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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럼] 갈등의 불씨 여전히 남아 있는 홈플러스

곡산 2026. 8. 10. 08:16

[제물포럼] 갈등의 불씨 여전히 남아 있는 홈플러스

이원근 기자입력 2026. 8. 9. 16:40
이원근 경기본사 경제부장

홈플러스가 시끄럽다. 지난달 극적으로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합의가 이뤄지고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회생절차에 다시 돌입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노사 간 엇박자는 계속되고 있다. 홈플러스측은 최근 처우 조정과 임금 분할 지급 등에 노사가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임금은 내년 3월까지 2개월씩 순연 지급하며, 7월 급여는 9월에 지급된다고 알렸다. 홈플러스는 마트노조와 일반노조, 한마음협의회가 회사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고 영업 정상화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임직원 처우 관련 제도의 지급 시기와 방식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데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성명을 내고 사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노조는 2개월 임금 순연 지급이 '노사 합의'가 아니라 사측의 일방적인 요청 사항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산유동화 위로금과 상여금 분할 지급 등 고통 분담에 이미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체불까지 노사가 합의한 것처럼 언론에 알린 행태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는 진정성 있는 회생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임금 체불에 대한 법적 고소를 포함해 모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67개 점포의 영업 재개 과정에서 휴업조를 최대 2개월 단위의 순환 휴업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특정 직급에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관리자와 선임 비율도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점포 영업 재개 이후의 운영 방식도 아직 물음표다. 홈플러스는 67개 핵심 매장을 기존 대형마트 방식에서 벗어나 식품과 PB,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내세운 기업은 미국의 '트레이더 조'다. 트레이더 조는 판매 상품의 80% 이상을 자체 브랜드로 구성하고 식품과 생필품에 집중하는 유통업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국내 시장에서 통하려면 트레이더 조처럼 소비자 팬덤을 형성해야 한다. PB 상품은 이미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 대형마트에도 넘쳐난다. 휴업 직전까지 비어 있던 매대를 PB 상품 중심으로 다시 채운다고 해서 소비자의 발길이 돌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잇따른 폐점과 점포 휴업으로 오프라인 고객의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새로운 영업 방식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치밀한 세부 전략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대형마트의 입지도 위태롭다. 지난달 31일 경인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6월 경기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지역 대형마트 판매액지수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6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0.2% 줄어 올해 1월 18.7% 감소 이후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1997년 설립된 이후 국내 유통업계의 주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홈플러스가 흔들리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부담을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사회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이미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임금 체불 우려,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 지역 상권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정상화는 외면할 수 없는 숙제다. 다만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근로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거나 두루뭉술한 영업 전략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회사는 노조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구체적이며 실현할 수 있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지역사회 역시 홈플러스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정상화의 길을 가고 있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