적으로 단행해 온 구조조정 기조를 올해에도 이어갈 예정이다. 대상은 2006년 말 3800여명이던 인력을 지난해 말에는 3100명 수준으로 줄였다. 올해도 신입사원 채용을 없애고 퇴직 등 자연감소를 활용해 추가적인 인력 축소에 나서고 있다.

제과업계 라이벌인 오리온과 해태제과는 정기공채 계획이 없다.

해태제과는 영업전문직 등 일부 직종에 한해 수시채용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기공채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

오리온도 결원인력이 발생할 경우에만 채용에 나서면서 정기공채 자체를 없애버렸다. 오리온 관계자는 “수시채용은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탄력적인 인력운용이 가능하도록 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F&B도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였다. 2005년 60명, 2006년 60명을 뽑았던 동원F&B의 신입사원 채용은 지난해 72명으로 늘었으나 올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51명에 그칠 전망이다.

이 밖에 CJ제일제당이나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 대기업들도 올 채용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원가절감·사업축소 등 줄이어

식품업체들은 이 밖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비용절감에 들어갔다.

대상은 최근 업무효율제고를 위해 영업직 사원 전원에게 업무용차량으로 경차 ‘모닝’을 지급했다. 1000㏄ 경차인 ‘모닝’은 톨게이트비나 주차비뿐만 아니라 자동차세 혜택 등으로 비용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식품업계 공룡인 CJ제일제당도 연구소나 공장 현장을 ‘독서실 모드’로 전환했다. 현장의 작업등 스위치를 분리해 각자의 위치에만 전등이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또 업무홍보용 카드에 대해 ‘크린카드제’를 도입했다. 회사측은 모든 지출에 대해 명세서를 제출하도록 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이중 삼중으로 제어한다고 밝혔다.

오리온도 도서비 등 연간 일반 관리비 등을 줄였고 유류비 절감을 위해 영업차량 동선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대상은 적자를 내고 있는 2∼3개 사업 부문의 품목수를 줄일 방침이다.

흑자를 내고 있는 5개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가격인상, 신제품 출시, 철저한 비용 통제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광고 등 마케팅 비용도 감소

제과업계 맏형인 롯데제과는 지난 3년간 순수 광고비용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지난 2005년 440억원이었던 4대 매체 광고비는 이듬해 350억원, 지난해에는 34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대 성장세를 보였음을 감안하면 매출 대비 감소 비중은 더 크다.

제약·유업사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음료업계 역시 내핍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한 코카콜라, 해태음료 등 대부분의 업체가 지난해 광고비용을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카콜라보틀링을 매각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코카콜라는 마케팅 비용을 전년보다 절반 정도 줄였다.

또 해태음료도 2005년부터 꾸준히 매년 5∼10%씩 줄이고 있고 남양유업, 한국야쿠르트 등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광고비의 경우 업계 1위 롯데칠성음료만 지난해 전년 대비 4% 정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F&B도 2007년 4대 매체 광고 규모가 60억원으로 2005년 70억원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올해도 지난해 규모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마케팅 군살빼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태음료 관계자는 “광고비 전체규모는 줄이면서도 집행에 있어서 집중과 선택을 취하고 있다”면서 “주력제품인 까만콩차 모델로 김아중씨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식음료업계 상황이 근시일 내에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연구개발(R&D), 인건비 등 핵심 비용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군살빼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