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1초에 63개씩" 대박…전 세계가 열광한 한국 라면의 비밀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곡산 2026. 6. 18. 08:42

"1초에 63개씩" 대박…전 세계가 열광한 한국 라면의 비밀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권용훈입력 2026. 6. 18. 06:02수정 2026. 6. 18. 06:43
100억개 불닭·3초당 1팩 두유…잘나가는 '식품공식'있다
숫자로 흥행 입증하고 SNS서 소비자 놀이로 확산
저당·매운맛·생과일·캐릭터 앞세워 브랜드化
롯데웰푸드가 돼지바를 제품을 넘어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돼지바 빵집 since 1983'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롯데웰푸드


식품업계에서 ‘잘 팔리는 상품’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맛과 가격, 유통망이 흥행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판매 속도를 보여주는 숫자, SNS에서 퍼지는 놀이 요소,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잡는 콘셉트가 중요해지고 있다.

누적 판매 100억 개를 돌파한 삼양식품 불닭,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팩이 팔린 매일유업 두유, 3주 만에 70만 잔을 넘긴 이디야커피 생과일 음료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사진을 찍고, 영상을 올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순간 제품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콘텐츠가 된다.

 숫자가 곧 마케팅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는 지난 5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00억개를 넘어섰다. 누적 매출은 7조원에 달한다. 2012년 일본, 독일, 뉴질랜드 등 3개국 수출로 시작한 불닭은 현재 100여 개국에서 팔리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연간 판매량은 20억개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1초마다 63개씩 팔리는 셈이다.

매일유업의 ‘매일두유 99.9 서리태’도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팩을 돌파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3초마다 1팩씩 팔린 것이다. 이디야커피가 지난 5월 선보인 생과일 음료 3종은 출시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70만 잔을 넘겼다. 웅진식품의 차음료 ‘생차’는 출시 5개월 만에 300만 병 판매를 기록했다.

최근 식품업계는 판매량을 단순 실적이 아니라 마케팅 언어로 활용하고 있다. “1초에 63개”, “3초에 1팩”, “출시 3주 만에 30만 개” 같은 표현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인기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숫자가 제품 경쟁력을 증명하는 일종의 ‘사회적 인증’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맘스터치의 신메뉴 ‘핫치즈밤’은 출시 3주 만에 3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핫치즈 라인업 전체 판매량은 42만 개를 넘겼고, 치킨 카테고리 매출은 직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전체 가맹점 평균 매출과 객수도 각각 14%, 11% 늘었다. 제품 하나의 흥행이 브랜드 전체 매출을 끌어올린 사례다.

맘스터치의 신메뉴 ‘핫치즈밤’


오뚜기 ‘로열라면’은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돌파했다. 별도의 TV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을 앞세웠다. 열라면 3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제품에 치즈와 크림을 더해 K로제 볶음면으로 재해석한 것이 MZ세대 소비자에게 통했다.

롯데칠성음료의 RTD 주류 브랜드 ‘순하리 진’은 2021년 출시 이후 5년간 누적 판매량 8200만 캔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4만5000캔이 팔린 셈이다. 출시 이후 연평균 약 34%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량과 성장률을 함께 제시하며 ‘대표 과실탄산주’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식품에서 놀이로

잘나가는 식품의 두 번째 공통점은 제품이 하나의 놀이로 소비된다는 점이다. 불닭은 대표적인 사례다. 매운맛을 도전하고, 조합해 먹고,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문화가 글로벌 팬덤을 만들었다. 미국 내 까르보불닭볶음면 품귀 현상이나 유럽 지역 리콜 해프닝도 불닭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운 소재가 됐다.

삼양식품은 누적 판매 100억개 돌파를 계기로 차세대 캐릭터 ‘페포’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캐릭터 호치의 세계관을 잇는 병아리 캐릭터로, 숏폼과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했다. 페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06만명을 넘겼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불닭을 단순한 라면 브랜드가 아니라 캐릭터와 콘텐츠를 가진 IP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맘스터치 핫치즈밤도 비슷한 흐름이다. 치즈 소스가 흘러내리는 비주얼이 인증샷과 숏폼 영상 소재가 됐다. 소비자들은 햇반, 짜장라면, 콘샐러드 등과 조합한 자신만의 레시피를 SNS에 공유하고 있다. 제품을 그대로 먹는 데서 끝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변형하고 재해석하는 ‘경험형 외식 콘텐츠’가 된 것이다.

이디야커피는 생과일 수박주스 인기에 맞춰 헌혈 캠페인과 SNS 이벤트를 결합했다. 생과일 수박주스는 출시 후 일주일간 아메리카노에 이어 전체 메뉴 판매 2위에 올랐다. 이디야는 대한적십자사와 헌혈 캠페인을 진행하고, 사주풀이 서비스와 협업한 SNS 이벤트도 열었다. 음료 판매에 참여형 캠페인을 붙여 소비자 접점을 넓힌 사례다.
 
이디야커피 생과일 주스

 건강하거나, 자극적이거나

제품 콘셉트는 더 선명해졌다. 최근 히트 상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저당, 무설탕, 식물성, 생과일처럼 건강 이미지를 앞세운 제품이다. 다른 하나는 매운맛, 치즈, 로제, 과일탄산주처럼 강한 맛과 재미를 강조한 제품이다.

매일두유 99.9 서리태는 원액두유 99.9%와 설탕 무첨가를 앞세웠다. 1팩당 당류는 1.8g, 식물성 단백질은 9g이다. 당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저당·고단백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웅진식품 생차는 국산 생찻잎을 사용하고 설탕과 감미료를 넣지 않은 차음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커피 대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반대로 불닭, 핫치즈밤, 로열라면, 순하리 진은 자극적인 맛과 재미를 전면에 세웠다. 불닭은 K스파이시 문화를, 핫치즈밤은 매운맛과 치즈 비주얼을, 로열라면은 열라면의 매운맛에 K로제 콘셉트를 더했다. 순하리 진은 통과일 동결침출과 제로 슈거 리뉴얼, 다양한 도수와 플레이버를 통해 RTD 주류 시장에서 선택지를 넓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는 단순히 맛있는 제품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좋거나, 내 생활방식과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며 “제품력뿐 아니라 숫자, 스토리, SNS 확산 가능성까지 갖춰야 히트 상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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