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서 먹어보고 입맛 저격…출국 앞둔 외국인 '싹쓸이' [권 기자의 장바구니]
비초비 독주 속 미역국 라면·김부각 약진
기념품 과자서 ‘한국맛’ 간편식으로 확장

외국인 관광객이 출국전 캐리어에 담는 K식품 장바구니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초콜릿 과자와 쌀과자, 아몬드 등 선물용 간식이 판매 상위권을 휩쓸었다. 올해는 여기에 미역국라면, 김부각, 청양마요맛 스낵 등 한국 음식의 맛을 앞세운 상품이 치고 올라왔다. 외국인 관광객의 출국 전 쇼핑이 단순 기념품 구매에서 ‘한국에서 먹어본 맛’을 사가는 소비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리온 ‘비초비 대한민국 125g’ 판매량 1위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2025~2026년 1~5월 판매량 상위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꾸준히 팔린 상품은 오리온 ‘비초비 대한민국 125g’이었다. 이 제품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매월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 가운데 9개월간 1위를 기록한 셈이다.

비초비의 강점은 선물용 상품으로서의 완성도다. 초콜릿을 비스킷으로 감싼 제품으로 호불호가 작고, 개별 포장이 돼 있어 주변에 나눠주기 쉽다. ‘대한민국’ 패키지를 앞세워 관광 기념품으로 보이면서도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 캐리어에 넣기 쉬운 크기와 보관 편의성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맞아떨어졌다.
다만 올해 들어 장바구니의 성격은 달라졌다. 지난해 판매 상위권이 비초비, 농심 빵부장, 밀크 클래식 쌀과자, 롯데 제로 후르츠젤리, 빙그레 바나나우유, 허니버터아몬드 등 단맛 과자와 디저트류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라면과 짭짤한 스낵의 존재감이 커졌다.

팔도&양반 미역국라면 쓸어담는 외국인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팔도&양반 미역국라면이다. 이 제품은 올해 1월 판매량 1위에 올랐다. 3월 2위, 4월 3위, 5월 5위에도 이름을 올리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지난해 5월 8위에 처음 등장했던 제품이 올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의 대표 구매 상품으로 올라선 것이다. 외국인 라면 소비가 미역국처럼 한국 음식의 정체성이 강한 제품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부각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동원의 양반 김부각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10위권 안팎을 오갔다. 올해 4월 6위, 5월 10위에 오르며 상위권에 재진입했다. 김을 활용한 스낵은 한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휴대와 보관이 쉽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족과 지인에게 나눠주기 좋은 상품이라는 점에서 비초비와 같은 선물용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한국식 소스맛을 앞세운 스낵도 새롭게 부상했다. 오리온 찍먹예감 갈릭청양마요소스맛은 올해 3월 5위, 4월 5위, 5월 7위에 올랐다. 마늘과 청양고추, 마요네즈를 조합한 맛은 외국인에게 한국식 매운맛과 소스 문화를 동시에 전달하는 상품이다. 해태 자가비 특기름김맛도 올해 4월 12위, 5월 4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웠다.
라면과 짭짤한 스낵의 약진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기념품형 K과자’에서 ‘체험형 K푸드’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지난해 외국인 장바구니가 나눠주기 쉬운 초콜릿 과자와 젤리, 아몬드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한국에서 먹어본 국물, 김, 마늘, 청양고추 맛을 집으로 가져가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농심 빵부장, 롯데 후르츠젤리 상위권
기존 인기 상품도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다. 농심 빵부장 소금빵과 초코빵, 롯데 제로 후르츠젤리, 롯데 제로 크런치 초코볼, 허니버터아몬드 등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상위권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기본 조건은 여전히 명확하다. 부피가 작고, 개별 포장이 돼 있으며, 가격 부담이 낮고, 한국에서 산 기념품처럼 보이는 상품이다.
서울역점의 입지도 이런 소비를 키우고 있다. 서울역은 공항철도와 KTX, 지하철이 만나는 교통 거점이다. 명동과 남대문, 을지로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외국인 관광객이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기 쉬운 위치다. 대형마트 특성상 면세점보다 가격 접근성이 좋고, 과자와 라면, 김, 견과류처럼 보관이 쉬운 상품을 한꺼번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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