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에도 웃지 못하는 ‘저가 커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6.25 07:55
원료 커피 시세 고공 행진…고환율·물류비 가중
‘가성비 아메리카노’ 가격 묶고 라떼류 등 인상
로스팅 역량 갖춘 ‘컴포즈’ 등 마진 줄여 대처
가맹점주 부자재·전기료로 순이익 연결 안 돼
여름철 아이스 음료 소비가 정점에 달하는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이했으나 국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국제 아라비카 선물 가격은 2025년 한때 파운드당 4.3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26년 현재 브라질 등 주요 생산국의 공급 회복 기대감으로 2.6~2.7달러 선까지 내려앉으며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아라비카 가격은 다소 안정됐으나, 저가 커피 블렌딩 및 동결건조(FD) 커피의 핵심 원료가 되는 로부스타 시세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며 실질 원가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1500원 안팎을 넘나드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는 데다 중동 정세 불안, 전쟁 등 대내외적 악재로 원부자재와 해상 운임 등 물류비용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달러 결제 기반의 생두 수입 단가 하락분을 고환율과 물류비 가중이 그대로 상쇄하면서 실질적인 국내 통관 가격의 고공행진은 여전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주요 브랜드들은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가성비 아메리카노’ 가격은 동결해 소비자 저항선을 무마하는 대신, 라떼류와 논커피 제품군, 커스텀 옵션 가격을 일제히 올리는 ‘선택적 가격 인상’으로 실질 마진 방어에 나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벤티는 지난 5월 29일부터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주요 메뉴 가격을 100원에서 최대 500원까지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이천쌀라떼’가 2800원에서 3300원으로 500원 올랐고, ‘바닐라딥라떼’ 라지 사이즈는 3500원에서 37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콜드브루라떼’와 ‘크림콜드브루’ 제품도 각각 400원씩 인상됐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바나프레소가 ‘디카페인’ 및 ‘콜드브루’ 등 일부 메뉴 가격을 최대 700원 선제적으로 올렸다.
메가MGC커피 또한 기본 아이스 ‘아메리카노’(2000원)는 사수하고 있으나, 원재료 가격 상승과 가맹점 수익 보전 등을 이유로 여름 핵심 제품군 가격 조정에 나섰다.
메가MGC커피는 오는 6월 19일부터 여름철 인기 메뉴인 ‘할메가커피’ ‘왕할메가커피’ ‘할메가미숫커피’ 등 3종의 가격을 일제히 200원씩 인상한다. 이에 따라 ‘할메가커피’는 2100원에서 2300원으로, 대용량인 ‘왕할메가커피’는 3200원에서 3400원으로 올린다.
‘할메가미숫커피’ 역시 2900원에서 3100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할메가커피 핵심 원료인 동결건조(FD) 커피 가격이 지속 상승했고, 가맹점 수익 보전과 품질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가격 인상 흐름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스틱커피와 커피믹스 제품군으로도 확산하는 중이다.
커피빈은 이달 1일부터 ‘바닐라라떼’ 막대형 스틱커피 제품군 가격을 최대 8.1% 인상했다. 이디야커피 또한 지난 6일부터 매장 내 스틱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가격을 4.3%에서 최대 15.2%까지 올리며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와 홈카페 시장 전반으로 인상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략적 격차는 저가 커피 본사들의 원두 수급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자체 로스팅 공장 운영과 원두 로스팅·유통 역량을 바탕으로 일련의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춘 컴포즈커피는 중간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원가 충격에 대처하고 있다. 반면 빽다방은 브라질 세하도 지역의 전용 농장 ‘벨로조’와 연계해 생두를 수입하는 한편, 최근 스페셜티 원두 배합 비중을 20% 수준으로 상향하는 등 커피 품질 강화 전략을 내세웠다. 메가MGC커피의 경우 원가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한편, 여름 시즌 메뉴 출시를 지속하며 성수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장 가맹점주들의 부담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여름 특수와 함께 폭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빨대 등 수입 부자재 비용이 고환율 여파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얼음 소비 급증에 따른 제빙기 가동과 에어컨 풀가동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까지 더해지며 매출 증가가 곧장 순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본 ‘아메리카노’ 가격을 묶어 가성비 이미지는 유지하되, 기타 메뉴와 옵션 단가를 높여 실질 마진을 보전하는 방식은 고물가 시대의 고육지책”이라며, “외형적 매출 성장 이면에 가려진 가맹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본사 차원의 상생 책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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