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맛' 돼지바, 빵으로 만들었더니…1초에 1개씩 팔렸다 [트렌드+]
현대적 라이프스타일 맞춘 형태·성분의 진화도 진행 중

17일 찾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샤로수길' 인근. 나무 간판에 '돼지바 빵 제-과'라는 빛바랜 글씨가 적힌 매장 앞이 2030세대 이용객들로 북새통이었다. 이곳은 롯데웰푸드가 운영하는 '돼지바 빵집 since 1983' 팝업스토어 현장.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빨간색 로고와 캐릭터 '돼장님'이 손님을 맞이했다. 43년 된 장수 아이스크림 돼지바를 빵집 콘셉트로 바꾼 이 공간은 오픈 열흘 만에 누적 방문객 수 1만2000명을 넘어섰다.
익숙한 장수 브랜드가 새로운 감각으로 변신하자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롯데웰푸드가 돼지바의 상징인 쿠키 가루와 딸기 시럽을 모나카 형태로 만든 신제품 '돼지바빵'은 출시 두 달 만에 540만개가 팔려나갔다. 1초에 1개씩 팔린 꼴이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아는 맛'에 열광하는 데는 복고에 대한 향수가 깔려있다. 글로벌 조사기관 민텔(Mintel)이 발표한 '2026 글로벌 식품 및 음료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49%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식품을 먹고 마실 때 단순한 맛 그 이상의 '즐거움(향수)'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에 지친 현대인들이 익숙한 옛 제품을 일종의 '심리적 피난처'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소비자의 34%는 식품 제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전통적인 제조 방식이나 장인 정신이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었다.
다만 코맥 헨리 민텔 식품&음료 부문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식음료 기업들이 이러한 소비자를 잡기 위해 단순히 옛날 제품을 그대로 다시 파는 복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익숙한 맛과 브랜드의 유산(헤리티지)은 철저히 지키되 현대인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기능적·형태적 진화'가 동반되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장수 제품 고유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된다. 맘스터치는 지난 16일 인기 메뉴를 다시 선보이는 '백 투 더 터치' 프로젝트를 통해 '어메이징매콤마요버거'를 한정 출시했다. 브랜드가 가진 기존 자산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농심의 경우 1975년에 내놨던 '농심라면'을 재출시하면서 국산 원재료를 엄선해 강화하는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누적 판매량 2000만 개를 넘겼다. 삼양식품의 '삼양1963' 역시 과거 라면의 고소한 맛을 내던 소기름(우지) 배합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을 택해 월평균 700만 개의 판매고를 유지 중이다.
이 같은 마케팅은 복고에 대한 향수를 살리되 1인 가구 증가나 웰빙 선호 등 현대인의 세분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품의 포맷이나 성분을 더 꼼꼼하게 다듬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여럿 발견된다. 호주의 디저트 브랜드 '사라리(Sara Lee)'는 오랜 기간 사랑받은 클래식 대용량 치즈케이크를 현대의 소용량 섭취 트렌드에 맞춰 '미니 컵' 형태로 포맷을 바꿔 성공을 거뒀다. 영국의 시리얼 브랜드 '슈리얼(Surreal)'은 어릴 적 먹던 달콤한 시리얼의 맛과 유쾌한 패키지는 그대로 들고 오되 성분은 고단백, 고섬유질, 제로 슈가로 완전히 탈바꿈시켜 건강을 타협할 수 없는 성인 시장을 파고들었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망을 넓히고 있는 몬스터 에너지의 '울트라 바이올렛' 역시 레트로 감성의 보라색 패키지를 입히되 성분은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14kcal 수준의 저칼로리·제로 슈거로 설계해 맥락을 같이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기술적 변화나 일상의 피로감이 커질수록 익숙함과 위안을 주는 레트로(복고) 식품을 더 찾게 된다"며 "결국 장수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성분이나 크기 같은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는지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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