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80원 즉석밥'…CJ제일제당의 무모한 도전
'3980~5480원'의 높은 가격대가 허들
품질은 높은 평가…할인해도 가격 높아

CJ제일제당이 '3세대 즉석밥' 타이틀을 내걸고 출시한 '햇반솥반'이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양한 원물을 사용해 맛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일반 즉석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CJ제일제당 역시 이를 감안해 연중 40~50%대 할인 행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격 허들이 높다는 평가다.
맛있는데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3세대 즉석밥' 햇반솥반을 내놨다. 일반 백미밥인 '햇반'이 1세대 즉석밥, 다양한 소스와 토핑을 더한 '햇반컵반'이 2세대 즉석밥이라면 3세대 즉석밥 '햇반솥반'은 전복, 연근, 소고기 등 고급 원물을 아낌없이 넣은 영양밥을 콘셉트로 했다.
콘셉트와 타깃은 명확했다. 1세대 햇반이 '귀찮은 밥 짓기'를 대체했다면 2세대 햇반컵반은 다른 반찬 없이 한 그릇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완전성을 목표했다. 햇반솥반은 집에서 해 먹기 어려운 영양밥을 제품화했다. 전복이나 소고기, 뿌리채소 등이 들어 있어 다른 반찬 없이 밥만으로도 식사가 된다. 식품업계의 또다른 메이저 트렌드인 '건강'에 부합함은 물론이다.

CJ제일제당은 햇반솥반을 내놓으며 CJ의 일반 백미밥이 주력인 경쟁사들과의 '밥 짓는 기술' 격차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수분이 많은 해산물이나 육류, 채소 등이 들어간 밥을 질거나 설익지 않게 만드는 것만도 놀라운 기술이다. 실제로 베테랑 주부들도 자주 실패하는 게 '영양솥밥'이다.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출시 1년 반 만에 1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2년 후엔 3000만개를 넘어섰다. 연 1000만개가 팔렸다는 계산이다. 1000만개 돌파 시점에 맞춰 제품 라인업도 3종을 늘린 9종으로 확대했다. 즉석밥의 대명사가 된 햇반, 학생과 바쁜 직장인들의 필수품이 된 햇반컵반과 함께 또 한 번의 성공사례가 새겨지는 듯했다.
비싸
문제는 가격이다. 햇반솥반은 일반적인 즉석밥과 콘셉트가 다른 '영양밥'이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출시 당시 버섯영양밥이나 뿌리채소영양밥이 3980원, 전복내장영양밥 등 프리미엄 제품은 5480원으로 웬만한 즉석밥의 4~5배 이상이었다. 지난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지금은 저렴한 라인업도 4400원대, 전복영양밥은 5980원으로 6000원에 육박한다.
CJ제일제당 역시 높은 가격대를 인지하고 있다. 출시 초부터 꾸준히 할인 행사나 1+1 행사를 열어 왔다. 공식 온라인몰인 CJ더마켓에서도 여러 개를 구매 시 40~50%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2000~3000원대에 구매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양날의 칼이다. 가격이 비싼 제품이라는 인식을 줌과 동시에 '할인할 때만 사야 되는' 제품으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햇반솥반은 대형마트 등의 유통기한 임박 코너에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쉽게 손을 뻗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성장의 척도인 신제품 라인업 확장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출시 2년차인 2023년 '곤드레감자영양밥'을 내놓으며 햇반솥반 라인업을 9종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후 곤드레감자영양밥·흑미영양밥·전복버터영양밥 등 3종이 단종되며 현재는 초반에 출시한 6종만 판매 중이다. CJ제일제당이 알리는 솥반 소식 역시 지난해 2월 3000만개 돌파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즉석밥 시장에서 최근 공들이는 카테고리는 햇반솥반이 아닌 '라이스플랜'이다. 햇반 라이스플랜은 파로와 현미, 귀리 등을 사용한 '저속노화' 즉석밥이다. 이미 솥반보다 빠른 속도로 1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솥반처럼 '건강' 트렌드를 잡았으면서도 가격은 일반 즉석밥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일 먹는 식단을 추구하는 만큼 별식에 가까운 '솥밥'보다 타깃층도 넓다.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웰니스 콘셉트를 라이스플랜이 승계하면서 햇반솥반은 상대적으로 '가끔 먹는 별식'의 포지션을 차지하게 됐다"며 "라이스플랜이 빠르게 안착하고 불황이 이어지면서 고가의 햇반솥반은 계륵이 된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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