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라면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틈새시장에서의 선전을 들 수 있다. 기존 주력 브랜드 외에 다양한 맛을 시도한 제품이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1.4% 성장한 1조5000억원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소비자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건강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라면소비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선보인 제품들이 시장에 보다 쉽게 정착하는 해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틈새시장을 이끈 제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된장을 스프의 주재료로 한 구수한 맛 라면들이 웰빙 바람을 타고 속속 등장해 제품별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장라면’을 시작으로 오뚜기 ‘미소라면’ 삼양식품 ‘된장라면’ 농심의 ‘감자탕면'까지 기존의 자극적인 맛의 라면을 싫어하는 소비자들로부터 구수하고 깔끔한 국물 맛으로 사랑을 받았다.
또한 그동안 다이어트의 적으로 불리던 라면이 기존의 통념을 깨며, 간편하게 건강도 챙기고 다이어트에도 도움 되는 저칼로리 면으로 인기가도를 달렸다. 저칼로리 면이란 면의 소재와 제조 공정을 바꿔 일반 라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칼로리를 낮춘 제품으로, 날씬해지고픈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었다.
오뚜기 '컵누들'은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100%에 가까운 성장률로,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하반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농심도 저칼로리 쌀국수 제품인 '쌀국수 포들면'과 '녹두국수봄비‘는 월 매출 10억 원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복잡 다양해지고 여성층, 고령층, 어린이 등 소비타깃이 세분화되면서 저칼로리 면을 선호하는 소비계층이 확실히 구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도 작년 3월 초 기존의 ‘안튀긴면’을 업그레이드해 새롭게 내놓고 경쟁사의 저칼로리 라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650원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증대로 기름에 튀기지 않고 냉장 유통돼 신선감을 더하는 생면시장 규모는 2005년 약 1500억 원대에서 지난해는 신규업체의 가세 등으로 2000억 원대까지 상승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간편하면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미래형 즉석 식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냉장 유통의 ‘생면’이 대중화된 것은 2000년부터로, 현재 국내 생면시장은 풀무원이 40% 이상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CJ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동원F&B, 농심 등 대기업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우동류, 냉면류, 파스타류 등 다양한 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 라면업체의 제품 외에도 편의점업체들이 자체 매장에서만 취급하는 전용 라면을 개발, 라면시장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점도 시장 확대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편의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마다 다른 점포와 차별화되는 특화상품 개발에 앞 다퉈 나서고 있어 전용라면 시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GS25는 매운 맛으로 유명한 라면가게인 틈새라면과 제휴, '틈새라면'을 내놓아 출시 6일 만에 '신라면'의 판매량을 앞서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GS25는 또 지난해 8월 100년 전통의 자장면 가게인 공화춘과 손잡고 '공화춘' 자장면을 선보여, 편의점업계 매출 1인자였던 농심의 '짜장 큰사발'을 위협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훼미리마트는 최근 인기 라면전문점 '황토군 토담면 오다리'와 제휴해 '오다리' 컵라면을 선보였으며, 세븐일레븐 1500여 개 점포에선 지난해 9월부터 노르웨이의 라면업체와 손잡고 ‘미스터리라면’을 판매 중이다.
■ 2007년 전망
성숙기로 접어든 라면시장은 이미 시장을 확보한 기업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탕 라면과 생면으로 양분되면서 각 기업들은 다양한 기호면과 고급 기능면, 제품포장단위 개선, 주력 제품의 광고마케팅 강화 등 치열한 생존경쟁이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또한 국내 농산물의 불안전한 공급과 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맥분의 가격인상, 직수입하는 팜유의 환율에 따른 가격변동, 국제선박운송료의 상승 등 지난해부터 원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원자재 주요 품목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시장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라면업계는 환율변동에 따른 원자재의 가격변동과 국내시장의 정체와 포화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수출통로를 개척과 새로운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할 움직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