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아래 첫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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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진부에 있는 박종수씨의 집은 통나무집의 단아한 멋을 느끼게 한다.
통나무 냄새 그윽한 ‘하늘 아래 첫 집’ 강원도 진부면 수항리에 자리잡은 통나무집.
건평 32평인 이 집은 한결울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끄떡없다.
통나무집의 설계와 공사비, 집짓기 등 집주인 박씨의 따뜻한 통나무집으로 들어가보자.
촬영 협조 /한국통나무학교(033-342-9596> 강원도 진부면 수항리.
오대천과 함께 끊어질 듯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
가을은 어제보다 더 깊어가고 있고
미처 하늘을 다 가리지 못한 박지산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고, 어디선가 이지러진 낙엽을 태우는 그윽한 냄새.
길 위에서 잠시 길을 잃는다.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멀리, 하늘 아래 첫 집, 돌밭 사이로, 통나무집 하나 비탈에 서 있다.
머루덩굴이 마당에 차 오르고 사람보다 개가 먼저 맞는 늦가을의 오후
하늘로부터 시작한 가을은 백석산과 박지산을 지나 집 마당에까지 다다랐다.
통나무집은 가을이 제 맛이라는 집주인 박종수씨.
박씨는 ‘한국통나무학교’에서 통나무 집짓기를 배운 이른바 통나무 예찬론자이다.
원래 대구에서 건축업을 한 박씨는 건축에 대해서는 나르대로 잔뼈가 굵은 전문가.
슬라브 주택이 전공이고, 한옥에 관심이 있었지만
만만치 않은 인건비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한옥은 포기했다.
통나무학교 교장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본격적으로 통나무를 연구, 이제는 ‘통나무 통’으로 불릴 정도다.
처음 집을 짓기로 했을 때만 해도 박씨는 통나무에 대한 상식이 캄캄했더 터.
그러나 통나무학교를 통해 통나무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후, 통나무에 푹 빠졌다.
▲ 벽난로. 철판 난로를 이용해 통나무로 불을 땐다.
철판 난로 하나면 한겨울에도 든든하다. 포스트 & 빔과 나취식으로 지은 통나무집.
작년 가을,
박씨는 본격적인 통나무 집짓기에 나섰다.
자신이 원하는 집의 평면을 직접 스케치하여
통나무학교와 설계 협의를 거친 후 골조 제작 조립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집은 기둥과 보를 짜맞춘 포스트&빔(Post&Beam)이 얼개다.
2층 벽체는 나무단을 쌓아올린
나취(Notch)로 보강했다.
전체 규모는 32평. 1층이 20평이고, 2층이 12평이다.
기초는 벽씨가 인부를 사서 직접 시공했고, 마감공사는 전문 인력을 학교에서 소개받았다.
계약 후 일주일만에 실시 설계도가 나왔다. 도면대로 콘크리트 기초를 다졌다.
기초 작업으로만 쓴 콘크리트가 레미콘으로 5대반.
이 기간 동안 학교에서는 통나무집 골조 제작을 했고, 자재는 인천의 한 대형 자재상에 주문했다.
이 집의 통나무는 주로
수입목을 썼다.
미송과 햄락, 다글라스퍼, 낙엽송의 4종류. 국산은 밑둥과 윗등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
12자 이사은 쓰기가 어렵다는 게 박씨의 말. 나무는 부드럽게 깎으면
무미 건조할 것 같아 일부러 ‘러프’하게 깎았다.
먼저 나무 껍질을 손으로 벗겨낸 후 샌딩을 하고 방부, 방수제인 오일스테인을 먹였다.
골조 조립은 학교에서 시험삼아 조립하고
난 후 다시 분해, 운반하여 현장에서 재조립했다.
자재는 18톤짜리 차량 두 대로 운반했다.
골조는 크레인을 동원해 짰는데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에 마쳤다.
골조 분해, 운반 조립이 하루만에 모두 끝난 것이다.
골조 조립이 끝난 다음날부터 마감공사가 시작됐다.
벽체는 2×4를 사용하고, 마감재는 흰색 테라코트를 사용하여 튼튼하고
아름다운 기능과 미를 추구했다.
전체 마감 기간은 약 한 달이 소요됐고 박씨 가족은 작년 12월에 입주했다.
통나무집에서의 전원생활,
인생사락(人生四樂)
그러니까 입주한 지 근 1년이 다 되는 박씨는 이 곳 통나무집에서 사계(四季)를 보낸 셈이다.
통나무집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때마다 다 운치가 있다.
처음 입주할 때만 해도 겨울이어서, 가족들은 추위를 무척 걱정했다.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통나무집의 가장 큰 장점이 단단하면서도, 따뜻하다는 것. 거실 벽난로 하나면
한겨울에도 끄떡없다. 그만큼 통나무 집은 단열이 뛰어나다.
이 집 1층은 부부가, 2층은 아이들이 각각 쓰고 있다.
통나무집 생활을 하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있다.
학교도 멀고, 도시 생활에 비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친구들을 데리고 와 집에서 노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산과 계곡과 들에서 뛰어놀며 자연의 위대함을 배운다.
다람쥐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때때로 청설모와 고라니도 만날 수 있다.
지난 여름, 박씨는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도시에서 여름 휴가를 온 친구들과 가족 친지들 때문이다.
비록 ‘술에 절어’ 지낸 나날이었지만 박씨에게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박씨의 집을 찾는 사람들은 집 안에 들어서면 맨처음 “아, 나무 냄새.”라고 말한다.
집주인은 잘 느끼지 못하는 냄새를 도시
사람들은 금세 맡을 수 있다.
박씨의 부인도 남편이 하는 일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건축가가 다 된 모습이다.
집 안팎으로 부인의 인테리어 작품들이 널려 있다.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서는 진부 5일장에 나가야 하지만 시골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도 키우고, 텃밭도 가꾼다. 우려했던 것만큼 그렇게 적적하지는 않다.
박씨는 이 곳에 살면서 인생의 또 한 가지 즐거움을
만났다.
맹자가 말한 ‘인생삼락(人生三樂)’에다 ‘땀 흘려 일한 후
시원한 계곡물에 등목하기’가 박씨의 사락(四樂)이 됐다.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사방의 산에 가린 하늘에는 어느새 해가 자취를 감췄다.
나무들은 그대로 비탈에서잠이 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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