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7년간 자기들끼리 다 해먹었다…전분당 담합 4사 7476억 응징

곡산 2026. 7. 10. 07:42

7년간 자기들끼리 다 해먹었다…전분당 담합 4사 7476억 응징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7.08 14:17

원가 오를 때 빠르게, 내릴 땐 느리게…총 13차례 걸쳐 가격 인상과 인하 시기, 폭 등 결정
​​​​​​​할당관세 적용에도 러-우 전쟁 시기 판매가 최대 73% 인상…담합 최대 규모 철퇴

무려 7년이다.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전분당 4개사가 7년 5개월에 걸쳐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공정위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전분당은 제과·제빵·제면, 음료, 빙과, 맥주 등 식품뿐 아니라, 제지, 철강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전분당 가격이 인상될 경우 전후방 산업에 대한 연쇄효과가 매우 크다. 국내 B2B 시장에서 이들 4개사의 점유율은 전분 95.7%, 전분당 86.4%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과 인하 시기, 폭 등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원재료인 옥수수 가격이 상승할 때는 원가 부담을 거래처에 신속하게 전가하기 위해 공동으로 가격 인상을 추진했고, 반대로 옥수수 가격이 하락할 때는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고 인하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이익을 확보했다.

전분사가 작성한 제3차 합의내용(제공=공정위)

특히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도 이들의 ‘짬짜미’는 지속됐다. 심지어 이 기간인 2021년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용 옥수수에 0%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판매가격을 담합 개시 시점인 2018년 5월 대비 최대 73%까지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공정위가 칼을 빼들어 총 7475억7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밀가루 가격을 밀약한 7개 업체에 매긴 6710억 원을 뛰어넘는다. 공정위 담합 제재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업체별로는 대상이 2341억41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양사 2103억4000만 원, 사조CPK 2001억3200만 원, CJ제일제당 1029억6500만 원 순이다.

담합 과정은 상당히 치밀하고 교묘했다. 전분사들은 가격변경 시 거래처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변경의 폭과 시기뿐만 아니라 가격변경의 근거(환율, 원료가 등)와 공문 발송 시기 등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4개사는 전분당 품목별 목표가격을 합의한 뒤 전분사별로 그보다 높은 금액을 순차적으로 거래처에 통보함으로써 거래처가 목표가격을 최대한 수용하도록 압박·유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합의 이후 전분사들은 실제 합의 내용대로 거래처에 공문을 발송하면서 이행 여부를 매우 철저하게 점검했는데, 예를 들어 각자 실수요처에 공문을 발송하기로 한 날짜에 상대방 회사를 찾아 공문에 품목별 인상폭, 인상시기, 공문 수신처 주소 등이 합의 내용에 따라 기재됐는지, 심지어 우체국까지 동행해 실제로 공문이 발송되는지 등을 확인했다.

또 전분사들은 전체 거래처에 가격변경 계획을 통지한 후 필요한 경우에는 거래처와 가격협상을 진행했는데, 각 수요처 별로 가장 거래 비중이 높은 전분사(주관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다른 전분사(非주관사)는 주관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함께 설득하는 등 목표가격 수준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전분당 평균가격 변동(제공=공정위)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는 물론 법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전분사들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분당 제품에 대해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독자적으로 재결정하고 향후 3년간 반기마다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밀가루 담합 건(2006년 4월, 2026년 5월), 인쇄용지 담합 건(2026년 4월)에 이어 네 번째로 부과된 것이다.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에는 △이 사건의 공동행위가 7년 5개월의 장기간 관행처럼 지속되어 온 점 △국내 전분당 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4개 전분사들 간 시장점유율의 큰 변동 없이 과점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담합 재발 가능성이 큰 점 △마지막 합의 시 결정된 가격이 담합 이전 경쟁상황 수준으로 인하됨으로써 합의의 영향이 소멸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이 감안됐다.

밀가루 담합 제재에 이어 전분당 담합까지 적발되면서 원재료 시장 전반에 대한 감시와 조사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국민 먹거리 및 산업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전분 및 전분당 판매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전분 95.7%, 전분당 86.4%)을 차지하는 전분사들이 자신들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약 7년 5개월 동안 지속해온 담합을 적발하고, 담합 사건 중 최대 규모인 747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며,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