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따뜻한 겨울' 지속…겨울 특수 실종,여름상품 매출 증가

곡산 2007. 12. 30. 22:34

'따뜻한 겨울' 지속…겨울 특수 실종,여름상품 매출 증가

【서울=뉴시스】

최근 몇년 사이 겨울철 기온이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은 더이상 우리나라의 겨울을 설명하지 못한다.

올해 겨울은 예년과 비교해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겨울 특수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겨울 용품을 파는 사람들은 울상인 반면 여름 상품이 더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겨울도 포근한 기록 경신?

지난해 겨울(2006년 12월~2007년 2월)은 1908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후 가장 포근한 겨울로 기록됐다. 이 기간 전국 평균 기온은 2.46도로, 1971~2000년 평균치(0.43도)보다 2.03도 웃돌았다. 특히 지난 2월 전국 평균 기온은 4.09도로, 평년치(0.75도)보다 3도 이상 높았다.

이번 겨울(2007년 12월~2008년 8월)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년 이어 포근한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경남 밀양의 낮 최고 기온은 17.5도, 서울은 13.8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10도를 넘어섰다.

서울의 이날 낮 최고 기온은 예년 평균(2.5도)보다 11.3도 높은 것으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 12월 하순 최고치(12.6도)를 경신했다. 특히 서울의 일평균 기온은 지난 15일부터 12일째 영상의 날씨를 보이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산업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포근한 겨울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찬 공기를 가져다주는 대륙고기압이 따뜻한 날씨 탓에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어 겨울 같지 않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며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따듯한 겨울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겨울옷 판매점·난방제품 판매상인 등 울상

겨울을 맞아 겨울옷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요즘 대목 중에 대목이다. 그러나 포근한 겨울날씨로 인해 겨울 옷 매출이 좀처럼 늘지 않아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수도권 13개 점포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같은 수준이지만 여성 트렌드 캐주얼 부문 매출은 2%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격적인 겨울 의류 판매기간인 지난달 1일부터 12월23일까지 매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여성 정장이 3.2%, 모피는 9%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코트 비중이 높은 남성 정장도 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 초부터 새해 첫 세일에 들어가기 때문에 겨울 상품 판매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따뜻한 겨울을 대비해 얇은 점퍼 등 간절기 상품의 조기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방용품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겨울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계절상품을 판매하는 군소 점포 매출이 뚝 떨어져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

대부분 상가와 점포들이 폭설과 한파 등에 대비 다양한 계절상품을 갖춰 놓고 판촉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고심은 더해가고 있다.

난방용품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모씨(50)는 "포근한 겨울 날씨로 인해 기대했던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 않다"며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매출을 커녕 당장 이월상품이 될 재고처리가 큰 문제"라고 한숨을 내쉈다.

뿐만 아니라 무주리조트 등 스키장과 눈과 얼음 중심으로 진행되는 강원지역 겨울축제 등도 포근한 겨울 날씨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제철 아닌 여름상품 매출 '쑥'

따뜻해진 겨울날씨로 인해 울상 짓는 업계나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매출증가로 즐거운 비명도 지르고 있는 곳도 있다.

전통적으로 겨울철 빙과와 음료시장은 비수기다. 그러나 올해 겨울은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GS25와 훼미리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아이스크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0.1%, 34.9% 높아졌다.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르'는 이번 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0% 증가했고, '위즐'을 비롯한 홈타입 제품류도 20% 늘었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평년기온이 5도 이상 높아지는 등 겨울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비수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영복과 선글라스 등과 같은 여름상품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여름 상품인 선글라스와 수영복의 매출이 각각 91%, 15% 증가했고, 롯데백화점도 수영복을 판매하고 있는 레저 상품군과 여행가방이 각각 3%, 2% 신장했다.

또 가전업계도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이지만 업체마다 에어컨 신제품을 홍보하고 예약주문을 받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제철을 넘긴 이월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려는 짠돌이 쇼핑객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고가의 상품을 반대 시즌에 저가로 구매하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유통업체들도 여름엔 모피, 겨울엔 수영복 등을 판매하는 역발상 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욱기자 mkb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