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스크랩] 직무분석의 실행 포인트

곡산 2006. 1. 14. 15:34

직무 중심 인사로의 혁신을 위한 첫걸음은 직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직무 분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이유를 살펴보고, 직무 중심 인사를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직무 분석 방법을 알아본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기업들의 인사 철학은 ‘사람 중심’에서 ‘성과 중심’, ‘직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LG뿐만 아니라 포스코, 태평양, CJ 등 국내 대기업들이 직무 체계를 정비하고, 성과와 역량에 기반해 평가, 보상 및 승진급 등을 결정하는 직무 중심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이 직무 중심의 인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우선 직무의 특성과 수행 요건 파악, 직무의 상대적 가치 평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우리 기업들이 사람 중심으로 인사 관리를 해 왔기 때문에 직무에 관한 정보가 취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직무 중심의 인사로 나아가는데 있어 첫 걸음은 바로 직무 분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과거 우리 기업에도 직무 분석이 취약하기는 했지만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공기업처럼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조직의 경우에는 ‘업무 분장’이라든가, ‘직제 규정’ 등이라는 이름으로 직무 분석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 활용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本稿에서 우리 기업들이 직무 분석을 활용하지 못했던 이유를 살펴보고, 직무 중심 인사를 실현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직무 분석을 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직무 분석이 실패한 이유

 

우리 나라에는 1960년대 정부 기관에서 처음으로 미국식 직무 분석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1980년대 이르러서야 민간 기업에서도 직무분석을 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직무 분석 결과를 조직 운용 및 인사 시스템에 활용한 정도는 그리 높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에서 직무 분석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직무의 내용과 특성은 변화하는데 직무 분석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과 경쟁사, 정보 기술, 생산 기술 등이 급속히 발전해감에 따라 직무의 등장이나 소멸, 직무 내용과 필요 기술의 변화가 수시로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 분석 정보는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못했기 때문에 갈수록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둘째는 처음부터 직무 분석의 목적이 특정 범위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과거 공기업의 경우 부서간의 업무 책임을 명확히 하는데 주로 활용하였을 뿐이며 업무를 파악하고 개선하거나 새로운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활용하지는 않았다.

 

셋째는 직무 분석의 결과를 인력 구조 조정 등에 주로 활용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직무 분석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서 구조 조정이 필요할 때 주로 직무 분석을 하였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직무 분석에 대해 좋지 못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무 분석이 제대로 정착될리는 만무하다.

 

넷째는 직무 분석을 해 놓고는 이를 활용하는 프로세스를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기술서를 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은 직무 기술서의 내용과는 달리 그 때 그 때 상부로부터 주어진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직무 기술서에는 직무 수행자 기초 요건이나 갖추어야 할 역량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채용 시에는 본사에서 학력이나 성적 등과 같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대규모로 채용하여 무작위로 직무에 배치하는 것도 대표적인 예가 된다.

 

다섯째는 조직 단위에서 직무 분석을 하였기 때문이다. 조직 단위로 직무를 분석한 경우 유사한 일을 수행하는 여러 조직을 각기 다른 직무로 분류하게 된다. 따라서 업무 조정이 있거나 조직 개편이 있을 경우 기존의 직무 분석 정보는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다.

 

효과적인 직무 분석을 위한 실행 포인트

 

최근 들어 직무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과거 문제점을 개선하고 효과적으로 직무 분석을 수행하는 우리 기업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직무 분석을 위한 실행 포인트를 살펴보기로 한다.

 

● 실행 포인트 1: 활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라

 

효과적인 직무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분석 결과를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직무 분석은 다양한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기업들은 주로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조직 재설계 및 적정 인력 규모 산정 등을 위해 직무를 분석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이후로는 성과 지표 도출과 역량 추출, 직무 가치 평가 등을 통해 직무 중심 인사시스템 구축에 직무 분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채용, 배치/전환, 평가, 보상, 육성 가운데 모두가 아닌 일부 인사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직무 분석을 수행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림> 직무분석의 활용 범위

 

 img1.gif

 

그런데, 일부 현업에는 나중에 쓸모가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 당장은 필요치 않은 자료까지 한꺼번에 모두 수집, 분석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만족스러운 직무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우리 기업의 구성원들에게는 아직 직무 중심의 마인드가 정착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목적이나 활용성이 뚜렷하지 않은 직무 정보를 작성하고자 할 때 구성원들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고 분석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성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둘째는 불필요한 자원과 시간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직무 분석의 목적에 따라 접근하는 기법과 필요한 자원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자원과 비용이 소요되어야 한다.

 

● 실행 포인트 2: 직무 분석의 활용을 제도화하라

 

직무 분석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고 해서 실제 활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직무 분석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무 분석이 실제 활용되어지는 과정을 프로세스화하여 제도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직무 공백(Job Opening)이 발생하였을 때, 직무 분석 결과 산출된 직무 기술서와 직무 역량 요건, 직무 평가 결과 등을 반드시 채용 공고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직무 역량 요건에 따라 후보자들을 평가하여 선발하도록 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많이 도입되고 있는 e-HR과 같은 IT 시스템을 활용하면 직무 분석의 활용을 제도화하는 것이 훨씬 더 간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 실행 포인트 3: 조직 단위보다는 일 중심으로 분석하라

 

우리 기업에서는 유사한 일을 다른 조직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비교적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는 본사에 인사 부서가 있으며, R&D나 영업 조직에도 인사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이들을 하나의 직무로 간주하여 직무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직무 분석으로 인해 구성원들의 교육 훈련이나 경력 개발 등 육성에서의 효율성이 높아지며, 인력 운용의 유연성도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에서 실패 이유로 제기되었던 바와 같이 조직 개편이나 업무 조정 등에 있어도 추가적인 직무 분석이 필요 없게 된다.

 

 

● 실행 포인트 4: 직무를 폭 넓게 정의하여 분석하라

 

전통적인 직무 분석이 시간 연구나 동작 연구에서 유래된 것처럼 서구식 직무의 범위(Job Breadth)가 매우 좁은 편이다. 이러한 서구 전통적인 직무의 개념과 비교해 볼 때 2 가지 이상의 직무를 우리 기업의 구성원들이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인사 부서의 직원들이 채용이나 평가, 보상, 교육 훈련 등 특정 직무에 전문적으로 배치되어 일을 하기 보다는 한 사람이 채용과 평가, 보상을 동시에 맡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성원들에게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게 함으로써 관련 전문 기능을 두루 습득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장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장점을 살려서 폭 넓은 직무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서구 선진 기업들도 직무의 범위를 점점 넓혀 가는 추세이다. 예를 들면, 외국 선진 기업인A사의 경우에는 과거 1,400여 개였던 직무 수를 70개로 줄이고 그 범위를 확대하여 분석,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 실행 포인트 5: 핵심 직무(Key Job)를 중심으로 분석하라

 

기업은 모든 직무를 똑같이 관리하기보다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핵심 직무를 집중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직무 중에서 핵심 직무는 그 수가 많지 않다. 선진 기업의 경우에는 핵심 직무가 전체 직무 수 가운데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핵심 직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데 직무 분석의 자원을 쏟는 것이 전략적인 면에서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면, 핵심 직무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활용 범위를 다 고려하여 직무 분석을 상세히 실시하고, 나머지 직무에 대해서는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대해서만 분석을 실시할 수도 있다.

 

● 실행 포인트 6: 지속적인 업데이트(Update) 프로세스를 구축하라

 

직무 중심의 인사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현장 관리자들은 직무 분석을 그다지 중요한 일로 여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직무 정보가 조금 잘못되어 있다 하더라도 현장에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무상에 변화가 발생하였을 때 직무 분석을 통해 직무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정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어떠한 경우에 업데이트를 하며, 누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업데이트를 수행할 것인지 등을 미리 규정해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직무 분석을 현장 관리자들이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 분석 기법을 알기 쉽게 매뉴얼화하여 현장에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것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에는 꼭 필요한 사항이다. 처음에는 외부 컨설턴트나 인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직무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업무 환경이 급속히 변화할 때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직무를 분석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실행 포인트 7: 유능한 직무 분석 Facilitator를 육성하라

 

직무 정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전사 차원에서 직무 분석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나갈 직무 분석 Facilitator를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직무 분석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직무 분석 기법을 잘 알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향후에는 직무 분석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더불어 현장에서 직무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Facilitator의 역량이 더욱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인사 부서의 역할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현장 중심의 인사가 점점 더 강화됨에 따라 인사 부서는 현장의 인사 활동을 지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컨설팅(Consulting) 역할에 초점을 두고 인사 담당자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있는 바와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 실행 포인트 8: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을 항시 염두에 두고 분석하라

 

최근 e-HR 등을 통해 직무 분석 정보가 IT 시스템에 구현되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IT화한다는 것은 접근성이나 사용의 편리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며, 한편으로는 정보의 규정화 정도도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업무의 비효율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단지 직무 정보를 수집한다는 목적으로 직무 분석을 수행하고 이를 바로 IT화하면 업무 비효율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어떠한 목적으로 직무 분석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함께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교적 직무 중심 인사가 잘 정착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인 P사나 A사의 경우에도 직무 분석 정보를 IT화하기 이전에 약 1~2년에 걸쳐 직무 프로세스 혁신을 먼저 수행하였다고 한다.

 

이상에서 우리 기업들이 직무 분석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점들을 살펴 보았다. 그런데 위의 7가지 실행 포인트는 우리 기업들이 과거에 직무 분석 과정에서 소홀히 하였던 점들을 지적한 것이며, 이것이 실행된다고 해서 직무 분석이 조직 운영 방식으로 반드시 정착된다는 보장은 없다. 직무 분석이 조직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조직 책임자의 관심과 몰입이 필요하다. 조직 책임자가 시간을 투자하여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직무 분석 결과는 한낱 서류 뭉치로 케비넷 속에서 잠자게 될 것이다.

 

 

출처: LG주간경제 719호 2003.03.19


 
출처 : 블로그 > 또또 | 글쓴이 : 또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